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뷰스레터플러스] 애플의 AI & XR 전략 살펴보기
●금지하며 띄운다: 챗GPT 역학관계
●스마트폰을 넘어: XR의 잠재력
●안전이 미래: MS 빌드와 월드코인
뷰스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원익입니다. 오늘은 세계 최대(시가총액 기준) 기업 ‘애플(Apple)’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오픈AI가 AI 챗봇 ‘챗GPT(ChatGPT)’를 선보인 후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을 만들어 내는 ‘생성형 AI(Generative AI)’ 붐이 일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이 분야 기술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선 다른 빅테크와 달리 애플은 다소 조용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AI가 가진 잠재력을 인정한다”면서도 “신중하고 사려 깊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체 개발자 컨퍼런스 ‘WWDC 2023’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아직 생성 AI 구현에 관한 청사진을 밝히지 않고 있죠.
애플이 잠잠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애플의 전략, 계획은 무엇일까요?
금지하며 띄운다: 챗GPT 역학관계
기술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발생한 일련의 이벤트에서 애플의 전략을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애플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지난 18일(현지시각) 애플 아이폰용(iOS)으로 챗GPT 앱을 출시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앱스토어 메인 화면에 노출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를 경쟁사로 생각하기보다 협력의 대상으로 봤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됩니다.
전 세계 20억대에 달하는 애플의 기기(아이폰, 아이패드) 챗GPT 같은 생성 AI 검색 엔진을 기본 옵션으로 탑재하는 조건으로 엄청난 매출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현재 애플 기기에는 구글 검색엔진이 기본 탑재돼 있고, 애플은 이를 통해 2022년 기준 200억달러(약 26조6000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챗GPT는 구글의 AI 챗봇 ‘바드(Bard)’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생성 AI 기업들의 경쟁을 지켜보며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기업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직원의 챗GPT 사용을 금지하면서도 챗GPT 앱을 적극적으로 띄운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스마트폰을 넘어: XR의 잠재력
애플이 서두르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다른 이유는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MR(혼합현실) 등을 포괄하는 확장현실 기기가 결국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넥스트 하드웨어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생성 AI 기업의 경쟁을 지켜볼 수 있는 것처럼 XR 시장을 장악하면 독보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오는 6월 5일 열리는 WWDC 2023에서 업계 전문가,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주제도 AI가 아닌 XR입니다.
다만 애플은 메타처럼 ‘메타버스’, ‘가상’의 개념을 강조하지 않고, 정반대인 ‘현실(Realit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WWDC에서 공개할 AR·VR·MR 헤드셋 이름도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로 알려졌습니다.
안전이 미래: MS 빌드와 월드코인
또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안전성 이슈입니다. 팀 쿡 CEO의 언급처럼 AI 기술은 최근 개인정보 보호, 가짜 뉴스 생성, 저작권, AGI(범용 인공지능) 및 킬러 로봇 출현과 같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아직 대중은 생성 AI 기술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이를 위한 적절한 규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게 미국 정부, 정치권, 업계의 의견입니다. 개인 정보 보호에 민감한 유럽 등 서방 국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구글이 지난 10일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에서 안전성 문제를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오는 23-23일(현지시각) 예정된 ‘마이크로소프트 빌드(Microsoft Build 2023)’ 예상 주제도 비슷합니다.
오픈AI를 설립한 샘 알트만 CEO 역시 표면적으로는 같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AI 시대가 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업체 ‘월드코인(WorldCoin)’을 만들었다는 설명입니다.
‘5년 3개월’
이메일, 웹 브라우징이 가능했던, 사실상 최초의 스마트폰 ‘블랙베리(BlackBerry)’가 출시(2002년 3월)된 후 최초의 아이폰이 등장(2007년 6월)하는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2011년 9월 기준 전 세계 블랙베리 가입자 수는 8500만 명에 달했으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의 급격한 성장에 밀려 지배적인 위치를 잃고 맙니다. 2017년에는 생산이 중단됐고, 결국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빠른 게 꼭 좋은 건 아닙니다.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애플이 시간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고 사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퍼스트 무버’가 아니라 ‘시장 지배자’가 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전략이 통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며 제대로 된 전략을 수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술 및 산업 변화 트렌드를 꾸준히 체크하는 게 한 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더밀크는 독자분들이 중요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혁신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정보·인사이트의 코파일럿(copilot, 부조종사)’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욕에서
더밀크 박원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