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애플... AR 헤드셋 스타트업 ‘미라’ 인수
‘미라 프리즘’ 헤드셋으로 화제... 공간 컴퓨팅 연장선
인재 or 특허 인수 관측... 마리오 카트 헤드셋 제작하기도
애플이 AR(증강현실) 헤드셋 스타트업 ‘미라(Mira)’를 인수했다. 전날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 WWDC 2023에서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공개한 지 하루 만이다. VR(가상현실)/AR/MR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애플이 파상 공세에 나섰다는 평가다.
더버지에 따르면 애플은 미군용 헤드셋 등을 만드는 로스앤젤레스 기반 AR 스타트업 미라를 인수했다. 미라의 CEO인 벤 태프트(Ben Taft)는 자신의 비공개(private) 인스타그램 계정 게시물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혔고, 애플이 이를 확인했다.
‘미라 프리즘’ 헤드셋으로 화제... 공간 컴퓨팅 연장선
미라는 201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2017년 ‘미라 프리즘(Mira Prism)’이라는 99달러 헤드셋을 출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미라 프리즘은 아이폰을 장착해 사용하는 형태로 구글이 2016년 공개했던 ‘데이드림(Daydream)’과 유사한 형태다. 현재는 이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미라 프리즘 프로’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으며 창고, 건설 현장 등 손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작업 공간에서 주로 활용돼 왔다.
눈앞에 대화 상대를 띄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미라 커넥트(Mira Connect)’ 기능도 있다. 숙련된 전문가가 현장 작업자의 미라 프리즘 프로 카메라를 통해 원격으로 현장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조언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현재 미라 프리즘 프로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애플이 비전 프로를 발표하며 강조한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미라 프리즘 프로는 스마트폰 없이는 작동하지 않고, 해상도가 떨어지며, 시선 추적(eye tracking), 손 동작 인식 등 애플 비전 프로가 구현한 기능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들지 않은채, 즉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눈앞에 가상 정보를 띄워 확인할 수 있다는 점, 헤드셋 착용자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지 않고, 주변 환경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방식과 ‘공간 확장’을 강조한 애플의 방향성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인재 인수?... 닌텐도 마리오 카트 헤드셋 제작하기도
애플은 회사를 인수할 때 통상적으로 발표하는 성명서를 더버지에 제시했다. “애플은 때때로 작은 기술 기업(smaller technology companies)을 인수하며 통상 (인수와 관련한) 우리의 목적이나 계획을 밝히지 않는다”는 짧은 내용이다.
구체적 인수 목적을 알 순 없지만, 이번 인수로 애플은 벤 태프트 CEO를 비롯해 최소 11명의 미라 직원을 영입했다. 인재 인수(Acqui-hire, 인수와 고용의 합성어) 혹은 특허 자산 확보를 위한 움직임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더버지에 따르면 미라는 현재까지 약 17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한때 애플의 디자인을 이끌었던 조니 아이브(Jony Ive)가 미라의 자문을 담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라는 미 공군과 해군과 공급 계약을 체결, 프리즘 프로 헤드셋을 납품하고 있으며 일본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테마파크 ‘슈퍼 닌텐도 월드’에서 마리오 카트를 탈 때 착용하는 헤드셋을 제작하기도 했다. 게임 속 가상 캐릭터와 아이템을 헤드셋 화면에 표시, 헤드셋 착용자가 놀이기구를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