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안드로이드’ 노린다… 중국이 다시 쓴 AI 승리의 조건
지난 7월 17일 상하이 세계박람회 전시관. 상하이 전시장에는 처음 가는 것이었다. 40만명이 온다고 한다. 얼마나 사람이 많을까 상상이 안갔다. 입장 시간에 대기줄도 무한정 길 것이라 생각했다. 빨리 들어가고 싶은 이유는 40도에 육박하는 더위 때문이었다.하지만 실제 가보니 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WAIC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 받아 티켓도 등록 돼 있었고 안면 인식을 통해 본인 인증도 했기 때문에 입구에 얼굴만 대면 끝이었다. 입장을 하니 유니트리의 거대한 로봇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시작에 불과했다. 전시장에 갔던 전날인, 개막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대에 올랐다. 2018년 세계인공지능대회(WAIC)가 출범한 이래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AI 발전이 한 국가에 지배 돼서는 안된다"며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 지원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상하이에서 벌어진 가장 중요한 일은 시진핑 주석의 연설만은 아니었다. 러시아, 브라질, 카자흐스탄, 라오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세르비아, 쿠바 등 29개국 대표가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 설립 협정에 서명했다. WAICO는 독립적인 정부 간 국제기구로 본부는 상하이에 두기로 했다. WAIC 기간 열린 AI 글로벌 거버넌스 고위급 회의에는 약 80개국과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중국 측은 이를 '중국이 AI 분야에서 처음 개최한 고위급 주최국 외교 행사'로 규정했다. AI 분야에서 서방세계 없이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뜻이다.또 이날 문샷AI(月之暗面)는 무려 2조 800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키미 K3를 공개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을 공개,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월가의 주가를 흔들 정도로 파괴력이 컸다. 이렇게 WAIC 2026은 중국의 'AI'굴기' 선언을 위해 만들어진 무대였다. WAIC 2026은 나흘간 상하이의 세 곳, 세계박람회 전시관과 장장 과학성, 쉬후이 웨스트번드에서 동시에 열렸다. 주최측 공식 집계에 따르면 전시 면적은 10만㎡를 넘었고, 1117개 기업이 4,486개의 제품과 기술을 전시했다. 이 가운데 351개 제품이 글로벌 최초 공개됐고, 전시장에는 반도체 108종, 파운데이션 모델 261개,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체화지능(구체지능) 단말 208종이 늘어섰다. 참관객만 40만 명 이상이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전시장의 구성이었다. 모델의 성능을 자랑하는 부스는 소수였다.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 에이전트, 결제, 전력망, 공장, 소비자 기기, 휴머노이드가 하나의 동선 위에 배치돼 있었다. 중국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고 AI가 이미 어디에 설치돼 무엇을 돌리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전시장의 구성이었다. 모델 성능을 자랑하는 부스는 소수였다. 반도체와 서버, 데이터센터, 에이전트와 결제, 전력망과 공장, 소비자 기기와 휴머노이드가 하나의 동선 위에 배치돼 있었다. 중국은 AI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대신, AI가 이미 어디에 설치돼 무엇을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만의 AI를 과시하기로 작정한 듯 싶었다. 처음에는 이 WAIC를 미국과 같은 기준으로 보려 했다. 어느 모델이 더 똑똑한지, 중국산 칩이 엔비디아를 얼마나 따라왔는지, 휴머노이드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걷는지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전시장을 돌수록 그런 질문만으로는 중국 AI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개별 제품만 보면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도 있었고, 기업의 발표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수치도 적지 않았다. 중국산 칩은 여전히 격차가 있었고, 넘어지거나 멈춰 선 로봇도 많았다. 그러다 전시장 전체를 연결해 보니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났다. 중국 AI는 미국을 추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만의 완전체 AI를 구축하려 했다. 그리고 그 것을 동남아 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지역, 아직 미국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에, 수출하려 했다. 그래서 모델 기업은 미국의 폐쇄형 AI 기업과 다르게 가중치를 열어 생태계를 넓히고 있었다. '가성비'가 높아야 수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은 결제와 검색, 오피스와 이동을 에이전트 중심으로 다시 짜고 있었다. 아직 중국 내수용인 중국내 플랫폼 기업은 '에이전트'를 무기로 해외로 뻗어가려했다. 전력회사와 통신사는 AI 인프라 사업자가 됐고, 석유회사와 증권사, 우유회사까지 자신들의 운영체계를 AI로 바꾸고 있었다. 지방정부는 컴퓨팅 자원과 실증 공간, 투자와 첫 고객을 제공했고, 스타트업은 그 위에서 수백 개의 산업용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다.각 부스는 따로 존재했지만,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그때부터 전시장을 보는 질문을 바꿨다.누가 미국을 따라잡았는가가 아니라, 중국은 왜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어떤 기업이 가장 앞섰는가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업과 정부기관의 움직임이 어떻게 하나의 산업 시스템으로 연결되는가. 중국 AI의 현재 수준보다, 이 구조가 앞으로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보기 시작했다.이번에 정리한 9가지 발견은 행사 자료에서 뽑아낸 유행어가 아니다. 전시장을 걸으며 예상과 달랐던 장면, 기존의 중국관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던 변화, 여러 부스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공통점을 모은 더밀크의 현장 기록이다.중국의 모델 기업은 왜 성능 1위보다 확산을 택했는가? 왜 모든 대기업이 에이전트를 이야기하는가 왜 휴머노이드는 로봇 회사보다 제조 공급망의 문제로 보였는가 왜 전력회사와 통신사가 반도체 기업보다 큰 부스를 차렸는가? 그리고 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스타트업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도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는가? 아홉 가지 발견을 하나씩 따라가면 중국 AI를 단순한 기술 추격이나 정부 주도 산업정책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중국은 자신들이 가진 제조업과 모바일 인프라, 국가 조직력과 시장 경쟁을 결합해 미국과는 다른 AI 발전 경로를 만들고 있었다.더밀크는 이 시리즈에서 중국을 과장하거나 두려움을 키우려 하지 않는다. 중국식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 구조의 강점과 한계를 함께 보려 한다. 그러다보면 중국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더밀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한국인에게 인간 중심의 인텔리전스를 서비스하고 있다. 중국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미국의 전략도 절반밖에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AI 시대의 질서를 만들고 있는 지금, 두 나라를 함께 보지 않고서는 한국이 어디에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지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WAIC 2026에서 확인한 중국 AI의 아홉 가지 발견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