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잭슨홀에서 배수진을 치다
이번엔 첫 마디부터 달랐다.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은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들과 재무부 장관들과 경제학자들이 모이는 하계학술대회다. 제법 경치 좋은 휴양지에 열리지만 흘러나오는 메시지까지 한가한 경우는 별로 없었다. 역대 연준 의장들은 잭슨홀 미팅을 깜짝 발표의 무대로 활용하곤 했다.이유는 배경에 있다. FOMC 기자회견은 미국 통화정책회의인 만큼 미국 연준의 입장만 설명하는 자리다. 반면 잭슨홀 미팅은 글로벌 통화정책책임자들이 모두 모인 만큼 글로벌 통화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로 비춰진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달러의 파워를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무대가 잭슨홀 미팅이라는 얘기다.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은 잭슨홀에서 모여서 기축통화국 중앙은행장의 배경 역할을 하게 된다. 일단 잭슨홀에 모인 이상 디테일은 달라도 연준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인상을 주게 된다. 공짜 점심은 없다. 실제로 벤 버냉키 연준의장은 2010년 8월 잭슨홀에서 2차 양적 완화를 발표했었다. 당시만 해도 시장은 버냉키가 두 번째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낼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지금이야 양적 완화가 약방의 감초지만 당시만 해도 꽤 새로운 금융 수법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버냉키가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을 모아놓고 2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건 일종의 엄포였다. 이제부터 미국 경제를 살리려고 달러를 더 풀 텐데 이웃 나라들이 이걸 잘 흡수해줘서 달러 가치가 유지되도록 해줘야 한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버냉키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고 양적완화로 경기를 부양하는데 성공했다. 버냉키와 달리 인플레이션 없는 돈풀기에 실패한 파월은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180도 다른 메시지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달러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설테니 자국 경제가 좀 망가지고 세계 경제가 흔들리더라도 각자 알아서 안전벨트 매고 각오들 하라는 메시지 말이다. 그래서 첫 마디부터 달랐다. 거두절미 단도직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