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레드가 보여준 AI 경쟁의 본질: "기술은 착시, 승부는 생태계에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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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5.12.10 17:55 PDT
코드레드가 보여준 AI 경쟁의 본질: "기술은 착시, 승부는 생태계에서 난다"
샘 알트먼 오픈AI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출처 : 제미나이)

[글로벌 빅테크 AI 전략 분석]
구글은 엔드투엔드 전략을 복원... AI 종합 전력 재정비
오픈AI·앤트로픽, 뛰어난 기술에도 비즈니스 구조 취약성 노출
애플 ‘프라이버시·신뢰’라는 고유 가치로 차별화 노려
"성능 경쟁 시대 마감... 이제 비즈니스 모델의 시대"

생성AI 시대를 주도해 온 오픈AI가 최근 비상경영 체제인 '코드 레드(Code Red)'를 발동했다는 소식은 업계에 적지 않은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챗GPT로 생성AI 시장을 개척한 선두주자가 위기 상황을 선언한 배경에는 전통적인 AI 강자 구글이 있다. 구글의 제미나이(Gemini)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은 최근 이미지와 텍스트 모델 성능에서 연이어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과를 내놓고 있다. "연구는 강하지만 실행은 느리다"는 오랜 비판을 벗어던지는 모습이다. 제미나이 3, 나노바나나 프로 등 최신 모델들은 오픈AI는 물론 메타, 앤트로픽을 포함한 주요 경쟁사들을 제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 AI 업계는 기술력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전력 인프라, 유통망, 규제 대응을 아우르는 총체적 경쟁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AI 시대의 승자는 더 이상 벤치마크 점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진짜 승부는 누가 더 오래 버티고, 더 견고한 생태계와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싸움은 누가 더 오래 버티고, 더 깊은 생태계와 실질적 수익 모델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 왜 구글 TPU가 뜰까?... 총소유비용·아키텍처가 패러다임 바꾼다

구글 TPU (출처 : Google, 편집=Gemini)

글로벌 AI 빅테크 전략: 구글 '종합 전략' 복원... 오픈AI 비즈구조 취약

1. 구글: 기술 리더십의 귀환 VS 검색사업의 역설

구글은 최근 나노바나나 이미지 생성기와 제미나이 3 언어 모델 출시로 기술적 우위를 회복하고 있다. 여기에 텐서처리장치(TPU) 생태계도 급부상하면서 엔비디아를 위협하고 있다. 올초 기준으로 이미지 생성 AI 시장에서는 구글의 이마젠3 (Imagen3) 계열이 28.7%의 점유율을 보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구글의 가장 큰 장점은 텐서 칩, 모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유튜브에 이르는 엔드투엔드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리스크도 있다. AI 요약이 추가된 검색 결과에서 광고가 들어설 자리가 불분명해지면서, 전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기존 검색 비즈니스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AI 혁신을 해야하지만, 그 혁신이 기존 제국을 흔드는 딜레마에 빠졌다.

2. 오픈AI: 카테고리를 만든 선구자... 그러나 가장 취약한 구조

챗GPT로 생성형 AI 카테고리를 정의했고 여전히 소비자 인지도는 가장 높다. 텍스트 AI 시장에서 GPT-4o가 59.7%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의 주간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챗GPT 비즈니스 버전의 유료 사용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제미나이 모델에 대한 경쟁적 대응을 가속화하기 위해 '코드 레드'를 선언할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 특히 별도의 모기업 없이 막대한 AI 개발 비용을 빠른 수익 창출로 충당해야 하는 재정적 압박이 큰 상황이다. 가장 빠르게 '수익화'를 증명해야 하는 회사다.

3. 메타: 모델은 뒤쳐젔지만, 돈, 데이터, 광고 엔진은 최강

메타는 오픈소스 라마(Llama) 모델이 다른 경쟁사들의 모델보다 뒤처지면서 이를 만화하기 위한 대규모 재정비를 진행 중이다. 이 뒤처진 후 대규모 재정비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폐쇄형 초지능 모델 '아보카도(Avocado)'를 개발하며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아보카도는 2025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메타의 강점은 탄탄한 자금력과 수익창출 능력에 있다. AI 인재 확보를 위해 데이터 기업 스케일AI에 143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하고 창업자를 CAIO로 영입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막대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기존 비즈니스와 수십억 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AI 인프라 및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 고객이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과 강력한 광고 엔진을 결합하면 메타가 업계 최고의 AI 모델을 생산하지 못하더라도 매우 수익성이 높을 수 있다.

