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밀크브리핑] 범블, MS, 비트코인, 애플의 AR
여성이 먼저 남성에게 말을 걸어야만 만남이 성사되는 데이팅 앱 ‘범블(Bumble)’이 상장 첫 날 130억달러(14조3900억원)의 시장가치를 입증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11일(현지시간) 범블은 시초가 대비 63.5% 급등한 70.3달러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12일도 7% 이상 상승했습니다. 팬데믹이 가져온 고립은 만남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고 수많은 데이팅 앱들이 난무하는 환경을 조성했는데요, 온라인으로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일정 부분 위험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어떤 식으로 정보를 속이거나 좋지 않은 의도로 접근하는지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죠. 데이팅 앱들이 늘 성희롱과 차별 등 레퍼런스를 철저히 관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범블은 여타 데이팅 앱들과는 전혀 다른 컨셉으로 접근합니다.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휘트니 울프 허드(Whitney Wolfe Herd)는 과거 공동창립자로 세웠던 회사 ‘틴더(Tinder)’에서 성희롱을 당해 소송전까지 벌이면서 회사를 떠난 인물입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여성 중심의 데이팅 앱을 고안해 냈고 2014년 ‘먼저 움직여라(Make the first move)’는 슬로건을 내걸고 범블을 설립했습니다. 범블에서는 여성이 먼저 손을 흔들고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란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해 1~9월 사이 3억77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범블은 데이트 앱 중 여성 유료 사용자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상장 증권신고서(S-1)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여성이 보낸 메시지 수는 전년 2019년 1분기 대비 30% 늘었습니다. 현재 150개국에서 범블을 사용 중이며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는 지난해 9월 기준 4200만명, 유료 사용자는 24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단순히 남녀간 만남을 위한 기능인 BFF뿐 아니라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 Bizz, 유색인종의 초기 투자금 유치를 위한 범블펀드까지 내놓으며 경쟁사 매치그룹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습니다. 범블의 IPO는 여러 의미에서 유리천장을 깨뜨렸습니다. 이제 겨우 31세의 허드 CEO는 상장기업 최연소 여성 CEO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IPO한 약 560건의 기업 중 여성 CEO는 오직 8명에 불과할 정도로 기업의 세계는 여전히 여성에게 척박합니다. 이런 시장에도 허드는 자신의 상처를 딛고 당당히 10억달러 이상의 재산을 쌓으며 최초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범블의 이사회는 70%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적극적이고 주체적 여성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실천해가고 있는 셈입니다. 과연 범블이 딘더와 힌지, 오케이큐피드를 보유한 라이벌 매치그룹을 어떤 방법으로 따라잡을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