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의 경쟁 (Race against Mac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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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3.08.13 16:07 PDT
기계와의 경쟁 (Race against Machine)
2020년 출간된 '아메리칸 로봇' 책 표지. 이 책은 미국의 로봇 역사를 다뤘다 (출처 : https://press.uchicago.edu/)

[뷰스레터플러스]
전 세계가 샌프란시스코의 결정을 지켜봤다
LA는 파업 중

"우리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새로운 질병, 즉 기술적 실업에 시달릴 것입니다.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찾을 수 있는 속도를 능가하는, 노동 사용을 절약하는 수단의 발견으로 인한 실업을 의미합니다."

20세기 최고 경제학자 케인즈의 말입니다. 케인즈는 1930년대에 이미 기술과 기계의 발전에 따라 일부는 수혜를 받겠지만 다수는 피해를 볼 수 있으며 인간은 기계와 경쟁해야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이것이 현재와 향후 수십년간 세계적으로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가 될 수 있음을 예고했죠.

케인즈의 예언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으로 점차 기계와 사람의 역할이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고, 이것은 기존 사회 제도와도 부딪히고 있는데요. 지금 AI 기술이 가장 발전하고 적용도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에서 '기게와 인간의 경쟁(Race against machine)'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주행 중인 웨이모 자율주행차. 지금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는 자율주행차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출처 : 더밀크)

전 세계가 샌프란시스코의 결정을 지켜봤다

지금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는 구글 웨이모, GM 크주즈의 로보택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인적이 드문 밤에만 돌아 다녔는데, 요새는 낮에도 주행합니다.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차가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을 실제로 보면 신기함을 넘어서 '충격'을 받습니다. 미래로 온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 차를 타보면 처음 5분은 "이게 잘 작동할까?"라며 불안감도 들지만 이내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장애물을 만나면 멈추고 비보호 좌회전도 어렵지 않게 해내는 것을 보면 놀랍습니다. 실제 찍은 영상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더밀크TV의 인자기 파괴자들에서 공개했습니다.)

빠른 속도로 확산 돼 자율주행차가 시내를 '점령'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별거 아닌 작은 장애물에도 멈추는 차가 오히려 교통 체증을 유발하지 않을까요? 우버 기사들도 없어지는거 아닐까요? 

이 같은 생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달 말 요금을 받는 '상업용' 로보택시가 24시간 시내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투표를 진행했고 위원들이 결의, 샌프란시스코는 24시간 로보택시가 돌아다니는 최초의 도시가 됐습니다.

약 10년 전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 모델을 최초로 합법화 시켜서 혁신 산업을 일으킨 샌프란시스코가 다시 현실을 뛰어넘는 제도를 도입한 것입니다. 시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로보택시의 '안전'과 '프라이버시' 우려가 있음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번 샌프란시스코의 결정은 기술의 발전과 비즈니스, 그리고 이를 수용하는 시민과 사회의 '오늘'을 반영하고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한 투표가 됐습니다.

👉미래를 당겼다… 샌프란, 24시간 연중무휴 ‘로보택시’ 허가

👉 24시간 로보택시, 수용될까? 거부될까?

헐리우드 작가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shutterstock)

LA는 파업 중

LA는 현재 곳곳에서 파업하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리처드 기어, 크리스찬 슬레이터, 다니엘 래드클리프, 수잔 서랜든 등 헐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피켓을 들고 디즈니 스튜디오 등 TV 드라마 영화 제작사 앞에서 시위하는 장면은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 배우조합(SAG-AFTRA)이 지난달 14일부터 파업을 시작했고 이에 앞서 영화, 드라마의 대본을 쓰는 미국작가조합(WGA)도 파업 중입니다. 지금 헐리우드 영화, 드라마의 90% 이상 제작이 중단 돼 올 겨울부터는 '영화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파업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인공지능(AI)' 때문입니다. 헐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은 챗GPT 등 생성AI를 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용하더라도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댓가, 보상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헐리우드 제작사들은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파업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디즈니 등 제작사들은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하고 가입자도 급감, 수익을 못내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위해 AI 도입을 멈추지 않겠다(아니 적극 도입하겠다.)는 입장입니다.  

AI와 인간과의 경쟁의 최선선(프론트라인)이 헐리우드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생성AI는 텍스트 뿐 아니라 사진, 영상, 음악을 자동으로 만들고 무한 복제, 생산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AI의 작업이 구분이 안갈정도로 정교해졌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디지털 플랫폼에 의해 콘텐츠 유통 한계 비용이 '제로'가 된데 이어 이제는 콘텐츠 제작비도 한계비용이 '제로'로 수렴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에 따라 새로운 현실에 부닥친 헐리우드 작가와 배우들, 그리고 수익 악화를 막기 위해 처절하게 변신하려는 스튜디오와의 갈등. 

영화같은 상황이 극장이 아닌 '현실'에서 개봉 중입니다. 

👉 디즈니는 '내환' 중..주가는 3년 전으로

영화 '오펜하이머' 포스터

약 10년 전인 지난 2012년, 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 MIT 경영대학원 교수가 펴낸 '기계와의 경쟁(Race Against the Machine)'을 흥미롭게 읽은 바 있습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는 역사적 대국이 벌어지기 전인데 저자들은 이 책에서 AI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전을 예측하고 이로 인해 상당수 인간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제도와 사회 시스템의 개혁을 요구했습니다. 

사실 이 책은 문제의식과 전개는 뛰어난데 결론은 구체적이지 않고 선언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10년 후엔 그렇게 될 것이다'고 예측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10년 뒤인 2023년. 인간은 본격적으로 기계와 경쟁하고 있으며 법과 제도도 바뀔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교육 및 인사 시스템도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지금 내리는 결론은 '선언'에 그치거나 기득권이나 특정 계급의 이해관계만 반영 되서는 안될 것입니다. 미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서둘러서도 안됩니다.

오펜하이머 모멘트가 '과학기술' 뿐 아니라 전 사회, 경제에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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