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해고를 멈추지 않는가?... "AI발 산업구조 변화 시작"
[테크브리핑]
1. 기술기업 변화: 구글 등 기술기업 또 해고... AI발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감원 잇따라
2. 미디어 시장 변화: 넷플릭스, WWE와 10년 장계계약... 스포츠 중계 분야 진출
3. 투자 트렌드 변화: 안드레센 호로위츠, AI 중심 투자 전략 변경
1. 구글 등 기술기업 또 해고... AI발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감원 이어진다
연초부터 감원에 들어간 구글이 또 다른 사업부 해고를 단행하고 나섰습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문샷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구글X의 인력 감원에 나섰는데요. 수십 명의 인원을 해고하고, 외부 투자자 유치에 나서는 등 광범위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습니다. X로 알려진 이 사업부는 자율주행 서비스 '웨이모', 드론 배송 서비스 '윙' 등 알파벳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인큐베이팅한 조직입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벤처 캐피탈리스트를 비롯한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조달 논의를 해왔다고 하는데요. 알파벳 산하가 아닌 독립 스타트업으로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술 기업들의 해고 바람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틱톡 역시 비용절감에 나섰습니다. NPR에 따르면 틱톡은 세일즈와 광고 부서에서 약 60명의 직원을 해고하기로 했는데요. LA와 뉴욕, 텍사스주 오스틴 등에 있는 인력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텐센트를 모회사로 둔 라이엇 게임스는 전체 인력의 11%를 줄이겠다고 최근 발표했는데요. 약 530명에 달하는 인원을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술 분야의 일자리를 분석하는 '레이오프.fyi'에 따르면 2024년 들어 약 1만 개의 해고가 이뤄졌는데요. 지난해 25만 개의 기술 일자리가 사라진 이래 연초부터 기업들의 해고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지난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언급한 '효율성의 해'가 실리콘밸리 전반으로 확산, 올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해고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보다 세부적으로 특정 부서에 걸쳐 감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기업들 우선순위 집중...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감원
기업들의 해고는 전 산업군에 걸쳐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디어 분야에서 대규모 감원이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끄는데요. 23일(현지시간) LA타임스는 115명의 뉴스룸 인력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편집국 인력의 2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구독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디지털 광고 매출이 지지부진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세계적인 스포츠 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도 대규모 감원에 나섰는데요. 지난 19일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SI를 발행하는 회사 아레나그룹은 직원 상당수를 해고했습니다. 해고 규모는 1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주 기업들이 4분기 실적을 내놓습니다. 월가에서는 기술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미국 경기가 '연착륙'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왜 연초부터 감원에 나선 것일까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직원들에게 언급한 말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는데요. 그는 "2024년에는 더 많은 해고가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올해 큰 우선순위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선순위가 있는 곳에 투자를 집중하고 역량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건데요.
기술 기업들이 투자와 역량을 집중하는 곳은 바로 인공지능(AI) 분야입니다. 아마존 역시 최근 감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지출을 줄이고, 온라인 쇼핑 물류, AI와 같은 새로운 우선순위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메타의 인스타그램도 60여 명의 관리 계층을 없앴는데요. '우선순위' 영역을 지원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기술기업들이 감원 발표와 함께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이 '우선순위'입니다. 대개 연초에는 연례행사처럼 구조조정이 이뤄졌는데, 올해 기업들의 감원은 성격이 다릅니다. 산업 전반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잇따르고 있고, 구조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감원으로 풀이되는데요. 오죽했으면 기업 문화가 좋기로 알려진 구글 내부에서는 '해고가 일상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입니다. AI발 기술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트렌드는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미 대통령 선거 등 불확실성과 맞물려 연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2. 미디어 시장 구조적 변화: 넷플릭스 WWE와 10년 장계계약... 스포츠 중계 분야 진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WWE(세계 레슬링 엔터테인먼트)와 장기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프로레슬링 중계에 나섭니다. 스트리밍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스포츠 중계 분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WWE의 인기 프로그램인 '로(RAW)'의 중계권을 따냈습니다.
로는 대본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스포츠 라이브'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스포츠 라이브와 유사한 프로그램 형태로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 중계권을 갖고 있는 NBC유니버설 네트워크에서 연간 1570만 명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2025년 1월부터 10년간 계약을 위해 약 50억 달러를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앞서 NBC유니버설 산하 USA네트워크가 5년 13억달러 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해 약 2배에 달하는 계약을 맺은 겁니다. 넷플릭스가 라이브 스트리밍 분야에서 맺은 최대 규모의 계약입니다.
