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검은 토끼'를 놓치다
2021년 4월 28일 저녁. 전날(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직후였다. 이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뜬금없이 홈리스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FOMC는 이날 FOMC에서 0.25% 수준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020년 3월부터 13개월 동안이나 이어진 사실상의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결정한 것. 2021년 4월 FOMC 직후엔 연준 의장과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1년에 딱 4번만 하는 일종의 연준 의장식 도어스태핑이다.기자들의 질문은 인플레이션에 집중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2021년 4월 13일 발표된 전달 3월 CPI가 2.6%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인플레이션 여부를 판단하는 연준의 중요한 잣대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미국과 전 세계를 강타하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제를 지키려고 구제 금융과 양적 완화라는 십자포화로 맞대응했다. 그럼에도 2020년 내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2021년 3월 앞자리수가 2자로 바뀐 것이었다. 시장은 섬찟 놀랐다. 선명한 변곡점이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와글대기 시작했다. 기자들도 공격태세를 갖췄다.정작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인플레이션을 강하게 부정했다. 방어논리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였다. 사실 연준 내부적으론 CPI보다 PCE를 더 중요한 인플레이션 잣대로 활용한다. CPI는 물가다. PCE는 지출이 핵심 지표다. 연준은 통화정책기관이다. 연준이 시장이 풀어낸 돈이 실제로 소비로 얼마나 이어지는지를 알 수 있는 핵심 지표는 PCE다. 2021년 3월 26일 발표된 2월 PCE는 1.6이었다. CPI보다 양호했다. 파월은 12개월 평균 PCE 지표는 더 양호하다는 걸 애써 강조했다.이미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다 못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번져버린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면 2021년 4월 28일 FOMC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인플레이션 징후가 처음 포착됐기 때문이다. 갈림길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자신이 상대할 인플레이션이라는 라이벌은 아직 링 위에 오르지 조차 못했다고 일축해버렸다. 파월은 이렇게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