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유명 VC '언론 사업' 직접 뛰어든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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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순 · 송이라 2021.01.22 11:56 PDT
실리콘밸리 유명 VC '언론 사업' 직접 뛰어든다. 왜?
벤처 캐피탈이 자체적으로 뉴스 미디어로 변신을 시작했다. (출처 : Shutterstock)

안드리센 호로위츠 미디어로 확장...채용공고
언론과 테크기업이 경쟁하며 자체 미디어 설립 움직임 커져
기존 미디어 영향력 줄며...미디어 진입장벽 낮아져

미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탈이 '미디어 사업'에 뛰어든다. 직접 콘텐츠를 생산, 자체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면서 기존 매체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목소리를 낸다는 계획이다.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기업인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가 자체 웹사이트에 기술과 비즈니스 관련 콘텐츠를 올리는 활동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웹사이트 오피니언 세션에 관련 기사와 글을 올릴 예정이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그동안 투자를 통해 쌓아온 전문적인 테크 및 암호화폐 지식을 바탕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 전통 미디어에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당 부문을 운영할 편집국장(Executive Editor)과 오피니언 에디터(Opinions Editor) 채용에 본격 나섰다. 편집국장은 기존 매체보다 역할 범위가 넓다. 기사 외에도 영상 등 미디어 전반에 걸쳐 편집 작업을 수행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마케터 등을 이끄는 역할이다.

채용 공고에는 "우리 회사는 작가와 프로듀서, 마케터 등 재능있는 팀을 성장시키고 이끌기 위해 보도영역과 매체(특히 비디오) 전반에 걸쳐 편집 작업을 드라마틱하게 확장하기를 원한다"고 게재했다. 그들은 "당당하게 친테크, 친미래, 친변화적인 인재를 찾는다"며 "우리는 정보에 입각한 낙관론자"라고 밝혔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2009년 마크 안드리센과 벤 호로위츠 두 명의 공동 창립자가 설립한 기업이다. 페이스북과 스카이프, 에어비앤비, 트위터 등 테크기업부터 코인베이스,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분야,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에서 핫한 오디오 기반 소셜앱 클럽하우스까지 투자해 큰 성공을 거둔 벤처캐피탈이다. 현재 14억 달러 규모의 바이오펀드, 8억6500달러 규모의 가상화폐(Crypto) 펀드를 포함해 약 165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체 미디어 역량을 계속 강화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기술전문지 와이어드의 편집장 출신 소날 촉시(Sonal Chokshi)를 영입해 암호화폐와 머신러닝, 핀테크 등 투자 분야에 대한 심층적 설명기사 제작과 뉴스레터 발송, 사설 게재 등 기존 미디어와 별반 다르지 않은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이번 기회에 팀을 대폭 확대해 미디어로서 기능을 더욱 강화시키려는 전략이다. 머신러닝과 암호화폐 등은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핵심 투자 영역이다.

a16z의 창업자 마크 안드리센 (출처 : a16z )

벤처 캐피털 미디어 의미는?

벤처 캐피털이 직접 미디어를 운영하는 것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a16z도 10여년 전부터 블로그와 팟캐스트 등을 운영해왔기 때문. a16z는 이미 3개의 팟캐스트와 4개의 뉴스레터를 발행 중이다. 마크 안드리센과 마이크로소프트 임원이었던 스티븐 시노프스키는 온라인 괴롭힘 문제 등 수많은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라이브 오디오 방송 앱인 '클럽하우스(Clubhouse)'에 자주 출연하기도 했다. 클럽하우스는 이들이 투자한 회사다.

퍼스트 라운드 캐피탈(First Round Capital),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Bessemer Venture Partners) 등 실리콘밸리 정상급 벤처캐피탈은 그들이 투자한 회사의 창업자 스토리 등을 담은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와이콤비네이터도 블로그와 팟캐스트, 스타트업 스쿨 등을 운영하며 직접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a16z의 이번 시도처럼 편집국장과 오피니언, 소셜미디어 담당자를 채용하면서 '미디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미디어 사업의 배경엔 기존 미디어와 불화가 영향을 끼친 것이 배경이다. 안드리센 호로이츠는 기존 언론들이 기술 회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이라고 꼬집어 왔다. 마크 안드리센 공동창업자는 그동안 언론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감을 표시해 왔다. 때문에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기존 언론 매체와 협력하기 보다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기존 언론을 거치지 않고 내러티브와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식화된 수단을 원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는 투자한 회사에 대한 홍보, 미디어 트레이닝, 출판할 내용 등에 대해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미디어 확장은 뉴스 미디어와 기술 회사가 서로 경쟁하고 있는 실리콘 밸리 현상을 반영한다. 최근 몇 달간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전 파트너였던 발라지 스리니바산(Balaji Srinivasan)을 비롯해 투자자들이 테크 언론과 관계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리니바산은 뉴스 미디어가 기술 회사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것이 경쟁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안드리센 호로위츠 파트너인 나이트 존스(Nait Jones)는 2020년 7월에 열린 클럽하우스 대화에서 “언론이 기술 산업에 대해 ‘정말로 독사같인 접근’을 한다"고 꼬집었다.

뉴스 언론과 안드리센 파트너와 충돌은 트위터에서도 발생했다. 벤 호로위츠 공동 창업자는 지난 해 7월 트위터에서 뉴욕타임즈 기자와 충돌했다. 테일러 로렌 뉴욕타임즈 인터넷 문화 기자는 호로위츠가 자신을 차단했다는 스크린샷을 트윗했다. 로렌 기자는 클럽하우스에서 온라인 괴롭힘에 대해 불평한 후 차단당했다. 호로위츠는 테크 언론이 자신의 트윗을 보지 못하도록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터넷의 등장과 트위터, 미디엄 등 자신의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거대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굳이 신문을 읽지 않더라도 충분한 정보를 생산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a16z는 기존 언론을 통하지 않더라도 내러티브와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보다 정형화된 수단을 원했다. 수익 창출이 아닌 소유 목적으로서 미디어인 것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자체 뉴스룸을 구축하고 기자 출신을 고용하며 직접 목소리를 내는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a16z의 움직임에는 사실 전달 외에 직접 목소리를 내고 여론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a16z의 실험이 성공하면 앞으로 많은 벤처 캐피털이 직접 편집국장과 기자들을 고용하며 직접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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