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EV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뜬다... 공급망 붕괴 및 IRA 영향
EV 생태계 조성 중인 미 조지아서 EV 배터리 재활용 패널토론
"IRA 시행, 재활용 수요 가속... 미국 재활용 끔찍한 수준"
배터리 재활용 시 생성되는 '블랙매스' 가격 놓고 업계내 혼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미국 중심의 공급망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완벽하게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스티븐 장 SK배터리 대외협력 이사
미국의 전동화 추진에 따른 전기차(EV) 생태계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IRA 시행으로 인한 공급망 제약에 따른 해결책을 배터리 재활용 부문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발 원료 공급에 대한 제약이 큰 상황에서 EV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부족한 원료를 일부 수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EV 생태계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에서는 전동화 생태계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그리고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패널토의가 이뤄졌다.
이날 패널토의에는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회계법인 에이프리오(Aprio)의 최지윤 ESG 담당 변호사를 비롯해 스티븐 장 SK배터리 대외협력담당 이사, 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애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의 데이비드 몽크 재활용 어카운트 매니저, 유럽 최대 구리 제련소인 어루비스(Aurubis)의 데이비드 슐시스 전략담당 이사, 제임스 워쉬번 지멘스 전력 상품 담당 이사, 그리고 알루미늄 제조사 노벨리스의 지속가능성 리드인 토드 애스톤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전례 없는 미국 정부의 지원 속에서 조지아주를 비롯한 미국 곳곳에 재생에너지 기업과 제조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려면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자국에서의 성공을 빠르게 미국 시장으로 이식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과 생태계 속 기업들 간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장 이사는 "IRA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대한 투자가 수십 년 동안 이뤄졌지만 IRA 시행과 함께 테네시, 켄터키 등 미국 곳곳에 배터리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V생태계 조성에 있어서 재활용 분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장 이사는 "배터리 셀에 들어가는 많은 원료가 중국산이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당장은 미국 공급망을 현지화하기를 원하지만 현재로서는 상당히 어렵고 실현이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활용 분야가 이를 보완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전기차에 들어가는 셀은 약 60~ 70% 정도가 재활용된다. 여기에는 많은 양의 전력이 남아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재활용하고, 이런 물질의 대부분을 사용가능한 전력으로 되돌릴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IRA 시행, 재활용 수요 가속... 미국 재활용 끔찍한 수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EV배터리 재활용 부문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최지윤 에이프리오 변호사는 "IRA 시행에 따라 EV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은 최대 30%의 투자, 보너스, 생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며 "정부는 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보조금과 대출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업계가 일하기에 정말 흥미로운 시기"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EV배터리 재활용 기업으로 조지아주 코빙턴에 공장을 두고 있는 애센드 엘리먼트의 데이비드 몽크 매니저는 "약 1년 전부터 기존 건물을 개조해 2주 전에 공식 그랜드 오프닝을 갖고 양산을 시작했다"며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공정을 100% 가동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활용 재료의 경우 새 배터리에 특정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는 규정이 IRA에 포함되어 있어 실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애센드 엘리먼트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새로운 부품으로 바꾸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SK이노베이션, 재규어 랜드로버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SK배터리 아메리카 공장에서 나온 EV 배터리 등을 리사이클한다.
유럽 최대 구리 제련소인 어루비스(Aurubis)의 데이비드 슐시스 전략담당 이사는 정부 보조금을 두 가지 범주로 구분했다.
부지에 시설을 설치하는데서 오는 인센티브와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다.
그는 유럽의 사례를 인용하면서 "이 두 가지의 인센티브가 모두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태양광 산업의 경우 제조사들이 패널, 인버터, 전기장비 생산량을 빠르게 늘렸으나, 인센티브를 받은 이후 제품면에서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혁신' 측면에서의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혁신이 사라지면서 해당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미국의 IRA는 균형을 갖춘 법안"이라며 "인프라에서부터 시작해서 공급망, 자동차 구입에 대한 인센티브, 충전 시설에 대한 혜택 등 전반적인 인프라 개선에 대한 지원안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사업을 전개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제조사인 노벨리스의 토드 애스톤 지속가능성 담당자는 "미국에서는 연간 약 900억 개의 음료수 캔이 재활용된다"며 "우리는 (음료수 캔 재활용 과정에서) 원하는 소재가 무엇인지 이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자동차 부문에서 수명이 다하는 차에서 수명이 다한 불량품(스크랩)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스타트업들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재활용을 하는 기업이 우리가 확보한 재료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재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무엇을 더 추가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재활용 여건에 대해 "계속 재활용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미국은 재활용 부문에 있어서 끔찍한 수준이다. 이 분야의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재활용 배터리 금속, 적정가는 얼마일까?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활용 배터리에서 나오는 재료 가격 책정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금속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가가 정해져 있지만, EV 배터리를 재활용할 때 생성되는 '블랙 매스' 가격 책정은 특별한 규정이나 정책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블랙매스는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인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수거, 분쇄해서 가루형태로 된 중간 가공품이다. 아직 충분한 양이 시장에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배터리 재활용 업체와 이를 구매하는 고객사간 가격 흥정이 벌어지고 있다고 디인포메이션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S&P글로벌상품인사이트(Global Commodity Insights)의 자회사 플래츠(Platts)는 최근 배터리 금속 가격 일일 보고서에 블랙매스를 추가하면서 해당 물질에 대한 벤치마크 가격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플래츠는 니켈이나 코발트 등 구체적인 가격을 공개하는 대신, 순수 채굴 금속의 벤치마크 가격 대비 백분율을 발표하고 있다. 가령 24일(현지시간) 중국 내 재활용 니켈과 코발트 가격은 채굴 금속가격의 55% 수준으로 보고했다.
업계는 향후 전기차가 폐차되는 시점이 오고, 미국과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이 전기차 배터리의 재활용에 계속 힘을 쓰고 있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표적인 배터리 재활용 업체로는 테슬라의 공동 창업자 JB 스트라우벨이 CEO로 있는 레드우드 머티리얼스(Redwood Materials)와 캐나다에 본사를 둔 리싸이클(Li-Cycle)이 있다.
두 회사 모두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 광산업체,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버려지거나 결함이 있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한다. 레드우드는 포드, 폭스바겐, 리사이클은 제너럴모터스, 글렌코어 등과 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