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몰락, 실리콘밸리 아킬레스건 드러내다
"내 40년 경력에서 이렇게 완전한 기업통제 실패는 처음 본다."유동성 위기로 파산을 신청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 이 회사의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SBF, 30)가 물러난 후 회사를 수습하고 구조조정을 위해 CEO로 내정된 존 레이 3세의 한탄이다. 존 레이는 지난 2001년 회계 부정으로 몰락한 엔론의 파산 후 절차를 성공적으로 이끈 구조조정 전문가다.그는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출한 파산보호 관련 서류에서 "이렇게 신뢰 할만한 재무 정보가 전혀 없는 곳은 처음 본다”며 “위태로운 시스템, 해외 당국의 잘못된 규제, 감독부터 경험이 없고 위험해 보이는 극소수 개인들의 손에 회사 통제권이 집중됐다”고 질타했다.창업 3년만에 기업 가치 320억 달러(약 43조원)에 달하며 ‘코인판 신데렐라’로 등득했던 회사가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않았으며 세콰이어 캐피털, 소프트뱅크, 블랙락 등 내로라 하는 밴처캐피털과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수조원의 자금을 실질적 조사없이 투자했다는 뜻이다.FTX 파산은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리며 큰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FTX 파산은 부채만 최대 66조원에 이르며 채권자는 10만명에 달하는 초대형 금융 사건이다.엔론(2007년), 리먼브라더스(2008년) 파산에 비견되는 미국 기업 역사에 남을 만한 실패다.사건 발단에서부터 파산까지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파산의 규모는 물론 속도면에서도 세계 신기록감이다. 사막의 모래 위에 으리으리한 성을 짓고 이 성이 마치 윈저성 같은 대접을 받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상황이 2022년에 벌어진 것이다. 짧으면 10년, 길면 닷컴 버블 붕괴 이후 20년간 쌓아온 기술 혁신에 이은 삶의 변화 자체를 흔드는 실리콘밸리식 혁신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힌다. 테라노스 사기 사건(2015년), 위워크 기업가치 붕괴(2020년)를 겪고도 반성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