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혁신의 진원지 실리콘밸리. 애플, 구글(알파벳), 메타(페이스북), 엔비디아, 인텔, AMD, 비자, 세일즈포스, 어도비, 페이팔, 우버 등 한 시대를 규정하고 해당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들이 모여 있는 혁신 집적단지다. 실리콘밸리가 오늘날 모습을 갖춰지게 된 것은 한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계 최고의 인재와 그들로 부터 나오는 아이디어,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대규모 모험 자본(밴처캐피털)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만든 핵심 동력 중 하나는 '밴처 자본'이다. 수익률과 주가를 보고 기업을 평가하는 전통 월스트리트 방식과 달리 '사람과 아이디어' 그리고 '잠재력'을 보고 '뜰만한 기업'을 골라 일찍 투자하고 성장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대규모 투자 회수에 성공했다. 실리콘밸리식 방식은 21세기를 새로 규정한 혁신적 투자 방식이었다. 큰 부작용도 있었다. 바로 지난 2000년 닷컴 버블이 대표적이다. 인터넷이 새로운 경제를 만든다는 기대감만 보고 묻지마 방식으로 밴처 기업에 투자하고 상장했다가 버블이 터져 2003년까지 3년간 경기 침체를 보였다. 붕괴 직후인 지난 2001년 1월 실리콘밸리(산타클라라 카운티) 실업률은 3%였지만 버블 붕괴 후폭풍으로 구조조정과 대량 해고가 정점에 달한 2003년에는 9.2%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금 실리콘밸리에는 '닷컴 버블' 당시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지난 10~15년간 번영기에 실리콘밸리에 이주하고 사업을 시작하거 빅테크 기업에 입사한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주가나 회사 실적이 '우상향' 뿐이었던 초호황기를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위기도 사실은 '기회'였기 때문에 발판 삼아 성장을 가속화했다. 그러나 2022년은 다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 가파른 물가상승(인플레이션) 등 복합 요소로 발생한 실적 부진 및 주가 폭락이지만 이 위기가 '경기 침체(리세션)'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언제 위기 상황이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주가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2022년의 주가 침체는 넷플릭스, 메타,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으로 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실리콘밸리도 긴장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꺾이고 투자 유치도 지난 2021년에 비해 확실히 어려워졌다. 처음 닥쳐보는 대외 경제 환경에 당황할 수도 있다. 때문에 실리콘밸리 밴처캐피털은 최근 잇따라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졌다"며 신호와 조언을 쏟아냈다. Y콤비네이터는 포트폴리오 창업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으며 A16Z도 '하락 장을 돌파하는 프레임워크(A Framework for Navigating Down Markets)'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한국의 대표 밴처캐피털리스트인 한킴 알토스 밴처스 대표도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창업자들에게 위기를 돌파하는 법에 대해 조언했다. 이번 위기가 '2000년 닷컴 버블'처럼 L자형 침체가 될지 아니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얼어붙던 투자 분위기가 6개월도 되지 않아 회복됐듯 V 반등을 이뤄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실제 존 체임버스 전 시스코 회장도 "지금은 2001년이나 2008년 시나리오는 아니다. 미약한 스타트업은 투자를 못받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건전한 현상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이번 위기가 V자로 회복할지 L자로 침체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더 나빠질 수도 있으며 그 전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초기/중기/후기 스타트업 등을 막론하고 해야할 일은 '자기 점검'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