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신용, 은행은 과연 지켜질 것인가
신뢰는 언제나 지켜줄 것이란 믿음에서 옵니다. 특히 위기상황에서 말이죠. 사람들은 은행을 신뢰했습니다. 은행은 철저히 관리된다고 믿었고, 망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고, 설사 망해도 정부라는 뒷배가 있다고 믿었죠. 그런데 지금 이 믿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실버게이트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뱅크가 폐쇄된 거죠. 그리고 사건은 ‘미국 지역은행’이라는 범주를 넘어섭니다. 유럽의 대형 은행 크레딧스위스은행은 뱅크런(대량출금)이 이어지면서 경쟁사인 UBS에 인수됐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서도 예금 인출이 이어지며 주가가 90% 빠졌습니다. 이제는 독일 대형은행 도이체방크까지 위기론이 나옵니다. 이 은행들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이유는 각자 다릅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대량 인출요청(뱅크런)이 발생하고 이를 처리하지 못한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죠. 실버게이트는 주요 고객사였던 암호화폐 거래소 에프티엑스(FTX)의 급작스러운 파산이 컸습니다. SVB는 자산의 57% 이상이 채권이었죠. 채권은 비교적 안전한 대신, 만기 전에 팔면 손해입니다. 스타트업의 인출 요청이 늘어나면서 은행은 손해 보고 채권을 팔아야 했습니다. 이는 시장의 불안감으로 이어져 추가 인출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