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애플을 겨냥하면서 이른바 빅테크 소송 세트가 완성됐습니다.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5년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최근에는 아마존, 구글, 메타 등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걸었죠.21일(현지시각) 미국 법무부는 16개 주 법무부 장관과 공동으로 애플을 상대로 뉴저지 법원에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고객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맥북과 아이패드, 애플워치,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를 비롯한 자사 제품과 서비스만을 사용하도록 유도한 정책이 경쟁을 저하한다는 게 이유입니다. 소송의 후폭풍을 컸습니다. 이번 소송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애플 주가는 4.09% 하락, 기업가치 1130억달러(약 150조원)가 증발됐습니다. 애플의 독점적인 생태계에 대한 견제는 미국 정부뿐만 아닙니다. 지난 4일 유럽연합(EU)은 애플이 음원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에 더해 디지털시장법(DMA) 위반을 이유로 애플을 주요 빅테크 기업 중 가장 먼저 조사할 뜻도 밝힌바 있습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엑스(X, 옛 트위터), 데이팅 앱 틴더 모회사 매치그룹 등은 법원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애플이 앱스토어에 외부 결제를 허용하도록 한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죠. 앞서 에픽게임즈는 인앱결제만 허용하는 앱스토어 결제 시스템이 반독점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1월 애플의 정책이 반독점법 위반은 아니지만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해야 한다고 확정한 바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최근 애플이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준수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 주가 흔들…DOJ 소송 의미는? 소식이 알려진 후 애플의 주가는 4% 떨어졌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10% 떨어졌죠. 독점적인 생태계로 성장해 온 애플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이번 소송전에 애플에 진정한 타격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많습니다. 고소장에 DOJ는 애플이 반경쟁적 관행으로 소비자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엄격한 앱스토어 규정을 완화하고,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아이메시지(iMessage)를 개방하며 아이폰에서 더 다양한 스마트워치와 디지털 지갑이 더 쉽게 작동하도록 하면 소비자가 아이폰을 고집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란 주장이죠. 이는 아이폰이 본질적으로 열등한 제품이라는 점을 함의합니다. 이는 소비자의 인식과 배치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애플 대변인은 "이번 제소는 애플의 정체성은 물론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애플 제품을 차별화하는 원칙을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소송이 목적을 달성한다면 사람들이 애플로부터 기대하는 기술을 창조하는 능력이 방해받을 것"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에서 보듯 소송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패소한다고 하더라도 집행조치를 지연시키는 법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죠. 2021년 ‘애플은 앱 개발자가 고객에게 애플의 인앱 결제에 대한 대안을 알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은 대법원이 애플의 항소 심리를 거부한 지난 1월에야 발효됐습니다. 법무부 및 경쟁사와의 장기 소송전은 애플에 독이 될 것입니다. 소송의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모든 신규 서비스와 제품 개발 과정에서 법률적 검토 과정이 길어지고 그만큼 속도를 내서 공개할 수 없는 문화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애플이 팀쿡 CEO 이후 회사 안팎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외부적으로는 법무부 및 경쟁 기업과의 전방위적인 견제의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주가 부진에 자율주행차 개발 사업이던 프로젝트 타이탄 좌초, 야심차게 공개한 '애플 비전 프로'의 부진, 생성AI 기술에 대한 의문(구글 및 오픈AI LLM 솔루션을 도입 검토 중이라는 보도)이 제기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