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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2018년 어느 포럼에서 “잠은 푹 잘 자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뼈 있는 농담이었다. 특히나 연준이 완화가 아니라 긴축에 들어간 시기에는 말할 것도 없다. 연준의장은 공공의 적이 된다. 정치인도 언론도 대중도 연준의장을 증오한다. 이지머니는 달콤하지만 통화긴축은 잔인하다. 금리인상기의 연준의장은 살해위협을 받은 적도 많다. 폴 볼커가 대표적이다.1970년대와 1980년대 볼커의 과격한 금리인상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영화가 〈조커〉와 〈행복을 찾아서〉다. 〈조커〉와 〈행복을 찾아서〉의 주인공은 대조적이다. 〈조커〉의 주인공 조커는 연준이 낳은 상상 속 괴물이다. 〈행복을 찾아서〉의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인 크리스 가드너는 볼커의 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사업을 말아먹고 길거리에 나앉는다. 볼커는 임기 내내 이중삼중의 경호원을 대동하게 출퇴근했다. 파월의 말처럼 아무도 연준의장의 잠자리가 편안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런 볼커가 파월을 칭찬한 적이 있었다. 파월이 금리를 인상하려고 트럼프에 맞서서 싸우던 시기였다. 볼커는 직접 파월에게 칭찬 메모를 보냈다. 정작 볼커는 파월이 실수하는 건 보지 못하고 죽었다. 볼커는 2019년 12월 8일 사망했다. 파월은 볼커가 평생에 걸쳐 세워둔 인플레이션 방벽을 무너뜨리는 실수를 했다. 버냉키는 인플레이션 없는 양적완화에 성공했지만 파월은 실패했다. 지금 파월을 짓누르는 건 볼커의 칭찬메모다.현재 연준의 기준금리는 2.50%다. 올해 연준의 통화정책회의는 3차례 남아 있다. 파월은 연준의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4%대에 올려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주요 언론과 월가에서는 9월 20일 FOMC에선 75bp, 자이언트 스텝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이는 파월의 잭슨홀 연설은 분명한 포워드 가이던스였기 때문이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시장한테 연준의 정책방향에 대한 힌트를 흘리는 일이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처럼 연준의 포워드 가이던스 관행을 비판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포워드 가이던스 때문에 시장이 연준에 읽힌다는 이유다. 읽히는 연준을 시장은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대신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고 그걸 스스로 지키면 연준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적어도 연준이 시장이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높이는 일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준은 스스로 제시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준수해왔다. 의도적인 불확실성은 상대를 이겨야만 하는 비협력적 게임에서만 필요하다. 연준에게 금융시장은 협력적인 게임이다. 연준은 시장이 연준을 두려워하길 원하지만 그렇다고 시장을 적으로 돌리려는 건 아니다. 20년 가까이 유지된 게임의 룰이 이번에 바뀔 가능성은 낮다.
신기주 2022.09.08 06:30 PDT
더밀크의 프리미엄 경제방송 미국형님 라이브가 7일 오후 5시(미 서부 시각), 8일 오전 오전 9시(한국 시각) 더밀크 TV를 통해 방영됩니다.미국형님 데이비드 리 테일러 투자자문그룹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이날 1부 방송에서 한 주간 미국 주식시장을 분석하고, 주요 기업에 대한 월가의 투자의견을 소개합니다. 특히 반도체주 폭락 원인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의 기준금리 인상폭을 분석, 예측합니다. 여기에 베이지 북에 대한 설명과 주식의 6가지 성격에 대한 미국 경제 기초 강좌도 이어집니다. 아울러 미국형님이 꼽은 '오늘의 기업'도 소개됩니다. 리 CIO는 이날 방송에서 리세션이 와도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을 분석해 제시합니다. 2부 방송은 더밀크 닷컴 독자들만을 위한 방송입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와 데이비드 리 CIO가 진행하는 2부 방송에서는 13년 5개월 만에 1380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원달러 환율을 집중 분석합니다. 향후 환율에 대한 미국형님의 인사이트를 들어볼 수 있을 전망 합니다. 이밖에도 꼭 보유해야 할 기술주와 비즈니스 사이클을 가늠할 수 있는 세 가지 지수, 그리고 미국형님 100대 탐방, 집 이야기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더밀크 닷컴 프리미엄(연/월 유료 구독) 회원들만을 위한 2부 방송은 1부 방송이 끝난 직후 시작됩니다. 2부 방송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습니다.
