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의 공식이 바뀌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돌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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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순 2022.02.27 09:09 PDT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의 공식이 바뀌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돌파하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 손재권 더밀크 대표,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 안익진 몰로코 대표, 이진형 엘비스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롯데 -더밀크글로벌 엑설러레이터 프로그램]
글로벌 유니콘 스타트업 만든 선배 창업자 토크
안익진-김동신-이진형 대표의 투자와 조직 구성

"남들이 만든 성장 공식만 따르려 하지 말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글로벌 조직을 만드려면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높은 기업가치가 성공을 보장하는건 아니다"

롯데벤처스와 더밀크는 지난 21일부터 25일(현지시간)까지 5일간 미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 중 22일 레드우드시티에 위치한 몰로코 본사에서 '유니콘 토크'는 참가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공식적으로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고 타이거글로벌로 부터 대형 투자 유치를 이끌어낸 비결에 대해 듣고 싶었기 때문. 이진형 엘비스 대표도 스탠퍼드 교수로 재직하면서 창업, 미래 유니콘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익진 대표의 몰로코는 고객이 가진 데이터를 분석해 돈이 되게 하는 모바일 광고 기술(애드테크) 스타트업이다. 몰로코는 신한금융그룹 글로벌투자은행인 신한GIB 및 스마일게이트 등에서 2000만 달러 자금을 유치하며 10억 달러(약 1조 1185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타이거글로벌이 이 보다 가치를 높여 투자했다.

센드버드는 2021년 4월 스테드패스트 캐피털벤처스, 이머전스 캐피탈,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에서 약 1억 달러 시리즈 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몰로코와 센드버드는 유니콘 기업이 되며 한국 스타트업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엘비스는 뇌 질환 해결을 위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뇌를 전기 회로처럼 분석하는 플랫폼으로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 한국 여성 최초로 스탠퍼드대 종신 교수로 임용된 이진형 대표가 지난 2013년에 창업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사회로 진행한 토크쇼에서 3명의 창업자는 "글로벌 기업을 조직하고 투자를 받는데 정해진 공식은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 유치에 정해진 공식은 없다

이진형 엘비스 대표 (출처 : 더밀크 )

이진형: 공식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 VC가 와서 말하는 투자 유치 방향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애플, 아마존, 구글이 처음 시작할 때 VC가 생각하는 조건이나 공식에 맞는 회사는 아니었다고 본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성공한 기업 공식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그것에 맞추려고 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

투자자와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추구하는 바가 같고 다르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엘비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다른 기업의 초기 단계와 매우 다르다. 각종 헬스케어 규제를 따라야 하고 기술을 상품화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스타트업이 성공했다고 하는 공식을 따라가면 안된다. 회사 마다 가진 파라미터가 다르다.

스타트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을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요즘은 투자를 받는 것을 스타트업의 성공으로 보는 사례가 많다. 사회나 국가로 봤을 때 이런 현상은 안좋은 문화다. 가치를 창출하는데 집중하고 이를 지원하는 투자 생태계가 구성돼야 한다.

안익진 : 회사가 잘 진행될 수록 점점 투자받기는 쉽다. 투자 받는 것이 고생이라는 걸 알고 가면 덜 고생스럽다. 실리콘밸리 투자자가 3000곳이다. 스타트업 투자자는 넘쳐난다. 많이 만나다보면 회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가가 있다. 투자가에게 회사 이야기를 계속한다. 많이 시도하면 좋은 길이 나온다.

매출이 안 나온다고 기업 가치가 창출 되지 않는건 아니다. 기업마다 성장의 기준이 다르다. 매출을 올리는 것만이 성장이 아니다.

비즈니스에 따라 언제 어떻게 투자받을지가 다르다. 쿠팡이나 배민처럼 네트워크 효과가 있고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기업은 대규모로 투자를 받아야 한다. 몰로코나 바이오분야 등 딥테크는 오히려 길게 결과를 기다릴 수 있는 투자가 좋다. 적게 받더라도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

투자자 중에서도 피해야 하는 곳도 있다. 우리 회사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면 받지 않는게 좋다.

미국에서 성공적인 네트워크를 만들려면?

이진형: 네트워킹을 잘하려면 두가지 측면이 있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네트워킹이 있다. 본인이 실력을 쌓아 그 분야 전문가가 되면 인바운드 네트워킹 늘어난다. 아웃바운드 네트워킹을 잘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미국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가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한다. 한번 얼굴을 마주쳤다고 네트워킹이 되지 않는다. 행사 자리서 만난 사람이 한번에 연결되지 않는다. 끊임 없이 관계를 유지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 하기에 앞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제시하는게 좋다. 비즈니스 네트워킹에서 이런 태도를 갖는게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다른 인종과 언어데 대해 기본적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접근한다. 적극적으로 노크해서 네트워크를 만든다.

일을 더 잘 수행할 사람을 찾아라

손재권(왼쪽부터), 안익진, 이진형 대표가 이야기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

안익진 : 회사에서 조직 중심 성과(Organizational focuse Achievement)를 강조한다. 이제는 성과를 넘어 주인의식(achievement of ownership)을 이야기 한다. 구글에 다닐 때 12명의 팀원을 가진 VP가 있었다. 그 팀 중 4명을 우리 팀에 줬다. 그분은 우리팀이 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데 중요하다며 팀원을 보냈다. 회사에서 조직을 운영할 때 매니저들이 서로 팀원 배분을 놓고 싸우는게 아니라 회사 전체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점이다. 남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빠르게 넘겨주는게 좋다.

