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3일부터 3박 4일 간 샌디에이고 컨벤션 센터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CES로 불리는 바이오(BIO) USA가 개최됐다. 오미크론 때문에 온라인으로 전환했던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Morgan Healthcare Conference)의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오프라인으로 열린 바이오 컨퍼런스(BIO conference)는 시작부터 대흥행이었다. 샌디에이고 거리 곳곳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배너가 걸려있고 호텔은 빈 객실을 찾기 힘들 정도로 성황이었다. 올해 바이오USA의 주제는 디지털 헬스케어였다. 컨퍼런스에서는 이전보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주제가 많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컨퍼런스에서는 분산형 임상실험(DCT, Decentralized Clinical Trial), 원격 환자모니터링(RPM, Remote Patient Monitoring), 디지털치료제(DTx, Digital Therapeutics) 같은 단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새로운 감염병이 발견되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하는 것이 백신과 치료제다. 감염병의 발생기전을 이해하고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임상 검증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기존에 10년 이상 걸리던 신약개발, 임상시험, 인허가 과정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비약적으로 단축됐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로 신약 후보물질을 추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시험 결과를 예측해 최적화하는 기술이 활용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팬데믹 기간 중 미국에서는 '비대면 임상시험'을 진행한 것이 신약, 백신 개발 기간을 줄이는 획기적 역할을 했다. 전자임상시험증례기록(eCRF)을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또 임상 시험이 끝난 후 인허가 자료 제출을 위한 결과 정리와 데이터 분석도 AI 도움을 받았다. 이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와 임상시험의 수요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변화한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메드어블(Medable), 사이언스37(Science37), 트레드(Thread)와 같이 비대면 임상시험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유니콘의 반열에 올랐다. 서로의 기술과 성과를 자랑하며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과거에는 디지털 기술이 AI를 활용하여 약물을 개발 프로세스를 돕는 등의 보조적 수단이었다. 이제는 제약바이오가 갖고 있던 프로세스를 디지털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진정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