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023 리뷰 : 파괴적 혁신은 살아있다
[뷰스레터 플러스]
●중국 스마트폰 대공습 .. 충격의 한국
●록히드 마틴 CEO의 MWC 등장
●텔코의 미래 : AI 네이티브
안녕하세요 뷰스레터 독자 여러분.
지난 2월 27일부터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 현장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MWC 취재는 10년만 이었습니다.
더밀크는 MWC 취재를 결심하며 독자 여러분께 "중국을 보기 위해 스페인에 간다"고 했었죠. 실제로 가보니 어땠을까요?
저는 경제신문 특파원 시절인 지난 2018년 12월. 미 보스턴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파괴적 혁신'의 구루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1952-2020) 교수를 1:1로 인터뷰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크리스텐슨 교수님에게 "책(혁신가의 딜레마)이 혁신의 교과서가 됐다. 하지만 책이 출간된지 20년이 지났는데 바뀐 것은 없는가?"라고 물어봤었는데요. 크리스텐슨 교수님은 "신기하다. 이 이론은 지금도 '과학적 법칙'에 가깝게 들어맞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혁신기업의 딜레마'에 따르면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란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 또는 서비스로 시장 밑바닥을 공략해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말하죠. 경영이 잘 이루어지고 평판이 좋은 기존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으로 '존속적 혁신'을 거듭하게 됩니다.
이때 기존 기업이 간과했던 시장 밑바닥의 수요를 노려 '파괴적 혁신'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적당한 수준의 기능을 저렴하게 공급하며 발판을 확보하죠. 저가 제품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한 업은 점차 기존 기업의 주류 고객층의 요구에 부합하는 제품도 제공해서 주류 고객층이 진입기업 제품으로 전향하게 해 시장을 장악한다는 이론입니다.
정확히 '파괴적 혁신'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 현장을 MWC2023에서 봤습니다.
삼성전자는 '존속적 혁신'을 하면서 시장과 기술 주도권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으며 중국 기업들이 '파괴적 혁신' 공식을 따라 시장 장악을 시작한 것입니다.
'파괴적 혁신' 이론은 2023년에도 살아 있습니다! (Disruptive Innovation is alive)
*더밀크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 타계 1주년 특집 기사 (1) 파괴적 혁신 이론은 관찰과 경청의 힘이었다) / (2) 글로벌 제약사가 코로나 백신 만들지 못한 이유는 혁신가의 딜레마 때문)도 확인해주세요.
중국 스마트폰 대공습 .. 충격의 한국
"중국폰이 많은 측면에서 삼성 갤럭시 시리즈를 앞서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를 하니 현장에 있던 한국 전문가 분들이 기분 나빠 하더군요. 저에게 "어떤 측면에서 그런가요?"를 집중적으로 물어봤습니다.
'한국 스마트폰=세계 최고'임을 지난 10년간 굳건히 지켰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과거 10년이 아닌 미래 10년을 보고 있습니다. 삼성은 '작년보다 더 큰, '더 나은 카메라'를 소비자에게 제시하며 존속적 혁신을 하고 있는 것이고(애플 아이폰도 마찬가지죠), 반면 중국 기업들은 '저가폰'으로 진입해서 2023년 MWC에서는 폴더블을 포함한 프리미엄폰으로 기술 및 가격 경쟁력을 과시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한국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 이후 삼성전자 혼자 버티고 있지만 중국폰은 1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화웨이, ZTE, 샤오미, 아너, 오포, 원플러스, 레노버 등 7대 중국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중국 내수 시장부터 치열합니다. 새 폰이 나올 때마다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 합니다. 또 롤러블, 9분 완충폰, 냉각 액체게임폰 등 혁신 제품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ZTE의 3D 태블릿 '누비아 3D'는 앞으로 생성AI와 하드웨어의 결합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또 AR/VR 등 메타버스 기기의 모든 것을 선보였습니다. '경쟁의 힘과 독점의 함정'을 봤습니다.
