"애플 비전프로, 극장 산업 붕괴 재촉할 것"
올 초 애플이 야심 차게 내놓은 '비전프로'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확연하게 갈린다. 일부에서는 '공간 컴퓨터'의 등장이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하는 반면, 너무 무겁고 가격이 비싸 상용화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렇다면 비전 프로를 경험하고 실험해 본 콘텐츠 전문가는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을까?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SXSW2024 XR 전시관에서 만난 김종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XR 큐레이터 겸 프로듀서(PD)는 "애플 비전 프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며, 콘텐츠 업계의 판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전프로를 처음 착용해 본 소감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제 극장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산업에 종사하면서 극장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듯했다.)그러면서도 "영화계는 과거 필름이 디지털로 넘어갈 때와 같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며 "영화인들은 개인화 된 기기를 타깃으로 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경험적인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다"고 내다봤다. 비전프로에 대한 일부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인정한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화과정(Calibration)을 거치는 것이다. 10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싱크를 맞춘 이후에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며 "애플의 '공간 컴퓨터'라는 설명과 그 목적에 부합하는 기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가령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비전프로는 메타가 퀘스트를 통해 추구했던 방향과 기술적 성과와는 완전히 다른 범주에 있다는 것이다. 김 프로듀서는 "삼성, LG, 퀄컴, 구글은 물론 중국 기술 기업들도 이것을 뜯어보고 연구하고 있다"며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도 비전 프로의 성능에 맞는 것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변화의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