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시대, 왜 실리콘밸리 기업은 '고객 집착'에 집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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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3.08.14 01:49 PDT
혼돈의 시대, 왜 실리콘밸리 기업은 '고객 집착'에 집착하나?
미 워싱턴주 벨뷰에 위치한 T모바일 본사 전경. 회사 아이덴티티인 심홍색(마젠타색)을 사내외 곳곳에 표현했다. (출처 : T모바일)

[뷰스레터플러스]
T모바일의 비결은 '고객 집착'
버라이즌은 밸류로 포지셔닝
고객 집착의 원조, 아마존은?

"기존 사업자와 반대로 했습니다. 왜 2~3년 약정을 강요하나요? 왜 필요한 서비스는 없나요? 고객의 물음에 집중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었더니 혁신 기업으로 재탄생해 있더라구요." 

미 워싱턴주 시애틀 인근 밸뷰(Bellevue)에 본사를 한 회사를 취재했습니다. A씨에게 직접 회사 성장 스토리를 들으니 이 회사의 혁신은 바로 '고객 마인드'에서 나왔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통신사업자 T모바일 스토리입니다. 한국에서는 T모바일이 생소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혁신' 통신사업자의 대명사로 꼽힙니다. 버라이즌과 AT&T에 이어 가입자와 매출은 3위이지만 기업의 미래 가치를 말해주는 시가총액은 1657억달러 (211조 8000억원)로 세 통신사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버라이즌은 1431억 달러, AT&T는 1,033억달러, 2023년 7월 31일 기준).

가입자들이 매달 꼬박꼬박 내는 '현금'이 무기인 통신 시장은 가입자수와 매출이 곧 '가치'입니다. 하지만 T모바일은 상식을 뒤집었습니다. 

지난달 이 회사 본사를 탐방, 취재했습니다. 직원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오픈 공간에 존 레저(John Legere) T모바일 전 CEO이 한 말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말을 들어라. 고객의 말을 들어라. 닥치고 그들이 당신에게 하는 말 그대로 행동해라.(Listen to your employees, listen to your customers, shut the f*** up, and do what they tell you)" 

T모바일 본사, 존 레저 전 CEO의 말이 쓰여진 벽. (출처 : 더밀크)

존 레저 전 CEO가 자신은 어떻게 리더로서 성공했는지 묻자 한 말입니다. 오직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고객 집착'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존 레저 전 CEO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재임하며 '만년 3위' 이자 언제나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던 T모바일을 '혁신 사업자'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자신과 회사의 사운을 걸고 도전한 스프린트 인수에도 성공, 주파수를 얻어내며 5G 커버리지를 보완하는데 성공헸습니다.

T모바일 벨뷰 본사에 가보니 온통 선홍색(마젠타)으로 도배가 돼 있었습니다. 밤에도 본사 주변엔 '마젠타' 조명이 나와서 멀리서 봐도 T모바일이란 이미지가 떠올립니다. 시애틀 공항에도 온통 마젠타색입니다.

존 레저는 CEO 시절 언제 어디서나 회사 티셔츠를 입고 출몰했습니다. 자신과 회사를 동일시하며 자신의 모든 활동이 회사 마케팅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는 임기가 있는 고용CEO 였지만 "회사와 나는 하나다"란 인식을 임직원과 고객에게 심어줬습니다.

그는 CEO가 되자마자 '언케리어(Un-carrier)' 전략을 도입, 대성공을 거둡니다. 기존 이통사들이 고객과 '장기계약'을 해서 묶어두려는데 비해 '무약정'으로 정반대로 행동한 것이죠. 결국 T모바일은 고객을 위한다는 이미지를 얻고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T모바일의 타운홀 미팅 홀. 이 자리에서 직원들과의 대화가 이뤄진다. (출처 : 더밀크 (손재권))

T모바일 승리의 비결은 '고객 집착'

T모바일의 '언케리어'는 회사 전략 뿐 아니라 내부 임직원의 DNA에도 심어져 있었습니다. 
특히 스프린트 인수합병 직후, 경쟁사가 기존 가입자를 지키는데 급급하고 있는데 착안, 오직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년간 이동통신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합병에 따른 시너지효과로 가격을 추가 인하함에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후 미국 통신 시장이 빠르게 5G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티모바일은 승자가 됐습니다. 또 LTE망으로 쓰던 저대역{600메가헤르츠(㎒)}도 확보, 이를 다이내믹 스펙트럼셰어링(Dynamic Spectrum Sharing, DSS) 기술로 5G로 변환, 5G 상용화에 앞장섰습니다. 

모든 것을 기존 사업자와 반대로 하라. 오직 고객만을 바라보라. 이 것이 본사 탐방에서 얻은 교훈이었습니다. 

👉3위가 1위 되는 비결

버라이즌은 밸류로 포지셔닝

미국의 1, 2위 통신 사업자는 버라이즌과 AT&T 입니다. 한국의 SK텔레콤과 KT와 양상이 비슷합니다. 가입자 포화로 성장이 정체 돼 있고 매출도 늘지 않습니다. 주가도 부진합니다. 버라이즌, AT&T 주가는 올들어 각각 15.05%, 22.52%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종합지수는 각각 20%, 38.12% 상승한 것과 비교됩니다. 기회비용을 따지면 통신 사업자의 주식을 들고 있는 것은 손해가 막심한 것입니다. 

양사 모두 '미래 사업'으로 미디어 사업을 추진하고 AT&T 는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는 등 체질 전환에 나섰다 결국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주식투자'의 관점으로 보면 통신사업자, 특히 버라이즌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배당률이 8%가 넘는데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미래 테크 비즈니스는 강력한 무선 통신 네트워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주가하락은 과도하다는 분석이죠. 

👉주가 하락을 이용하라: 버라이즌

버라이즌 5G 서비스. (출처 : Gettyimages)

고객 집착의 원조, 아마존은?

지난 뷰스레터(488호)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에 가보니 '고객 집착'에 대해 강조하더라는 탐방기를 전해드렸죠. 

사실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은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강조하던 메시지였습니다. '고객 집착'은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성공의 대부분은 4가지 기본 신명에서 나오며 그 중 첫째는 경쟁자 집착이 아닌 고객 집착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고객'을 위한다는 기업 대부분이 경쟁자를 쳐다보고 있으며 실제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제프 베조스 창업자가 떠난 아마존은 지금 위기 상황입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아마존의 위성인터넷, 식료품 등 산업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 투자금, 결과 지표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경영방식에 대해 불만이 쌓여 있습니다. 특히 많은 투자는 하는데 '왜'가 없다는 지적입니다. 창업자가 떠나자 '고객집착'을 잃고 '경쟁사 집착'을 시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입니다. 

👉'고객 집착' 사라진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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