👉 OTT 생태계 변화에 넷플릭스도 전략 바꿔... OTT 업계, 라이브 스포츠 중계 경쟁 치열
넷플릭스는 지난해 11월 포뮬러 원 다큐멘터리 '드라이브 투 서바이브(Drive to Survive)'와 프로 골퍼를 따라다니는 프로그램 '풀 스윙(Full Swing)' 선수들이 출연하는 골프 토너먼트 '넷플릭스 컵(The Netflix Cup)'이라는 라이브 스포츠 이벤트를 스트리밍 했습니다. 오는 3월에는 라파엘 나달과 카를로스 알카라즈가 출연하는 테니스 경기 '더 넷플릭스 슬램(The Netflix Slam)'을 라이브스트리밍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그간 넷플릭스는 스포츠 오리지널 콘텐츠만을 제작했을 뿐 스포츠 중계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OTT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면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WWE로 계약은 넷플릭스는 구독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넷플릭스는 2022년 말 미국에서 6.99달러의 광고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10월 1500만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2300만 명에 도달했습니다.
OTT 기업들은 꾸준히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요. 애플은 OTT 애플 tv+를 통해 미국프로축구(MLS) 시즌 중계권을 따냈습니다. 유튜브도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일요일 경기 중계권 확보를 위해 7년간 연간 평균 20억 달러를 지불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 역시 미국 주요 스포츠 40개 팀의 중계권을 가진 다이아몬드스포츠 투자를 추진한 바 있는데요. 아마존의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스포츠 게임 중계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마존은 이미 미 프로야구(MLB) 뉴욕 양키스, 미 프로농구(NBA) 브루클린 네츠 경계 중계권을 가진 예스 네트워크의 지분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라이브 중계가 높은 광고 단가를 요구하는 데다, 스트리머가 광고주로부터 구매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OTT 기업의 스포츠 중계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3. 투자 트렌드 변화: 안드레센 호로위츠, AI 중심 투자 전략 변경
투자업계에서도 변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 투자회사(VC)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는 최근 인력 부문에서 변화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투자 전략이 달라지면서 과거 투자를 주도했던 파트너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포지션을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디인포메이션은 벤처캐피털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으로 구동되는 소비자 앱 등 최근 유행하는 영역으로 투자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를 안드레센 호로위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최근 이 회사의 소비자 투자부문을 이끌었던 카니 챈 파트너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챈 파트너는 중국 인터넷 동향 등을 파악해왔는데요.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그간 대형 소비자 시장이나 중국 소비자 앱을 찾는데 집중해왔으나, 대중국 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이 줄면서 자리를 떠나게 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소비자 부문 투자자였던 제프 조던 역시 자리를 물러나는 등 소비자 거래 부문에서 투자를 주도했던 4명의 파트너가 떠나게 됐는데요. 디인포메이션은 "중국 기술에 투자에 대해 미국 VC들이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AI를 향한 VC 업계의 관심을 반영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 a16z, 지난해 AI 관련투자 23개로 늘어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53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VC 중 하나입니다. 에어비앤비 등 히트메이커를 찾아낸 이력 때문에 다른 VC들도 이 회사의 투자 트렌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그간 VC들 사이에서 트렌디한 소비자 앱에 대한 투자 열풍이 불었던 것도 이 회사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투자 트렌드가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데요.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이 회사의 소비자 부문 기술에 대한 투자는 2021년 30건에서 지난해 13건으로 급감했습니다. 반면 AI 기업에 대한 투자는 오픈 소스 대형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Mistral)에 대한 4억 1500만 달러 투자를 비롯해 2021년 9개에서 2023년 23개로 늘어났습니다.
이 때문에 주로 기업, 소프트웨어 인프라, AI 스타트업 중심으로 투자팀을 강화했다고 디인포메이션은 분석했는데요. 회사 내 소비자 투자 팀 역시 소비자 AI 거래에 중점을 두고 있고, 성숙한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춘 그로스 팀 역시 챗봇 개발자인 캐릭터AI(Character AI)에 1억 50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자하는 등 AI향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