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를 추는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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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a Moon 2022.08.01 20:29 PDT
왈츠를 추는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출처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회전문이 두렵지 않은 우영우: 왈츠를 춰라
허준이와 임윤찬, 그리고 교육에 대한 15가지 질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지루함의 미덕

안녕 어린 시절의 나,

며칠 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봤어.
9화에 등장하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을 보며 너를 떠올렸어.

예전에 네가 다녔던 수학 학원은 밤 10시가 넘으면 커텐을 치고 10분간 불을 껐잖아.
한참 심야교습 단속을 했을 땐데, 다함께 숨을 죽이고 엎드려 있다가 자정까지 수업을 이어서 했어.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네가 곤히 잠들고 있는 방에 들어온 엄마는 책상 위 풀다만 문제집을 들여다 보셨어. 문제집 책장 넘기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다 “일어나"라는 냉랭한 말 한 마디가 들리면, 넌 번쩍 일어나서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 다시 잠들었어.

맞아. 어린 시절의 넌 수족관 안에 갇힌 고래 같았어. 인정 받고, 칭찬 받기 위해 그 좁은 풀장 안을 열심히 헤엄치며 재롱을 부렸지. 예측불허한 바다와는 달리 수족관은 안전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계속 불안정했어.

좁은 수족관에 사는 범고래는 주로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고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등 지느러미가 휘어져있어. 너와 네 친구들도 휘어진 지느러미를 하나씩 갖고 있었지. 헤엄칠 때 평형 감각을 유지시켜주는 지느러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몸과 마음은 자꾸만 기울어졌을 거야. 우린 어딜 향해 가고 있는 거였을까?

(출처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교육에 대한 15가지 질문

(출처 : 김현지, Shutterstock)

방황했던 너는 자유를 억압한 엄마를 원망했지. 그런데 엄마는 그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셨어. 본인이 키운 나무가 더 잘 자랄 수 있게 제 손으로 나뭇가지를 자르고 다듬으며 가지치기를 했던 거니까.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은 대한민국 교육 현실 속 우린 무얼 탓할 수 있을까? 학생도, 부모도, 선생 모두 무언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걸 느끼고 있지만, 하나같이 묵인해야 했지. 그래서 난 오늘 용기내어 소리내고 싶어. 대단한 어른은 아니지만, 고민하고 질문하는 어른으로서 우리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들을 이야기 해보고 싶어.

한국과 미국에서 생활하며 양국의 교육 시스템 장단점을 느낀 더밀크 기자, 리서처, 서비스 개발팀 등 임직원들은 15개의 질문을 해봤어. 교육의 목적은 무엇인가? 과연 누구의 만족을 위해서 교육을 할까? 한국에서 스스로 질문 하는 교육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교육의 관점을 성공에서 성장으로 바꾸는 게 어떨까? 함께 답을 찾아가 보자.

👉 교육, 15개의 질문

기계는 멈추지만 사람은 비로소 움직인다

(출처 : MARCO BOTTIGELLI)

넌 심심하면 뭐해? 최근에 한 방송에서 심심해서 스마트폰을 찾는 아이에게 ‘심심함을 느껴보라'고 말한 부모의 말이 인상 깊었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진정 우리가 좋아하는 걸 찾아 볼 수 있다 하더라고.

참 맞는 말이야. 나도 예전에 심심할 때 산책을 나가거나, 그림을 그리고, 피아노를 쳤어.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쉽게 시간을 때울 것들이 많아. 핸드폰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지. 우린 지루함을 잘 참지 못해. 생산성에 목을 매는 현대인에게 지루함은 치료해야 할 병이 된 것만 같아.

“기계는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면 멈추지만 사람은 그 때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진정으로 깨어나는 때는 사실 멈춰 있을 때라는 얘기야. 역설적이게도 쉬어야 크고 지루해야 머리가 돌아가며 멈춰야 성장할 수 있어. 그런데 우린 어쩌면 지루함을 느끼는 방법 조차 잊어버렸는지 몰라. 어떻게 해야 지루함을 느끼고, 이에 잘 대처할 수 있을까?

👉 지루함에 대처하기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합니다. 나중엔 늦습니다. 대학에 간 후, 취업을 한 후, 결혼을 한 후에는 너무 늦습니다. 비석치기, 술래잡기, 말뚝박기, 고무줄놀이 나중엔 너무 늦습니다. 불안이 가득한 삶 속에서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을 찾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라고 말해준 어른이 네게 없었지. 넌 혼자 헤매이다 부딪히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서 네가 편히 숨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야 했어. 그런 너에게 너만의 왈츠를 추라고 말하고 싶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우영우 변호사는 회전문을 무서워해. 타이밍을 맞춰서 회전문 안에 들어가는 게 너무 어려운 일이거든. 운 좋게 들어간다 할지언정 언제 나와야할지 몰라 몇 바퀴고 회전문과 함께 돌고 있어. 그런 우영우에게 회전문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어. 바로 ‘왈츠'야.

‘쿵짝짝, 쿵짝짝'

(출처 :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자를 타고 춤을 추면서 회전문 안으로 들어가는 우영우는 좀처럼 겁나지 않아.
같은 회전문이지만, 춤을 추니까 회전문은 공포의 대상이 아닌 재미난 놀이가 됐어.

이처럼 인생은 나만의 박자와 리듬을 만들어서 춤을 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세상의 속도에 무너지지 말고, 나만의 왈츠를 만들어보는 거야.

- 20대의 문준아가 10대의 준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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