물론, 중국폰은 '기술과 가격'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겠죠. 화웨이와 ZTE는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있고 나머지 회사들도 중국 공산당 그리고 시진핑의 중국몽 정책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도 "이거 중국폰이냐? 나는 안산다"는 참관객도 옆에서 봤습니다. 중국 제품이 유럽을 집중 공략하고 있지만 유럽인들도 '중국산'에 반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산 스마트폰과 전기차의 유럽 점령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봅니다.
록히드 마틴 CEO의 MWC 등장
이번 MWC 기조연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사는 제임스 테이클릿(James Taiclet) 록히드마틴 회장 및 CEO 였습니다. F16 전투기, 스텔스기 등을 개발, 생산하는 록히드 마틴 회장이 모바일쇼에 나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영화 '탑건'에서 처럼 "국방 분야에 AI가 인간을 대신하게 될 것인가"란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아니다. 인간은 항상 국방 관련해 최종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라고 확답했습니다. 또 테이클릿 CEO는 ‘AI, 커뮤니케이션, 자율성'을 미래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의 키워드로 꼽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록히드 마틴은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는 AI 윤리 센터가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AI는 인간이 효과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인간이 국방 플랫폼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을 한다고 합니다.
그는 “모든 산업, 사업체, 정부 및 규제 기관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설계하고 개념화하는 초기단계에서부터 AI 윤리 센터와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며 AI 기술 사용에 대한 윤리성을 강조했습니다.
AI 시대.
철학은 전략이고 윤리가 곧 비즈니스입니다.
텔코(Telco)의 미래 : AI 네이티브
이번 MWC 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휩쓸고 있는 '챗GPT'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전세계 어느 컨퍼런스, 이벤트이건 챗GPT는 첫째 물음인데 MWC에선 마치 '금기어' 같았습니다. 챗GPT 사용 폭증이 결국 망 부하를 유발한다는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대신 '망이용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습니다. 글로벌 통신 사업자들은 실리콘밸리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망이용료'를 부과하려하고 넷플릭스 등은 "어림도 없다"는 반응입니다.
보다폰, 텔레포니카, T모바일, NTT도코모 등 글로벌 통신 사업자들을 찾았을 때도 느낌은 비슷했습니다. 통신의 미래는 메타버스, 스마트시티 등으로 보고 있었지만 인공지능(AI)을 사업의 중심에 둔 사업자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SK텔레콤과 KT 등 한국의 텔코가 AI를 모든 사업에 중심에 두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저는 오랜기간 통신사업을 취재해왔는데 한국 텔코가 '세계 최초 도입' 말고 비즈니스 모델로 글로벌 사업을 선도한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았습니다.
텔코의 미래는 AI에 있습니다. 망이용료 부과에 연대하기보다 격변의 시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급진적 혁신 방법으로 'AI 네이티브 텔코'가 되야할 것입니다. AI를 비즈니스에 중심에 둔다면 통신사는 핵심 수익을 보호하면서도 신사업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똑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밀크는 MWC2023 현장 리포트를 통해 AI 네이티브라는 '텔코의 미래'를 제시했습니다.
AI는 모든 부서와 조직 계층에 걸쳐 의사 결정을 내리는 핵심 역량으로 간주 필요
고객에 대한 보다 개인화된 추천, 콜센터의 응답 속도 향상 등 최고 경영진이 추구하는 우선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AI 투자가 필요
최고 경영진이 AI 관련 이니셔티브를 주도해야함
글로벌 ICT 산업은 소위 'CPND' 생태계로 정의됩니다.
콘텐츠(C), 플랫폼(P), 네트워크(N), 디바이스(D)가 융합되면서 경쟁하고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C와 P 중심으로 분석했다면 이번 MWC를 통해 N과 D의 미래를 보고 분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취재였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글로벌 혁신 현장에 언제나 더밀크가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SXSW2023 현장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저희에게 필요한건 독자 여러분의 응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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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더밀크 손재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