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미의 기준이 반영된 캐릭터' 시작은 캐릭터 만들기다. 제페토는 실제 얼굴을 촬영해 나와 닮은 캐릭터를 만드는 세미 리얼리스틱 아바타(Semi-realistic avatar) 기술을 사용했다. 실물을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 렌더링하고 표정과 입의 모양을 자동 생성한다. 맨 얼굴에 안경을 쓰고 촬영을 하니 맘에 들지 않는 결과물이 나왔다. 결국 샘플 아바타 중 나와 가장 닮았다고 생각한 캐릭터를 선택하고, 현실 속 나를 반영해 꾸몄다. 사실 비슷한 거라곤 안경과 올림 머리 뿐이다. 제페토 세상 속 사람들은 다들 한결 같이 백지장처럼 희고 작은 얼굴에 소위 '퇴폐미' 넘치는 화장을 하고 있었다. 타투와 피어싱, 홍대에서 볼법한 패션들. '스우파(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영향인지 힙한 댄서 스타일링도 많이 보였다. 몸 사이즈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는데 대부분이 9등신였다. Z세대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을 엿볼 수 있었다. 나도 나름 예쁘고 이상적인 부캐를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5등신에 안경을 쓴 난 그들과는 다른 종(種) 같았다. '점프만 하고 나왔다. 그게 끝인 줄 알았는데...'처음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부터 어려웠다. 사람들은 점프를 하고 다니고, 채팅창은 빠르게 올라갔다. 왜 뛰는지, 무슨 대화를 하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으니 끼어들 틈도 없었다. '친구 만들기' 방에 들어가서도 혼자 헤매다 결국 나왔다. 가상 현실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는 건 한순간이었다. 그러다 어느 자정 쯤 '노래방, 마이크 키고 노래 부르세요' 방에 들어갔다. 캠핑장을 배경으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밤 하늘이 별빛과 오로라로 가득 찬 이 곳은 꽤 낭만적이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 순서가 되면 마이크를 키고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대부분이 10대 친구들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브의 일레븐, 아이유 노래를 부르며 누군가는 춤을 추고 기타를 치며 놀았다. 노래의 힘이었을까? 진짜 캠핑장에 와서 사람들과 두루두루 모여 앉아 즐거운 밤을 보내는 것만 같았다. 풀밭에 드러눕자, 누군가 내 옆에 와서 함께 누웠다. 아무말 없이 우린 그렇게 친구가 됐다. 대화를 하지 않아도, 내 옆에서 같은 동작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유대감을 느꼈다. 서로를 팔로우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노래는 새벽 3시까지 계속 됐고 난 모르는 이의 흥얼거림에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렇게 제페토를 천천히 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