👉 오픈AI는 왜 ‘코드 레드’를 발령했나?

(출처 : 구글)

조용한 강자 앤트로픽... 애플은 '사용자 신뢰'로 차별화

4. 앤트로픽: 조용하지만 강한 기업용AI 강자 부각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존재감이 낮지만, Claude 모델은 코더와 엔터프라이즈 고객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컨설팅기업 액센추어(Accenture)와의 대형 계약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기업용 AI 시장 점유율은 2023년 12%에서 2024년 24%로 두 배 증가했으며, 특히 2025년 초에는 4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는 등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의 투자를 받고 있으며, 2025년 구글로부터 최대 100만 개의 TPU 칩을 공급받을 예정다.

다만 오픈AI와 마찬가지로,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키거나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를 위해 내년 상장(IPO)를 추진 중이다. 기업가치가 3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 애플: AI 속도는 느리지만, 사용자 신뢰는 압도적

AI시대에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전략을 18개월 전에 공개했지만, 핵심 기능이 지연되고 있다.

애플의 가장 큰 강점은 프라이버시와 디바이스 생태계, 그리고 온디바이스AI 부문에 있다. 고객과의 강력한 관계를 바탕으로 사생활 보호와 성능을 결합한 경험을 제공한다면, 고객들은 계속해서 애플의 장치와 서비스를 선호할 수 있다.

다만 핵심 AI 기술을 외부 도움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혁신'보다는 고객이 선호하는 일관된 경험을 중요시하는 차별화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6. 마이크로소프트: AI를 기업 생산성에 연결하느냐가 승부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AI 전략은 주로 오픈AI와의 독점 관계에 묶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재협상된 계약에 따라 오픈AI는 컴퓨팅 역량의 상당부분을 다른 기업으로부터 얻을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 이외에도 윈도우(Windows), 오피스(Office), 애저(Azure) 등 강력한 기업용 생태계와 자체적인 프론티어 AI 전략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 증대에 의존하는 고객들, 특히 기업 고객들을 위한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7. 아마존: ‘AI 인프라의 수도·전기 회사’ 전략

아마존은 다른 거대 기술 기업들처럼 자체 AI 칩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큰 클라우드 컴퓨팅 운영(AWS)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물류, 이커머스를 통한 데이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인프라와 배포 측면에서 강력한 이점이 있다.

그러나 알렉사(Alexa)나 소매 추천과 같은 아마존의 내부 AI 제품들이 아직 챗GPT가 보여준 것과 같은 소비자들의 "와우" 순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즉, 기술을 소비자 경험으로 전환하는 데 숙제가 남아있다. B2C AI보다는 B2B 인프라 비즈니스에 전략적 무게 중심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티아 나델라와 마이크로소프트 CEO(왼쪽), 샘 알트만 오픈AI CEO (출처 : 샘 알트만 X(트위터) @sama)

딥시크, 엔비디아 최신칩 밀반입해 새 AI모델 개발

8. 중국: 제약 속에서도 내수 중심 AI생태계 구축

딥시크(DeepSeek), 알리바바(Alibaba) 등의 스타트업 및 기존 기술 기업들이 국가 투자와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 통제로 인한 칩 접근 제한되기도 했지만, 엔비디아의 로비로 이마저도 풀렸다.

특히 딥시크는 미국이 중국 수출을 금지한 엔비디아의 최신 칩으로 차세대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인포메이션은 딥시크가 최신 아키텍처 '블랙웰'을 적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천 개를 확보해 새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중국은 글로벌 경쟁보다는 자국내 독립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9. 스타트업: 최정예 인재 있지만, 시장 지배력은 불확실

스타트업들의 등장도 눈길을 끈다. 일리야 슈츠게버가 창업한 세이프 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SSI)나 씽킹 머신 랩(Thinking Machines Lab)과 같은 회사들이 스타 인재를 영입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제품 전략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 '스타 파워'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 엔비디아 H200 중국 수출, 태풍일까 미풍일까?

