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휩쓰는 미국 빅테크에 '디지털 영토' 또 내줄 것인가?

reporter-profile
Youngwon Kim 2023.05.27 15:29 PDT
AI 휩쓰는 미국 빅테크에 '디지털 영토' 또 내줄 것인가?
네이버 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하정우 센터장 (출처 : 네이버/디자인: 김현지)

[네이버 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하정우 센터장 인터뷰]
●일본, 동남아, 중동 등 글로벌 시장, 소버린(sovereign) AI서비스 및 인프라 구축 계획 하는 네이버.
●챗GPT등 기존 빅테크 서비스에 종속 막기 위한 국가 전략 필요성 대두
●미래의 기업 생존은 AI 기술력에 의해 결정될 것

“세계는 지금 AI 전쟁 중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 데이터 공개를 전략적으로 진행하고, 스타트업들이 AI기술을 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하정우 센터장은 현재 AI 업계는 전시 상황이라고 정의 했다. 여기 저기서 총알과 포탄이 날아 다니고, 온갖 무기를 동원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과 국가들이 사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미국, 중국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AI 산업에 뛰어 들고 있고, 빅테크 기업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AI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동시에 AI기술 중심으로 조직 재편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은 AI조직 딥마인드와 구글 브레인을 합치고 새로운 AI조직을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알파벳의 행보는 알파벳이 이미 전시 상태에 돌입했고, AI경쟁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단면이라고 말한다. 알파벳의 통합된 두 조직은 오래 전 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고, 과거에는 조직 통합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는 챗GPT 플러그인(plug-in)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외부에서 개발한 기능을 챗GPT와 같은 서비스에 추가하는 방식을 플러그(plug-in)방식이라고 하는데, 이런 방식은 기업들이 챗GPT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

챗GPT를 통해 입력한 대화 내용들, 실행 내역 등 모든 데이터들이 오픈AI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 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에서 발생되는 데이터가 오픈AI의 시스템에 축적되고, 오픈AI의 서비스를 고도화 하는데 사용이 되는 것이다.

하 센터장은 심화되고 있는 AI시장의 경쟁 상황이 "기회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대한민국이 뒤를 따르고 있고, 이 국가들 이외에 초거대AI를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몇 개 없다”며 “초거대 AI를 만드는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동남아, 중동 등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각각의 나라의 기준에 맞춰 '소버린(sovereign) AI' 정책을 펼치면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고 덧붙였다.

소버린 AI 란 무엇인가?

소버린 AI정책이란 일률적인 글로벌 표준을 따르거나, 특정 기업에 데이터가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각 국가 혹은 기업이 데이터에 대한 소유와 권한을 온전히 가질 수 있도록 AI인프라를 구축 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알파벳, 오픈AI와 같은 AI빅테크들과 전면전을 할 것이 아니라, 각국의 정부, 기업에 맞는 AI사용 환경을 구축하는 사업을 통해 사업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 메타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세계 각국의 '언어' 기반 서비스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일본, 중동 등 세계 각국은 빅테크에 맞설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영국'도 소버린 AI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챗GPT 대항마를 만들기 위해 AI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1억파운드(약 1670억원)의 초기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와 전용 AI 연구 리소스에 약 9억 파운드를 투자하기로 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AI는 향후 10년 동안 전 세계 GDP를 7%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영국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벼 "신기술에 투자함으로써 보다 혁신적인 영국 경제를 형성하는 일환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을 계속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20년간 구글의 공세에 버텨 '자국 1위' 포털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일본에 진출 '라인'을 성공리에 '일본의 메신저'로 인식시켰다. 이 같은 전략을 AI에 적용, 빅테크 기업에 맞선 노하우를 AI 서비스를 필요로하는 세계 각국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 센터장은 “지금 AI 시장에서는 서로 기술 공개도 안 하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시 상태에서 공공 데이터를 모두 공개 해버리면 적국에 총탄을 제공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전략을 잘 세워야 한국의 AI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라고 말했다.

