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짐 시몬스

23세에 박사 딴 ‘수학천재'
수학, 통계학적 방법으로 투자 결정
금융 전문가보다는 물리, 컴퓨터 등 과학 영재 채용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퀀트 투자(Quantitative trading)’에 대해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투자 대상의 가격, 가격 변동폭과 움직임 등 수치 데이터를 이용해 수학적 방법으로 전략을 세우는 투자를 의미한다. 수십 대의 슈퍼컴퓨터로 가득찬 데이터센터에서 페타바이트 단위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복잡한 수학 모델을 이용해 투자 타이밍을 계산한다. 기업의 비전 같은 질적인 데이터보다는 숫자를 기반으로 한 양적인 데이터를 중시한다.

이런 독특한 투자 방식은 누가 개척한 것일까? 퀀트 투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짐 시몬스(Jim Simons)와 그의 투자 회사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Renaissance Technologies : 일명 렌텍 RenTech)은 월가의 투자 방식을 재정의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수학 천재가 투자 회사를 세운다면?

짐 시몬스는 포브스 선정 2019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2020년 가장 부유한 미국인 23위에 오른 인물이다. 그의 경력은 일반적인 직업 투자자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 특이하다.

그는 10여년을 학계에서 보낸 ‘정통 수학자’다. MIT에서 수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23세의 이른 나이에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 Berkeley)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수학 천재'이기도 하다.

학위 취득 후에는 미국 국립과학원(U.S.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미국 국방연구원(The Institute for Defense Analyses)등 여러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학자로서, 교수로서 경력을 쌓았다.

순수하게 학문적으로 수학을 연구하던 그가 갑자기 투자 쪽으로 전향하게 된 것은 1978년, 시험적으로 만들어 본 헤지펀드 ‘모네트릭스(Monemetrics)’의 성공 때문이다. 수학 이론과 통계학적 모델을 이용해 투자 전략을 세우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이 펀드를 토대로 그의 투자 회사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세운다.

최근 공개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포트폴리오

ⓘ 자료는 해당 회사가 미국증권거래 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에 제출한 13F 보고서를 기준으로 작성 되었으며, 현재 포트폴리오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투자전략: 통계 기반으로 주가 패턴 분석...오를 주식 알아낸다

양적 데이터를 기본으로 한 퀀트 투자

기업의 펀더멘털(재무 상태, 경영 전략), 사회 공헌이나 법적인 이슈 등 기존 투자자들이 고려하던 요인을 아예 배제하는 퀀트 투자. 이 설명을 들으면 “저런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답은 ‘그렇다' 이다. 실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메달리온 펀드는 1988년부터 2018년까지 30년동안 연 평균 세전 66% 이상의 수익을 기록했다.

짐 시몬스는 1988년부터 전적으로 양적 예측(quantitative analysis)을 토대로 한 투자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특정 주식, 금융 상품의 몇 년간 가격 통계와 기타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가와 앞으로의 수익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든다. 특정 금융상품이 지금 당장은 내려가거나 제자리걸음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올라가는 패턴이 보인다면 이를 구매한다. 쉽게 말하자면 기계가 그 동안의 금융 데이터를 보고 학습한 다음 투자할지 판단하는, 일종의 금융 머신러닝과 AI를 운영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퀀트 투자가 이렇게 수익률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투자 환경의 변화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월가 투자자들의 독점적 정보력이 약해지고, 최근 몇년 동안에는 방대한 금융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다. 내부자 거래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짐에 따라 “내부 정보"나 “빠른 정보"에 기반한 투자 결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퀀트 투자자들에게 더 유리한 투자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투자 전문가 대신 과학자 출신 채용

짐 시몬스의 독특한 점은 인재 채용에서도 드러난다. 금융맨, MBA 출신들을 주로 채용하는 일반 투자 회사들과는 달리 르네상스는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과학자’들을 채용한다. 금융 관련 경력이 없는 수학자는 물론 물리학, 기호학, 컴퓨터 과학자들을 채용하여 모델을 발전시키고 운용한다. 시몬스 자신도 그렇듯, 훌륭한 투자자보다는 훌륭한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이들을 뽑는 것이다.

"We have three criteria: If it's publicly traded, liquid, and amenable to modeling, we trade it.” “우리는 투자 대상을 평가할 때 다음 세 가지를 봅니다. 상장되어 있는지, 유동성이 있는지, 양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는지 보고, 그런 것들을 투자하는 거죠.”
짐 시몬스

기술주와 헬스케어 중심의 포트폴리오

그렇다면 '퀀트' 투자의 대가 짐 시몬스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올해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정리했을까?

2021년 상반기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의 주식매매보고서(13F)에 따르면, 시몬스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의 주요 IT 기업들의 주식과 모더나를 가장 많이 매입했다.반면 바이두, 테슬라, 구글 등을 가장 많이 팔았다.

그가 예측 모델에서 고려하는 데이터들과 원칙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른 고수익 헤지펀드의 포트폴리오와 대체적으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수학과 과학이 얼마나 시장을 잘 예측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사례다.

퀀트 투자의 특성상 장기보유보다는 단타에 집중하고 펀더멘털과 숫자 외적인 트렌드를 보지 않지만, 상황에 따라 집중 투자하는 산업군은 항상 조정된다.

최근 2년간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포트폴리오는 헬스케어, IT 분야의 투자 비중이 늘었다. 2021년 2분기 기준, 짐 시몬스의 포트폴리오 중 IT기업은 19.1%, 헬스케어는 20.4%를 기록했다. 5년 전 같은 기간 각각 13.6%, 17.4%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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