(출처 : Shutterstock / 크리스 정 )

더밀크의 시각: "성능 경쟁 끝, 비즈니스 모델 경쟁 시작"...4가지 인사이트

AI 기업들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모델 성능을 둘러싼 벤치마크 경쟁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다.

AI 시대의 승부는 '기술력 × (비즈니스 모델 + 생태계 통합 능력)'으로 결정된다.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와 엔드투엔드 생태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다.

① 벤치마크는 헤드라인… 승부는 비즈니스 모델이 결정한다

AI 모델 개발에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며, 이를 지속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AI 네이티브 기업들은 뛰어난 모델 성능을 확보하고도 개발 비용을 빠르게 매출로 전환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재정적 압박에 시달린다. 이른바 '현금 소각(Cash Burn)' 리스크가 상시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이미 검색, 광고, 클라우드, 오피스, SNS 등 안정적이고 막대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있어 AI 연구와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할 수 있다.

결국 AI 기술력만으로는 판세를 바꾸기 어렵고, 수익을 창출하는 기존 비즈니스가 AI 경쟁력의 토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

② ‘엔드투엔드(E2E)’ 생태계 통합이 '장기적 해자'가 된다

AI 시대의 장기 승자는 단순히 모델을 잘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AI의 하드웨어–모델–플랫폼–서비스를 끝단까지 통제할 수 있는 기업이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구글은 텐서(Tensor) 칩을, 아마존은 자체 AI 칩을 내세우며 모델 추론 비용을 낮추고 최적화 능력을 확보했다. 이는 곧 비용 경쟁력이자 성능 혁신 속도로 직결된다.

고객 접점 측면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윈도우-애저를, 애플은 아이폰과 iOS를, 메타는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미 확보된 고객 기반 위에서 새로운 AI 기능을 빠르게 배포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수직 통합된 생태계는 AI 모델을 실사용자에게 어떻게 연결하고, 비용을 어떻게 낮추며, 지속적인 개선을 어떻게 이루느냐를 좌우한다.

③ AI 경쟁은 ‘B2C vs B2B’로 분화… 기업마다 노리는 시장이 다르다

AI 시장은 크게 소비자(B2C)와 기업(B2B)으로 나뉘며, 각기 다른 경쟁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소비자(B2C) 시장에서는 오픈AI(ChatGPT)와 구글(Gemini, 검색)이 주도권을 놓고 격돌 중이다. 이 시장의 핵심 성공 요인은 사용자에게 혁신적인 '와우(Wow) 경험'을 선사하고 압도적인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 있다.

구글의 경우, 생성형 AI가 회사의 근간인 검색 비즈니스를 위협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소비자 접점을 선점하려는 공격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기술적 우위를 넘어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장기적 승리를 보장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업(B2B) 시장은 완전히 다른 기준으로 경쟁이 이루어진다. 이 분야의 주요 플레이어는 마이크로소프트(Copilot, Azure), 앤트로픽(Claude), 아마존(AWS) 등이다.

기업 고객들은 새로운 기술 도입 시 신뢰성, 보안, 비용 효율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 특히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특별한 소비자 인지도 없이도 기업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인 사례는, 기술력 자체보다 기업 친화적 접근 방식과 신뢰 기반 솔루션이 B2B 경쟁의 핵심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역시 기존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기업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④ 뒤처졌던 기업들의 반격… 기존 강점 활용해 재편 전략 가동

일시적으로 경쟁에서 뒤처졌던 기업들도 저마다의 강점을 기반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메타는 라마 오픈소스 전략의 한계를 인식하고 폐쇄형 초거대 모델 '아보카도'를 개발 중이다. 메타의 강점인 사용자 데이터와 엔터테인먼트 소비 패턴을 활용한 맞춤형 AI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성능 경쟁에서 뒤처진 애플은 프라이버시와 사용자 신뢰라는 '해자'를 통해 차별화된 시장 구축에 나서고 있다.

결국 기업들의 반격은 기존 강점을 AI 시대에 어떻게 재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AI 모델 라마 3.1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instagram, facebook 공식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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