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오펜하이머' 모멘트

reporter-profile
손재권 2023.07.22 14:03 PDT
지금, '오펜하이머' 모멘트

7월 21일 전미 개봉한 '오펜하이머' 박스오피스 돌풍. 아이맥스 극장경험 극대화
이날 백악관과 AI 7개 기업들 정부와 책임있는 인공지능 개발 합의
오펜하이머 모멘트 막으려 안간힘.

“금세기 최고의 영화 중 하나다. 올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면 바로 이 영화다” 

미국 전역이 모처럼 ‘극장 개봉’ 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미디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처음 ‘극장 관람’ 열풍이 불고 있는 것. 

바로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동시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다. 이 영화는 개봉하자마자 ‘전율이 일었다’ ‘흐느껴 울었다’는 관객의 평가가 줄을 이었다. 올해 박스오피스 개봉작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오펜하이머는 2023년의 복잡한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영화로 평가받는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완전히 재편된 영화 미디어 산업에 지형에서 극장에서 즐기는 영화 관람의 경험을 극대화하며 영화관 관람의 이유를 만들었다. 인간의 시각적 경험을 한계치까지 보여준다는 70밀리미터(mm) 아이맥스(IMAX) 카메라를 사용, 흑백과 컬러를 오가며 보여준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오가며 과학사와 세계사를 교차시켰다.

그동안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 눌려 부진을 면치 못했던 ‘영화적 경험’이 부활하고 이 영화의 메시지와 연기들의 놀라운 연기력에 대한 평가 등은 앞으로 많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이 영화는 '오펜하이머 모멘트'를 재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21일 나란히 개봉한 '바비'와 '오펜하이며'. 두 영화의 경쟁은 '바벤하이머'로 불리며 극장 관람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처 :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

오펜하이머 모멘트란?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할 점은 영화 ‘오펜하이머’의 개봉일인 21일에 미 백악관과 오픈AI,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엔트로픽, 인플렉션 등 생성AI 서비스를 개발하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7개 기업과 함께 ‘AI 위험관리와 관련한 자율규제 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합의는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평가하는 ‘오펜하이머 순간(모멘트)’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오펜하이머 모멘트는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서 직접 핵무기를 개발하는 이론 기술 분야의 최고 책임자가 역할을 한 오펜하이머가 자신의 주도한 핵무기가 실전투입(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투하)과 그 참상이 알려지면서 핵무기 회의론자로 돌아서는 깨닳음을 뜻한다. 

오펜하이머는 실제로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며 자책했다. 그는 수소폭탄 등의 실험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했으나 오히려 당시 광풍으로 불어닥친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됐다. 영머는 이 실험과 깨달음의 순간을 그렸다. 

이후 ‘오펜하이머 모멘트’는 새로운 기술로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과학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돌아봐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인공지능이 ‘핵 개발’ 맨해튼 프로젝트와 비견되는 이유는 개발 속도가 빠르고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순간까지 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현대 인공지능의 대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제프리 힌튼 교수, 전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 현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등이 공통적으로 “AI는 핵무기처럼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은 이유는 이유가 있다. 인공지능의 개발 속도가 ‘기하급수적’이기 때문에 어디까지갈지 ‘인간’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1952년 10월 31일. 미국의 대규모 핵실험 실제 장면과 이를 주도한 로버트 오펜하이며. 오펜하이머는 이 장면을 보고 "이제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며 독백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실리콘밸리, 책임 의식을 가져라"

때문에 21일 오픈AI 등 AI 대표 기술 기업들이 정부와 합의를 시도하려한 것이다. 

이 합의에 따르면 AI가 생성하는 ‘차별적 행위’를 우선적으로 연구하고 외부 감사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사회적 위험을 조장하거나 국가 안보 문제를 유발하는 인공지능 모델은 회사 내외부에서 레드팀을 구성하기로 했으며 오디오 또는 시각적 콘텐츠가 AI로 생성되었는지 여부를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워터마크’를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그 순간이 오면 될지는 의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합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

실제 피터 로빈슨 레드햇(Red Hat) 수석 연구원은 “실제로 이 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고 반문했으며 폴 바렛(Paul Barrett) 뉴욕대학교스턴 기업인권센터 부소장도 뉴욕타임즈에 “자발적 약속은 시행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안으로 AI 기업들이 규제를 적극 받아들이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향후 행정부나 의회의 움직임을 늦추거나 규제안 내용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실리콘밸리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일갈한 오펜하이머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그리고 의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는 오픈AI CEO인 샘 알트만

영화 ‘오펜하이머’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영화와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상관관계를 떠올리며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책임’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더휘트비호텔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원작 공동 저자인 카이 버드와 대화에서 “지난 15년간 알고리즘을 갖고 노는 기업들은 성장했지만, 알고리즘이 하는 일에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AI를 휘두르고, 프로그래밍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별개의 실체라고 한다면 우리는 망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직격타를 날렸다. 

영화 오펜하이머가 ‘박스오피스’ 화제작을 넘어 기술과 산업, 그리고 정치 사회에까지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