권순우 2022.09.07 15:09 PDT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서운 게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은 가격이다.기대 인플레이션은 심리다.내일 가격이 오늘 가격보다 비싸질 거라고 기대하는 심리가 팽배해지면 아무리 금리를 올려도 인플레이션은 잡히지 않는다. 내일 집값이 오를걸 아는데 오늘 집을 파는 바보는 없다. 내일 샤넬이 오르는걸 안다면 오늘 샤넬을 사려고 난리를 치게 된다. 사실 기대 인플레이션을 깨려면 어느 정도까지는 경기를 망가뜨릴 필요가 있다. 수요를 억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번 팽창한 수요를 억누르긴 쉽지 않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겁을 먹게 해야만 한다. 주식과 부동산이 제공하는 부의 효과도 사그러뜨려야만 한다. 부유해졌다는 착각 대신 가난해진다는 두려움을 주지 않으면 기대 인플레이션은 절대 꺾이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인상이 답이다.기대 인플레이션까지 잡으려면 리세션이 필요하다. 병을 고치려고 독을 쓰는 것과 같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짓밟아야 인플레이션의 싹을 자를 수 있다. 볼커의 길을 간다는 건 이런 것이다. 파월은 그런 볼커의 길을 가려고 한다.파월은 리세션을 피하려는 게 아니다.파월에게 리세션은 필요하다. 물론 관리 가능한 선에서 말이다.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조사하는 기관은 미시간 대학교다. 소비자들이 예상하는 향후 12개월 동안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 변동률을 측정한다. 예비치와 전망치로 매달 2차례에 걸쳐 발표한다.기대 인플레이션은 문제의 파월 기자회견이 있었던 2021년 4월 이후부터 줄곧 4%에서 5%대를 기록해왔다. 문제의 파월 기자회견이란 CPI가 4%대로 튀어오르고 기자들이 FOMC 직후 인플레이션에 관해 질문을 해대기 시작한 최초의 기자회견을 말한다.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사실 그 이전 10년 동안은 2% 대에서 거의 움직이지도 않았다.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을 낳는다.인플레이션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낳고 다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특히 자산가격과 임금상승에서 이런 인플레이션의 연쇄가 발생한다.폴 볼커는 파괴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 연쇄 고리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연준이 절대 다시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을 시장에 안겨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희망하게 만드는 순간 인플레이션은 다시 살아난다. 이것이 파월이 말한 “인플레이션 기대의 지배력을 깨는 것”이다.
신기주 2022.09.07 08:43 PDT
46번.2022년 8월 26일 '잭슨홀' 연설의 바로 이 대목에서부터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난사하기 시작한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46번이나 썼다. 파월의 잭슨홀 연설 이후 1주일만에 글로벌 주식 시장에선 시가총액이 4조9000억 달러 증발했다.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한번에 1000억 달러씩 사라진 셈이다. 정확하게 1년 전엔 정반대였다. 파월은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는 걸 설명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소비자 물가 지수와 근원 물가지수가 4%대로 올라왔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에너지와 내구제와 서비스 일부 품목의 일시적 상승 탓으로 돌렸다. 그래서 불과 1년만에 파월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 1년 전엔 인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고 했었다. 이번엔 인플레이션이야말로 진짜 인플레이션이라걸 설명하는데 집중했다. 무엇보다 파월 의장 스스로 2022년의 인플레이션을 1970년대 그레이트 인플레이션과 비교했다는 사실 자체가 극적인 변화였다.사실 2021년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이 제시한 근거 가운데 가장 주목 받았던 부분은 지난 25년 동안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한 대목이었다.파월은 기술 발전과 세계화가 디스인플레이션의 강한 힘이라고 설명했다.기술 발전이란 이른바 '아마존 이팩트'처럼 유통 기술 혁신이 전반적인 물가 하락을 이끌어내는 기술적 물가 하락을 말한다. 세계화란 미국이 아시아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저렴한 내구제 소비를 누려왔다는 뜻이다.당시 파월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는 중요한 근거였다. 2022년 8월의 잭슨홀 연설에선 이런 이야기는 쏙 빠졌다.연설에선 어떤 부분은 하지 않은 이야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파월은 2가지 디스인플레이션의 힘(세계화와 기술혁신)은 분명하고 빠르게 와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란 얘기다.파월도 알고 있다.
