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암 정복 위한 10년 플랜 가동

AGI로 불리는 전지전능한 AI의 등장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복적이고 노동 집약적인 업무는 오랫동안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어 왔지만,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지식 기반 전문직은 이러한 도전을 비켜갈 수 있는 분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AGI의 출현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러한 예상조차 바뀌고 있습니다.

‘AI의 습격’으로 본인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는 위협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의사 같은 전문직도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AI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더밀크와 만난 의료용AI기업 루닛의 백승욱 의장은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많은 의사들이 의술 향상을 위해 첨단 기술을 기꺼이 활용할 의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백 의장은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진단, 판독을 보조한다는 개념 자체가 이전부터 있었고, 의사분들이 AI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라고 하며, “과거의 경우 AI의 도움을 받으려고 사용했더니, 너무 정확도가 떨어져서 그 동안 싫어했던 것이고, 오히려 쓸 만한 녀석이 나오면 얼마든지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루닛에는 13명의 의사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진료 목적이 아니라 대부분 R&D을 위한 인력이라고 하는데요. 개발자들의 경우 의료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료AI개발, 의료계 네트워크 확장 등을 위해 의사들은 루닛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합니다. 백 의장은 내부에서 채용 중인 의사들 뿐 만 아니라 현직 외부 의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백 의장이 말하는 ‘의사들이 보는 AI’에 대한 답변에 신뢰가 갔습니다.

루닛의 성능 현장에서 이미 입증

AI는 이미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루닛의 이미지 기반 암 진단 솔루션은 그 정확성에 있어서 국내외 의료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에서 흉부 엑스레이 진단 보조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루닛 ‘인사이트 CXR’은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의 암 진단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사들은 CXR을 사용하여 5,238개의 사례 중 31개의 폐 결절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의료진이 혼자서 진단 절차를 수행했을 때의 13개 보다 더 많은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의 의학 교육 및 연구 기관인 카롤린스카 인스티튜트가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유방암 조기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가 평균 유방암 발견율을 향상시키기도 했습니다.

유방암 검진을 받은 55,579명의 케이스를 기반으로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에서 1,000명 중 4.3명 꼴로 유방암을 진단하는 성능을 보여 주었는데요. 이는 두 명의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모니터링 과정에 참여했을 때 기록된 4.1명보다 높은 수치였습니다.

백 의장은 연구결과 및 실제 사례에서 보여주는 루닛의 성능에 대해서 “이제 겨우 입장권을 받은 것과 같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성능의 우수성은 보여주었지만, 실제로 글로벌 의료기관이 루닛의 솔루션과 서비스를 구매해 의료 서비스에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라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로 고객층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백 의장은 미국 출장을 자주 오가는데요. 최근 샌프란시스코 부근에 “조그만 한 스튜디오를 빌려 지내고 있다,”고 귀띔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제품 개발 및 업그레이드에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전까지 글로벌 시장에는 세일즈 팀만 두었다면, 이제는 북미 지역의 병의원들의 요구사항들을 적극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직접 발로 뛰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10년

백 의장은 2014년 루닛 설립 이후 창업 초기부터 AI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인지하고, 진입 장벽이 높다고 여겨지는 의료 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지난 10년이 의료 분야에서 AI 효과를 검증하는 기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암 퇴치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루닛은 앞으로 전 세계 병원과 클리닉에 배포된 루닛의 솔루션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암을 조기 진단하고, 적합한 치료제를 제안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규제로 인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조차 어렵지만, AI기술의 발달로 규제도 점차 완화될 것을 기대한다고 하네요.

백 의장은 "AI 플랫폼 개발은 지난 10년간 인사이트 솔루션 개발에 투자한 것처럼 향후 10년간의 장기적인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루닛 스코프(Lunit Scope)로 명명된 이 플랫폼은 특정 약물이 암에 효과가 있는지 분석해, 특정 암에 효과가 있는 약물만 추천 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암 치료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네요.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의료 목적으로 배포, 설치된 의료 기기 및 솔루션을 수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즉, 전체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하지 않는다면, 부분적인 업그레이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루닛은 첨단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이러한 엄격한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규제가 완화되면 루닛과 같은 기업들이 AI 디바이스 및 솔루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업그레이드하고, 의료계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의료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글로벌 정부와의 파트너십 확대는 루닛의 사업 확장 전략의 중요 요소라고 합니다.

따라서 루닛은 대 정부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루닛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 정부와 함께 유방암에 대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유방암 검진에 루닛의 솔루션이 기본적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수년간의 테스트를 거쳐 루닛 솔루션의 성능을 면밀히 모니터링한 후 추가 도입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이 솔루션의 효과가 입증되면 향후 호주 전역의 더 많은 클리닉과 병원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5년은 루닛의 턴어라운드 원년이 될 것'

루닛은 2022년 상장 이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해 많은 시장 분석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지속적인 손실에도 불구하고 백 의장은 2025년까지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계획에 대해 자신감을 표명했습니다.

현재 회사 비용의 대부분은 여러 지역의 식품 및 의약품 관리 기관으로부터 승인을 획득하는 직원, 그리고 개발자 및 의사들을 포함한 연구 개발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백 의장에 따르면 앞으로의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는 "루닛은 현재 지출 수준을 유지하면서 향후 매출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루닛은 2020년 21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1년에는 457억 원, 2022년에는 507억 원으로 영업손실이 늘어났습니다. 매출 구성은 70% 이상이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