또 "산업군을 성장시키는 것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 정부는 AI산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영역의 데이터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공공 데이터 공개를 진행 중 이다. 정부의 공공 데이터 공개에도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AI 개발 연대기 (출처 : 그래픽=김현지)

기업의 생존, AI에 달렸다.

2020년 5월 말 GPT3가 세상에 공개 됐다. 당시 GPT3의 성능도 상당히 우수했지만, 한국에서는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고, 서비스에 대한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하 센터장은 네이버 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센터의 성낙호 총괄과 함께 GPT3서비스를 테스트 겸 2주 정도 써본 뒤, “생성형AI 기술을 가진 회사와 가지지 않은 회사가 분명하게 갈릴 것”을 직감했다고 한다.

하 센터장은 해당 AI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과 방향을 준비해 네이버 고위임원들을 설득했고, 곧이어 네이버는 생성형 AI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에 대한 연구개발이 동시에 일어나야 했기 때문에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만큼 네이버 내부에서도 중요성에 대해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네이버의 초기 생성AI서비스 중에는 격리조치 된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에게 자동으로 연락을 하는 콜 서비스, 식당 예약을 자동으로 받아주는 서비스 등이 있었다.

그리고 네이버는 초거대 AI와 클라우드를 결합해 B2B부문으로의 성장을 계획 함과 동시에, 22년 하반기 부터는 생성AI를 네이버 대부분의 서비스 및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세계적으로 작년 11월 말 부터 국내에는 올해 1월 부터 챗GPT 열품이 불기 시작했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은 뒤 클라우드 인프라 지원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엣지 브라우저, 마이크로소프트365 등 다양한 서비스에 챗GPT기능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인터넷 세상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구글도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미국 빅테크들의 움직임이 네이버가 구상 중인 ‘AI 마스터 플랜’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을 확인한 하 센터장은 “우리의 계획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네이버는 4월 네이버 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이라는 AI기술 R&D를 총괄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네이버의 AI 역량을 한 곳에 모은 것이다. 그리고 고도화된 생성형 AI서비스인 하이퍼클로바X를 빠르면 7월,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보는 AGI는?

AI, 랩실을 넘어 현실세계로

하 센터장에 따르면 최근 AI연구가 과거와 달리 속도감 있게 현실 세계에 적용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즉, 연구실과 현실 사이의 장벽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만 하더라도 AI는 순수하게 연구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최근 몇 년 간은 논문이 실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형식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실생활에서의 문제 해결을 한 논문이 저명한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다. 논문을 통해 만든 기술이 서비스로 제공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예전에는 몇 년이 걸리거나 아예 현실화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면, 이제는 기간이 3-4개월이 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AI분야의 박사들이 학교를 가는 것 보다 기업으로 많이 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풍부한 인프라와 현실문제를 풀었을 때 임팩트가 기업에 소속 되었을 때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AGI는 언제 가능한가?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는 특정 분야 뿐 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서 생각과 학습을 하고 창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AI를 지칭한다. 챗GPT와 같은 현재 수준의 생성AI가 과연 AGI에 근접했는지에 대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많은 상태이다.

하 센터장은 AI가 발전한다면 AGI가 이론적으로는 가능은 하지만, ‘지능(intelligence)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언어모델의 크기를 계속 키워 나간다고 하더라도 AGI를 달성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답했다.

AI의 성능을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양질의 데이터, 알고리즘, 하드웨어 등이 필요하다.

하 센터장은 “데이터의 양과 질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모델의 크기와 양은 무조건 많을 수록 좋다. 하지만 아주 많은 데이터가 있더라도 모델의 성능이 좋지 않으면 감당을 못하기도 하고, 모델의 성능이 좋더라도 양질의 데이터가 없다면 AI의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기업의 입장에서 좋아지는 성능의 양과 투입되는 자원을 고려했을 때 투입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많으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라고 전하며 “반도체와 같은 하드웨어가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받쳐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AI기술 발달에 대해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그는 “현재 기술의 한계점과 문제점을 명확히 알고,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자동차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을 금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