신기주 2022.09.06 23:11 PDT
이번엔 첫 마디부터 달랐다.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은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재무부 장관들과 경제학자들이 모이는 하계학술대회다. 제법 경치 좋은 휴양지에 열리지만 흘러나오는 메시지까지 한가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역대 연준 의장들은 잭슨홀 미팅을 깜짝 발표의 무대로 활용하곤 했다.이유는 배경에 있다. FOMC 기자회견은 미국 통화정책회의인 만큼 미국 연준의 입장만 설명하는 자리다. 반면 잭슨홀 미팅은 글로벌 통화정책책임자들이 모두 모인 만큼 글로벌 통화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로 비춰진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달러의 파워를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무대가 잭슨홀 미팅이라는 얘기다.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은 잭슨홀에서 모여서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장의 배경 역할을 하게 된다. 일단 잭슨홀에 모인 이상 디테일은 달라도 연준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실제로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2010년 8월 잭슨홀에서 2차 양적 완화를 발표했었다. 당시만 해도 시장은 버냉키가 두 번째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낼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지금이야 양적 완화가 약방의 감초지만 당시만 해도 꽤 새로운 금융 수법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버냉키가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을 모아놓고 2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건 일종의 엄포였다. 이제부터 미국 경제를 살리려고 달러를 더 풀 텐데 이웃 나라들이 이걸 잘 흡수해줘서 달러 가치가 유지되도록 해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버냉키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고 양적완화로 경기를 부양하는데 성공했다. 버냉키와 달리 인플레이션 없는 돈풀기에 실패한 파월은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180도 다른 메시지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달러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테니 자국 경제가 좀 망가지고 세계 경제가 흔들리더라도 각자 알아서 안전벨트 매고 각오들 하라는 메시지 말이다. 그래서 첫 마디부터 달랐다. 거두절미 단도직입이었다.
신기주 2022.09.05 08:40 PDT
루빈룰이 깨졌다. 지난 2022년 5월 31일,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자넷 옐런 재무부 장관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3자 회동을 가진 것. 지난 5월 12일 상원에서 파월의 연임이 인준된 걸 축하하는 자리라고 게 명분이었지만 매우 이례적인 회동이었다. 루빈룰이 깨진 것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의 국가경제위원장이었던 로버트 루빈은 대통령이나 백악관 고위 관료가 연준 정책에 관해 공개 발언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세웠다. 미국 행정부가 '독립기관'인 연준이 결정하는 통화 정책에 관여해선 안된다는 '성문(成文)'을 '불문(不文)'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엘런 그린스펀 연준의장은 “대통령이 점심 식사에 초대하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거절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파월 본인도 트럼프 대통령의 만찬 초대를 요리조리 피해 다닌 적이 있었다. 결국 벌어지고 말았던 트럼프와 파월의 만찬조차 거의 미중정상회담 수준의 공식적인 모양새였다. 파월은 트럼프를 믿지 못해서 당시 부의장 클리리다까지 대동하고 갔을 정도였다. 그나마 비공개 형식이었다. 지난 트럼프와 파월의 만남 때나 이번 바이든과 파월의 만남 때도 의제는 인플레이션이었다.트럼프는 루빈룰을 몰랐지만 바이든은 알고도 깼다.이번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사진 연출까지 이뤄진 공개 행사였다.연준 의장이 대통령, 재무장관과 함께하는 자리에 '긴장감'은 커녕 '원팀'으로 보였다. 마치 대통령실-행정부-입법부-독립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의 말씀을 듣고 수행하는 개발도상국식 국가경제 비상대책회의처럼 보였다. 더구나 연방정부의 입김을 받지 않고 독립하기 위해 설립조차 늦었던 '연방준비제도'의 역사를 보면 더욱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연출된 백악관 미팅에서 바이든과 파월한텐 각각 노림수가 있었다.
