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질로우가 갑작스럽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질로우의 빠른 매매 알고리즘 모델이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주택 플리핑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리치 바튼 질로우 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집값 상승 속도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라고 이유를 밝혔는데요. 전체 직원의 25%에 달하는 2000여 명의 직원을 감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질로우는 아이바이어(iBuyer)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주택 플리핑(Flipping) 사업을 해왔는데요. 플리핑이란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한 뒤 고쳐서 되파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서 지난달 18일 질로우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주택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현재 보유한 주택만 9800채, 그리고 매입 계약이 이뤄진 주택이 8200채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난 분기 손실은 3억 180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습니다.👉팬데믹 최대 피해자 '질로우' 미국 주택시장은 어느 때보다 '핫'한 셀러스 마켓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집을 내놓기만 하면 팔리는 거죠. 최근 제가 거주하는 애틀랜타 외곽 스와니 시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셀러가 방 6개짜리 싱글 주택을 82만 5000달러에 시장에 내놨는데요. 오픈하우스 하루 만에 수십 개의 오퍼가 들어왔고, 최대 90만 달러의 현금 오퍼를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가장 많은 오퍼를 낸 바이어는 "꼭 사고 싶다. 다른 바이어가 가격을 올리면 우리도 더 올려서 사고 싶다"라고 했다는데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거죠.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생각지도 않은 돈이 들어왔고, 시드머니가 생긴 미국인들이 주식 등에도 투자하면서 돈을 불렸죠. 그리고 가장 큰 원인은 저금리입니다. 2%대에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연준은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죠. 지난 2007년 집을 구매하면서 7%의 이자율에 모기지를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심리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핫한 시장에서도 안 팔리는 집이 있습니다. 수리하지 않은 집입니다. 프리미엄을 얹어서 집을 사다보니 고쳐서 쓸 여력이 없는거죠. 질로우가 플리핑 사업을 포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집을 사도 수리할 사람이 없는 거죠. 거기에 공급망 병목 현상 때문에 자재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미국의 기존주택은 보통 20년이 넘은 집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꼭 수리가 필요한데요. 질로우의 경우 집을 사놓고 새롭게 단장을 하지 않으니 이렇게 뜨거운 시장에서도 집이 안 팔리는 거죠.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질로우는 플리핑 대상이 되는 집을 평균 중간값 대비 6만 5000달러나 비싸게 사고, 평균 판매가보다 6.1% 낮은 가격에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원자재를 비싸게 사서, 높은 인건비를 들이고, 값싸게 팔아치운다면 최악의 결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겠죠. 이번 결정에 질로우 주가는 2일 10% 이상 떨어졌고, 3일 오전(미 동부시각)에도 전날보다 18.77% 떨어진 70.84달러에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돈나무 언니가 또 등장했습니다.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수장인 캐시 우드는 이날 질로우 주식을 쓸어담았는데요. CNBC에 따르면 총 28만 8813주를 매입했다고 합니다. 2일 종가 87.20달러를 기준으로 2500만달러 규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