이진형 : 대표는 내가 안 해도 되는 일을 찾아 체계적으로 빨리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줘야 한다. 두번째는 꼭 해야 하는 일을 찾아 그것에 집중한다. CEO가 꼭 해야 하는 일을 놓치면 문제가 발생한다. CEO가 해야 하는 일과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 일을 구별하는 능력을 키운다.

글로벌하게 좋은 팀을 만드는 방법은?

김동신: 채용 인터뷰 프로세스를 잡을 때 코어 밸류를 물어보는 사람을 별도로 둔다. 그 사람이 강하게 부정한다는 답이 나오면 뽑지 않는다. 다양성은 스타트업 초반에는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

입사자 입장에서 이 회사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를 본다. 나랑 비슷한 사람이 커리어가 잘 발전돼 임원이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인다. 인종이나 백그라운드를 다양하게 뽑으려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사업하면서 상장 준비할 때는 이사회 멤버 성별도 다양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마켓 핏을 찾기 전에는 다양성을 고민할 여유가 없다. 무조건 마켓 핏을 찾는데 초기엔 집중하고 좋은 인재를 모으는데 노력해야 한다.

센드버드는 처음부터 글로벌 DNA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고경영진과 창업자가 이것에 동의해야 한다. 회사 내 모든 공공 커뮤니케이션 채널에서 공통으로 영어를 썼다. 한국어 사용자가 많았지만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 소외받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는 한글을 써도 상관 없지만 전체 채널에서는 무조건 영어를 쓴다.

외국인 직원이 들어오기 전부터 모든 문서를 영어로 작성했다. 다른 국적 직원이 들어왔을 때 기존 문서를 보고 히스토리를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공개 문서나 대화는 영어가 기본이다. 이 작업이 실제로는 매우 힘들다. 하지만, 글로벌 인재가 센드버드에 와서 성공할 수 있다는 답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내에서 쓰는 소프트웨어도 글로벌 SaaS로 모두 바꿨다. 한국인들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글로벌 인력이 접근하기 어렵다. 기업에 글로벌 DNA를 심기 위해 대표는 규칙에 대해 정립하는 사람이 되야 한다. 언어, 콘텐츠, 사람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

미국 인력 운영 방법은?

김동신: 한국과 달리 미국은 해고가 쉽다. 미국은 팬데믹 기간 동안 대 퇴사의 시대로 연간 50~ 300% 씩 성장한 회사도 평균 25~31% 직원이 바뀐다. 매년 3분의 1정도가 교체된다.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이게 잘나가는 기업 통계다.

한 20% 정도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걸 너무 성공 시키려 하면 회사에 끼리끼리 모이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안익진: 조직이 커질 수록 리더는 팀을 빌딩해야 한다. 대표는 초반에 직원을 뽑는데서 시작해 개발, 리서치, 세일즈 등 모든 분야에 손을 댄다. 시리즈A 마치고 부터 세일즈를 직접 많이했는데 세일즈팀이 만들어지면 손을 뗀다. 지금은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창출할지 고민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팀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김동신 : 회사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면 조직이 못따라 간다. 시니어 경영진을 뽑아서 해결해야 한다. 해당 업무를 잘하는 사람을 뽑으면 회사가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대표는 초반에는 기업 내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뽑으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각 파트별로 믿을 수 있는 리더가 생기면 된다. 조직이 커지면서 리더와 VP를 두면서 단계를 관리하게 된다. 이런 단계가 생길때 마다 기존에 알았던 것을 잃어버리는(Unlearn) 작업을 해야 한다. 여기까지 나를 성공으로 이끈 길이 다음단계는 다른 길이다.

롯데 실리콘밸리 연수 프로그램 참여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출처 : 더밀크 )

기업 가치는 어떻게 정해야 하는가

안익진: 기업 가치를 높게 부르는게 장점이 많다. 물론 VC가 부르는 가격을 다 주는게 아니니까 협상 과정에서 낮아진다. 기업가치를 높게 받지 못해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기업 가치가 높으면 인력 채용 등에 좋기는 하지만 압력이 거세다.

김동신: 프로세스 상에서 보면 반반이다. 굳이 기업가치를 미리 말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 스타트업 절반은 기업가치를 미리 말하지 않는다. 투자 유치하려는 금액이 있으면 가치가 시장가격에 따라 정해진다. VC에게 시장의 피드백을 듣는 중이라고 말하면 계속 관계를 가져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물론 회사가 유명하지 않으면 투자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투자 시장에서 회사 위치를 잘 파악해 대처해야 한다.

대표가 얼마를 투자 받고 지분을 희석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해야 한다. 기업 가치와 퍼포먼스(매출) 차이가 크면 나중에 IPO갈 때 더 힘들어질 수 있다. 이 때 경영진이 하나 둘 나가기 시작하면 직원 사기가 떨어진다.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것보다 직원 사기가 떨어지는게 더 위험하다. 높은 밸류를 받아 다음 투자 라운드를 못 갈 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매출 성과에 맞춰 맞는 가치를 받아야 기업이 지속 성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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