신기주 2022.09.04 08:06 PDT
2022년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결사항전을 시작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전면전으로 확전됐다. 사흘 안에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고 전쟁을 끝나려던 푸틴의 예상은 빗나갔다. 전쟁은 푸틴 조차 예상 못한 장기전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워싱턴DC에서는 2021년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제기됐으나 2022년 2월에 실제로 '감행'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도 그 중 하나였다. 세계 최대 밀수출국인 우크라이나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인 러시아의 전면전은 글로벌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치솟게 만들었다. 전쟁은 수많은 인명피해와 우크라이나 인프라 붕괴를 가져와지만 예상치 못했던 '유탄'이 바로 옮겨붙었다. 바로 '인플레이션'이었다.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파월 연준이 통제불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파월이 인플레이션 통제를 자신한 건 근원 소비자물가(Core CPI)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지표가 근원 소비자물가다. 에너지와 식료품의 가격 변동성과 비중이 너무 커서 일어나는 통계 왜곡을 막기 위해서다. 파월이 인플레이션을 일축했던 2021년 4월에도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0.3%였다. 2021년 여름 무렵에 다소 높아졌지만 그래도 0%대 중후반대였다. 2021년 9월엔 다시 0%에 바짝 달라붙었다. 이것만 보면 분명 인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었다. 단지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교란 때문에 제품 공급이 늦어진 탓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푸틴이 키이우로 미사일을 쏘기 전까진 말이다.전쟁은 연준의 관할이 아니다. 연준은 달러를 찍어내는 기관이지 밀을 추수하거나 석유를 시추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자 2022년 3월 발표된 2월 CPI는 7.9%까지 치솟았다. 파월은 2022년 3월 FOMC에서 마침내 금리를 0.25% 올렸다. 제로금리 종언을 선언한 것이다. 너무 늦어버렸다. 연준은 파티가 끝나기 전에 펀치볼을 치워야만 했다. 파월은 파티가 끝났는데도 펀치볼을 치우지 않았다가 미사일 세례를 쳐맞았다.파월은 그런 사람이었다.
신기주 2022.09.04 03:28 PDT
이젠 파월이 옐런을 도와줄 차례였다. 2021년 12월 재무부 장관으로서 자넷 옐런의 실패는 점점 분명해지고 있었다. 옐런은 미국경제를 재건하기는 커녕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빌드 백 베터 법안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2022년 8월 7일 미국 상원을 우여곡절 끝에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은 사실 빌드 백 베터 법안의 축소판이다. 빌드 백 스몰러가 된 셈이다. 사실 1년 전만 해도 빌드 백 낫씽이 될 판이었다. 옐런의 실패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으로서 옐런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첫째도 둘째도 빌드 백 베터의 의회 통과였다. 빌드 백 베터 법안이 통과돼야 옐런이 재무장관으로서도 연준의장으로서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서도 시종일관 추구했던 아메리칸 드림의 회복을 시도할 수 있었다.빌드 백 베터 법안은 크게 미국 구조 플랜, 일자리 플랜 그리고 미국 가족 플랜이 있었다. 미국 구조 플랜의 골자는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급이다. 코로나로 인해 훼손된 수요를 견인한다는 게 명분이었다. 