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장관 “뉴욕 등 글로벌 핵심 도시, K스타트업 거점화 하겠다”
[이영 중기벤처부 장관 더밀크 인터뷰]
스타트업 해외 진출 활동 이어져… 보스턴서 K스타트업 로드쇼
랩센트럴과 MOU… 뉴욕 맨해튼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개소
‘숙원’ 복수의결권 도입 소회… “투자자 권한 제한 우려 과도”
해외에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의 수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물리적 지원뿐 아니라 소프트웨어(프로그램)를 혁신해 전략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순 수출 지원에 그쳤던 과거와 달리 실질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스마트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장관은 “한국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역량 강화로 최근 한국 기업에 대한 해외 기업, 공공기관, 대학,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스타트업 해외 진출 성과 이어져… 보스턴서 K스타트업 로드쇼
이 장관은 24일부터 29일까지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 ‘한국 스타트업의 세일즈맨’ 역할을 자처했다. 성과도 적지 않다. 워싱턴 D.C. 순방에 총 60여 개 한국 스타트업, 중소기업이 참여했고 그중 5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따낸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이사벨라 카실라스 구즈만 미국 중소기업처장을 만나 한국과 미국의 중소기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보스턴에서는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양국 바이오 딥테크 기업 협업과 관련 산업 혁신을 위한 MOU(양해각서) 4건을 체결했다.
이 장관은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해외 기술을 도입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반대”라며 “바이오, AI(인공지능) 등 딥테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수준이 매우 높아져 다양한 글로벌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진행된 ‘K스타트업 투자 로드쇼’에서는 메디픽셀, 바이오오케스트라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한국 스타트업이 발표를 진행,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세계 최초 RNA(리보핵산) 기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으로, 최근 글로벌 바이오 제약회사와 최대 8억6100만달러(한화 약 1조1546억원)에 달하는 공동연구 및 옵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서울로보틱스, 고피자 같은 로봇 관련 기업, 생성 AI(generative AI) 스타트업인 프렌들리에이아이(FriendliAI), 토스를 서비스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 등도 이번 로드쇼에 참여했다.
랩센트럴과 MOU… 뉴욕 맨해튼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개소
이영 장관은 “보스턴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해 인천 송도에 K바이오 랩허브 구축을 시작한 것 역시 스타트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물리적인 허브를 넘어 학교, 대학병원, 연구소, 벤처캐피털(VC), 스타트업이 실질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는 클러스터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랩센트럴과 MOU를 체결, 양국 기업의 더 활발한 교류가 예상된다”며 “뉴욕, 보스턴 등 글로벌 주요 도시와의 협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24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소식’을 개최한 바 있다.
중소벤처기업 수출 지원 해외 거점인 수출인큐베이터(BI)를 입주공간 제공 중심에서 개방형 공유공간인 GBC로 재편하며 뉴욕 GBC를 개소한 것이다. 국내 중소벤처기업은 GBC를 활용, 단기입주 혹은 해외출장 시 네트워킹 및 협업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음 달부터는 센터 특화프로그램, 현지 네트워크 협업사업 등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인 리야드에도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구축 중이다. 공간은 사우디 정부로부터 제공받고, 한국은 운영을 위한 소프트웨어만 제공한다.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정부 예산이 한정돼 있으므로 협업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숙원’ 복수의결권 도입 소회… “투자자 권한 제한 우려 과도”
이 장관은 최근 통과된 복수의결권 법안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창업자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있는데, 복수의결권 도입 및 구체적 방식을 주주들이 협의해 정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의 권한이 제한된다는 건 과도한 우려라는 것이다.
복수의결권 법안이란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 장관은 의원 시절인 2020년 8월 관련 제도 도입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투자 유치로 창업자의 의결권 비중이 30%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 창업자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복수의결권 도입을 위해 정관을 개정하거나 실제로 발행하려면 주주총회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 장관은 “복수의결권은 벤처업계의 숙원이었다”며 “단순히 창업자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게 아니라 주주들이 합의를 통해 복수의결권을 도입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에 진출하려면 확실히 차별화된 딥테크(Deep Tech, 심층 기술) 기업이 되거나 경쟁자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핵심은 스타트업 자체의 경쟁력”이라며 “복수의결권 도입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 및 성숙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