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내려놓을 용기냈더니 더 잘되더라" 루닛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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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4.04.21 15:52 PDT
"CEO 내려놓을 용기냈더니 더 잘되더라" 루닛 스토리
백승욱 루닛 의장 (출처 : 재미과기협 )

[재미과기협 주최 2024 '스텝 업' 애틀랜타 컨퍼런스] 백승욱 루닛 의장
CEO 내려놓고 도메인 전문성 갖춘 전문가 선임... 회사 성장 경험
AI 기술에 '암 정복'이라는 하나의 비전에 집중
"화려한 경력보다 오랜 신뢰 구축한 구성원 영입"

결국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당신의 일을 하라.
백승욱 루닛 의장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재미과학기술자협회 주최 '스텝 업' 컨퍼런스에 연사로 나선 백승욱 루닛 의장은 힘든 시기에 이 글귀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는 벤 호로위츠 저서 '난제 해결 방정식(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에 나오는 글귀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계기"라고 그는 덧붙였다.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해외 피칭을 다니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던 시기였다. 그는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있는데도, 내가 부족해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서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이어 "영어도 네이티브가 아니고, 도메인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대표직을 내려놔야 했다"고 말했다.

2018년 루닛은 당시 가정의학과 전문의 출신 서범석 의학 총괄이사를 대표로 세웠다. 백 의장은 "대표 교체 이후 IPO를 비롯해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며 "용기를 냈던 결정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성장 모멘텀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예비 창업가들에게 '루닛' 구축 과정에서 주요했던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했다. 백 의장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며 "모든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동의할 때까지 충분히 논의하고 새로운 디렉션을 설정하면서 일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백승욱 루닛 의장 (출처 : 재미과기협 )

인공지능 기술 만들고 시장 탐색... "기술+고객 만족도 균형 갖춘 시장 선택"

루닛은 지난 2013년 백 의장을 비롯한 카이스트 출신들이 설립한 의료AI 기업이다. 흉부 X선 사진 판독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상품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유방암이나 폐암 등의 진단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에 합류,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력하고, 치료제가 환자에게 효과적인지를 검증하는 'AI바이오 마커'도 개발 중이다.

루닛은 문제에 대한 솔루션이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을 먼저 갖춘 후에 시장에 내놓을 상품군을 찾는 방식을 선택했다. 패션 분야와 의료 분야 사이에서 고심하던 백 의장은 의료 분야를 선택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기술 레벨과 고객 만족도가 균형을 가진 시장을 찾는데 집중했다"며 "의료 분야에서는 기술이 아니라 질환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조언을 듣고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의료 트렌드가 데이터 기반(Data Driven)으로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강점인 머신러닝(ML) 기술과 잘 맞아 떨어졌다는 것.

이런 의사결정을 통해 선택한 비전은 쉽게 바뀌지 않는 기업의 강점이 됐다. 백 의장은 "암이라는 질환으로 회사의 방향을 잡는데 있어서도 무척 큰 용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선택과 집중'을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백 의장은 "우리 기술을 보고 협업 요청이 끊이질 않았지만 다양한 협업 대신 암 하나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루닛은 '인공지능으로 암을 정복한다(Conquer cancer through AI)'는 사훈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화려한 경력보다 오랜 신뢰 구축한 구성원 영입"

스타트업의 인력 구성 측면에서도 그의 팀 구성 방식은 특이했다. 백 의장은 "카이스트에서 힙합 동아리를 통해 만난 친구들을 모았다"며 "회사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구성이었다. 투자자도 '정상적인 VC가 투자할 수 없는 팀 구성'이라고 하더라"라고 회고했다.

백 의장이 집중한 부분은 신뢰감이었다. 도메인 전문성보다 오래갈 수 있는 팀워크가 중요했다. 그는 "모든 구성원이 카이스트 출신이었다. '의료' 부문의 전문성이 없었지만, 구성원들의 러닝커브가 빨랐기 때문에 동기부여와 비전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백 의장은 자신들이 가진 기술에 도메인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웠다. 현재 루닛에는 14명의 전문의가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또 헬스케어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을 영입, 스톡옵션을 제공하면서 자문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유명 학술지에 퍼블리케이션을 통해 전문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그는 후배 창업가들을 향해 "전자공학도 출신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창업을 했다"며 "회사가 성장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고비마다 용기를 냈던 것이 위기를 극복의 핵심이었다. 내가 옳다고 강하게 믿는 것에 대해 용감하게 실행하라"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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