개인에게 1400달러를 지급하고 여기에 실업수당으로 주당 300달러씩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미국 구조 플랜을 통해 옐런 장관은 연준의장 시절엔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없었던 실물경제(메인 스트리트)를 도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미국 구조 플랜은 엄밀히 말하면 옐런 장관과 바이든 대통령의 작품이 아니었다. 코로나 창궐이 시작됐던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상당 부문 준비됐던 부분이었다. 덕분에 나름 진통은 있었지만 미국 구조 플랜은 상하원을 결국 통과할 수 있었다. 나라로부터 호주머니돈을 받게 된 개인들이 환호했던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호주머니에서 몰래 돈을 털어갈 거란 사실은 당시엔 알지 못했고 설령 알았어도 무시하고 싶던 '불편했던 진실' 이었다. 옐런 장관의 의회 정치력이 제대로 시험대에 오른 건 빌드 백 베터 법안의 가운데 토막인 미국 일자리 플랜과 미국 가족 플랜에서였다. 각각 인프라 법안과 복지 법안으로 요약될 수 있는 2개의 빌드 백 베터 플랜은 합치면 거의 6조 달러에 육박하는 재정을 시장에 푸는 거대한 경기부양책이었다.연준이 2년째 제로금리 통화정책은 고수하는 상황에서 6조 달러의 재정정책까지 더해지는 셈이었다. 당연히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적어도 인프라 법안과 복지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인플레이션 논란이 공식화돼서는 절대 안됐다.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의장과 자넷 옐런 부의장과 파월 위원은 세 차례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시중 달러가 인플레이션으로 기화되는 끊는점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높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2020년 코로나 위기에서 '파월발 이지 머니'를 공격적으로 풀 수 있었던 배경이다. 2021년 1월 재정권력을 틀어 쥔 옐런이 다시 '정부발 이지 머니'를 풀겠다고 나선 배경이었다. 인플레이션은 쉽게 오지 않다는다는 생각이었다. 오직 우려할 건 인플레이션에 대한 여론의 우려였다.두려워할 건 인플레이션 그 자체가 아니라 오랜 기간 잊고 있던 인플레이션 '경험'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적어도 연준 의장과 재무부 장관은 그렇게 믿었던 게 틀림 없었다.
신기주 2022.09.02 05:32 PDT
2021년 11월. 예상대로 파월은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발표 직후 다우지수, S&P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상승 마감했다. 미 상원 인준 표결(2022년 5월 13일)에서도 찬성 80표, 반대 19표로 파월 의장의 4년 임기 인준안이 가결됐다. 시장은 그가 팬데믹 직후 '달러 프린터' 가 됐던 것처럼 계속 비둘기가 되길 원했고 의회는 '매'가 돼 천정부지로 오른 인플레이션을 잡아주길 바랐다. 파월의 연임에는 옐런 재무장관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자넷 옐런 전 연준의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는 별다른 개인적 인연이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무부 장관이었던 스티븐 므느신은 트럼프 캠프에서 선거 자금을 담당했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월스트리트 성골이었다. 반면 옐런은 샌프란시스코 연은총재 출신으로 월스트리트와도 인연이 없었다. 당연히 유력 인사들이 바이든한테 선거자금을 대게 만들 연줄도 없었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리하는데 옐런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2020년 11월 30일 바이든 당선인이 자넷 옐런 전 연준의장을 재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이유는 2가지였다. 하나는 바이든 개인이 지닌 옐런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바이든은 연준의장 시절 자넷 옐런이 이룬 인플레이션과 임플로이먼트의 균형을 높이 평가했다. 혼돈의 트럼프가 그걸 망쳤다고 봤다. 트럼프가 망친 미국을 재건하는 게 목표였던 바이든한테 옐런의 경제수장 복귀는 상징적 조처였다. 다른 하나는 민주당 강경파가 옐런을 지지한다는 사실이었다.
