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 시스템의 후진성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빅테크들은 그동안 이러한 헬스케어 산업을 개혁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는데요. 생각만큼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존과 JP모건, 버크셔헤서웨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힘을 합쳐 만든 합작법인도 결국 실패로 돌아간 걸 보면 미국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포기는 이르다고 보는 듯 합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프로토콜은 “그간의 실수에 겸손해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빅테크들이 헬스케어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바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입니다. 보다 새롭고, 전통적인 방법으로요.예컨대 아마존은 최근 온・오프라인 1차진료 플랫폼인 ‘원메디컬’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원메디컬은 연 199달러를 내면 당일진료가 가능한 진료소를 안내해주고 24시간 온라인 진료가 가능한 일종의 프리미엄 서비스인데요. 의료체제 전체로 보자면 아주 작은 틈새시장이지만, 아마존은 여기에 주목했습니다. 오라클은 지난해 의료정보기업 ‘사나(Cerner)’를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인수해 의료데이터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고요,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부터 의사와 환자와의 대화를 인식하고 전자의료기록에 입력할 수 있는 기술협력을 해온 ‘뉘앙스 커뮤니케이션’을 지난해 아예 인수해버렸죠. 알파벳은 웨어러블부터 의료데이터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어 집중 타겟분야가 어디인지 아직 모호하지만, 알파벳이 보유한 AI와 기계학습을 기반한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헬스케어 혁명은 불가능하다…다양한 틈새를 공략하라미국 헬스케어분야가 많은 빅테크들의 ‘넥스트 빅씽’임은 자명합니다. 아마존은 앤디 제시(Andy Jassy) 취임 이후 최대액수인 39억달러를 원메디컬 인수에 지출했고요. 구글은 핏빗 인수에 21억달러를, 마이크로소프트는 160억달러를 뉘앙스 인수에 투자했습니다. 오라클은 무려 280억달러를 사나 인수에 썼죠. 빅테크들은 업계 저명한 전문가를 영입하고 맞춤형 소프트웨어, 신뢰할만한 브랜드 이름, 핵심 IT 인프라에 접근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기업이라 해도 현 헬스케어 체계의 근본적 개선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엔 기술기업이 가진 한계도 있습니다. 스테파니 데이비스(Stephanie Davis) SVB증권 시니어 매니징디렉터는 “의료산업은 기술에 없는 두가지를 필요로 하는데 첫째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 둘째는 소비자의 최대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구글이나 아마존 브랜드를 보고 사람들은 ‘그들이 정말 나를 돕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로토콜은 “기술분야 유명인사들은 모두 어떤 식으로든 업계를 뒤집으려 시도하며 마술처럼 고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며 “느린 개선속도에 겸손해진 빅테크는 더 좁은 범위의 건강관리 카테고리에서 잘 알려진 소비자 및 전문 브랜드를 구매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틈새부터 장악하는 전략을 택한 빅테크들이 앞으로 의료분야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지 계속 주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