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간으로 어제(21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끝판왕'이 등장했습니다. 시카고를 텃밭으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연단에 섰습니다.그의 등장에 민주당 지지자들은 환호했는데요. 그간 오바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지명된 이후에도 좀처럼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두문분출 했습니다. 오랫만에 '연설가' 오바마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는데요. 연단에 서서 그는 "그녀는 할 수 있다"고 외쳤습니다. 이 구호는 16년 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선거 구호로 사용했던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에서 따온 겁니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세워보자며 호소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 미셸도 연단에 올라 '희망', '아메리칸 드림', '통합'과 같은 미국의 기본적인 가치를 이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당대회 3일차 21일(현지시간)에도 민주당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가세해 해리스를 지지하면서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나(me)를 강조하며 노래를 시작하는 테너와 같다"면서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당신(you)로 시작할 것"이라며 비판과 찬사를 동시에 보냈습니다. 전날 해리스가 후보 지명을 수락한데 이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도 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하면서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공식화했습니다. 해리스 진영은 확실히 분위기를 탄 모습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이 3~5%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고,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패했던 노스캐롤라이나가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경합' 지역으로 재분류됐습니다. 이른바 해리스 효과(Harris Effect)가 나타나고 있는 건데요. 대선 후보가 80대 바이든에서 50대 여성으로 교체됨에 따라 '투표'에 참여하려는 젊은 유권자, 비백인, 여성 유권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트럼프-바이든' 사이에서 갈등하던 부동표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분위기를 탄다고 승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트럼프가 총상을 입고 주먹을 치켜든 모습을 보면서 트럼프 2기가 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이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었습니다. 여전히 선거인단 투표 예상 득표 수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앞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투표가 끝나고 개표할 때까지 절대 예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2024년 미 대선의 중요한 시사점은 미국 사회가 큰 변화를 겪고 있고, 이런 변화가 선거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예전보다 더 다양해졌지만, 정부와 정치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미국인들은 경제 문제를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이에 따라, 한국도 미국 정치와 경제 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실시간으로 변하는 미국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정책(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