신기주 2022.09.01 20:11 PDT
파월도 알고 있었다.연준은 하위 50%에게 직접 달러를 줄 순 없다. 파월의 돈풀기도 버냉키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메인 스트리트(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해 풀려던 돈이 월 스트리트에 고여버리는 유동성 함정 말이다.그래서 파월은 한 가지 장치를 덧붙였다. 이른바 메인 스트리트 구제를 위한 대출(Lending) 프로그램이었다. 현재 파월의 결정 중에서도 가장 논란거리인 정책이다.워싱턴에선 연준위원들은 SUV를 즐겨 탄다는 농담이 있다. Special Utiility Vehicle은 특수한 쓰임새를 가진 자동차를 말한다. 연준이 메인 스트리트 구제 대출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 SPV를 비튼 표현이다. Special Purpose Vehicle의 줄임말이다. 연준 사전에 따르면 SPV는 연준이 특정 타깃 계층에게 자본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을 뜻한다. 모던 중앙은행은 통화량만 조절하는 기관이 아니다. 통화공급의 속도과 흐름까지 조절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건 그저 FOMC회의실에 앉아서 탁상공론만 벌이다 기준금리를 높이고 낮춰선 불가능한 목표다.그래서 파월은 SPV를 발명했다.파월의 연준은 SPV를 통해 부실 기업의 채권을 직접 매입해주기 시작했다. 코로나 때문에 망하는 기업이 없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결과적으론 어떤 이유에서든 망하는 기업이 없게 됐다. 이제 투자자들도 기업의 재무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사실상 없어졌다. 연준이 보증해주기 때문이었다.이게 전부가 아니었다.이른바 SOHO들도 연준의 SPV에 동반탑승하게 만들었다. Small Office Home Office는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자영업자들이다. 상장 기업도 아닌 자영업자들한테까지 연준이 최종대부자로 나선 것이다. 심지어 연준은 지역연은을 통해 직접 SOHO들의 융자채권을 매입해줬다. 지역연은이 시중은행 역할까지 하게 만든 것이다.메인 스트리트 렌딩 프로그램은 기준금리나 양적완화와는 차원이 다른 가공할 돈풀기였다. 기준금리는 언제든 맘만 먹으면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온도조절장치다.양적완화는 월 스트리트에게 자본의 배분을 맡기는 방식이다. 월 스트리트에 거대한 유동성 함정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지만 대신 언제든 회수가 가능했다.메인 스트리트 렌딩 프로그램은 솔직히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돈들이었다. 위기에 취약한 기업과 상인들은 사실 평소에도 취약하다. 코로나가 끝난다고 해서 연준이 자금을 회수하기도 어려운 대상이다. 파월의 메인 스트리트 렌딩 프로그램은 연준판 이지머니의 끝판왕이었다.메인 스트리트 렌딩 프로그램은 미국 경제를 구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고 약속한 파월의 종합선물세트였다.그런데 모럴해저드의 위험 말고도 SPV를 몰고온 파월의 메인스트리트 렌딩 프로그램엔 미묘한 트릭이 숨어 있었다.파월은 메인 스트리트 랜딩 프로그램의 시행 첫 주에만 무려 600만 달러의 기업과 자영업자 채권을 사들였다. 파월은 메인스트리트 랜딩 프로그램에 무려 4조 달러를 배정했다.그렇지만 이런 막대한 자금을 연준이 메인 스트리트에 공급하는 것에 관해 법적인 근거가 희박했다. 변호사 출신인 파월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준 내외부의 변호사들을 총동원했다.변호사 연준의장 파월은 결국 변법적 방법을 찾아냈다. 연준과 재무부의 합작법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재무부는 원래부터가 메인스트리트 랜딩 프로그램 같은 부실 기업과 영세 자영업자 보호 제도를 운영하는 기관이다. 재무부는 연준 SPV에 1%의 지분을 참여했다. 이렇게 포장을 재무부 SUV로 바꿨지만 나머지 99%는 연준 자금이었다.재무부 번호판을 단 SPV를 타고 정부 이름으로 연준이 돈을 뿌린 꼴이었다.
신기주 2022.08.31 16:25 PDT
더밀크의 프리미엄 경제방송 미국형님 라이브가 31일 오후 5시(미 서부 시각), 9월 1일 오전 오전 9시(한국 시각) 더밀크 TV를 통해 방영됩니다. 미국형님 데이비드 리 테일러 투자자문그룹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방송에서 미국 거시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비자신뢰지수와 일자리 숫자에 대해 분석합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 본색과 CPI 지수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언급합니다. 1부에서는 투자를 위한 일반주의 종류와 경제사이클에 따른 투자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형님이 꼽은 오늘의 톱픽 기업도 소개합니다. 2부 방송은 더밀크닷컴 독자들만을 위한 방송으로 꾸며집니다. 2부에서는 경기침체에도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과 환경서비스 산업군의 리더 3개 회사를 소개합니다. 더밀크 닷컴 프리미엄(연/월 유료 구독) 회원들만을 위한 2부 방송은 1부 방송이 끝난 직후 시작됩니다. 2부 방송은 아래 링크를 통해서만 시청할 수 있습니다. 미국형님 애청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권순우 2022.08.31 14:49 P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