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에 '오픈 워싱' 기승... 이젠 안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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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 2024.10.30 20:01 PDT
AI 열풍에 '오픈 워싱' 기승... 이젠 안속는다
(출처 : 김기림, DALL·E 3)

[인뎁스 테크브리핑]
오픈 워싱: 기업들이 '오픈 소스' 이미지로 소비자를 속이는 이유는?
OSI, 새로운 오픈 소스 정의로 AI 업계 기준 설정 계획

많은 기업들이 '오픈 소스'라는 용어를 앞세워 기술과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픈 소스 원칙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을 '오픈 워싱'이라 부릅니다. 기업들이 오픈 소스와 개방성을 내세워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으려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AI 분야에서 대표적 오픈 워싱 사례로는 메타의 AI 모델, 라마 3(Llama 3)를 꼽습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이 모델을 "오픈 소스다"며 홍보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오픈 소스 이니셔티브(OSI)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라이선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OSI는 오픈 소스를 투명성과 정보 접근, 참여와 지식 공유를 위한 기준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메타의 라이선스에는 소송과 브랜드 관련 제한이 포함되어 있어 진정한 오픈 소스 플랫폼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메타뿐만 아니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업들 역시 '오픈' 이미지를 내세우며 실질적으로는 이를 지키지 않는 상황입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구글은 애플의 iOS에 대항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소스 모바일 플랫폼'이라고 홍보하고 인식을 줘, 많은 이용자들과 개발자들의 성원과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기본적인 부분은 오픈 소스로 제공되지만, 구글의 핵심 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예: 구글 플레이 스토어, 유튜브, 구글 지도 등)은 오픈 소스가 아닌 폐쇄된 형태로 제공됐습니다. 또 안드로이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를 기반으로 했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기기는 구글 모빌리티 서비스(GMS)가 설치 됐습니다. GMS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구글 인증 기능 등과 같은 핵심 서비스 모음으로 구글의 독점적 라이선스 하에 있었습니다. 구글은 GMS 라이선스를 기기에 포함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특정 조건을 충족하도록 요구하며, 이를 통해 기기 제조사와 파트너를 통제했습니다.

구글의 독점적인 자산으로 남겨두고, 이를 통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통제하려는 구글의 전략적 목적이 있었습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광고와 데이터 수집으로 수익을 창출한 것입니다.

이런 사례를 메타가 AI 시대를 따르려 하고 있고 이용자들은 구글의 경험을 통해 '오픈'이 진정한 '오픈이 아니다'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다양한 이미지 편집 기능을 수행하는 Llama 3.2 (출처 : 메타)

오픈 생태계를 내세우는 이유

과거에 기업들이 오픈 소스를 꺼리던 것과 달리, 오늘날 오픈 소스는 투명성과 혁신을 상징하는 긍정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대중적 이미지 개선과 함께 오픈 소스 지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AI 법안은 오픈 소스 모델에 대해 특별 면제를 제공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오픈 소스 규정을 형식적으로 준수하는 데 동기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오픈 소스로 간주되면 규제 요구 사항이 줄어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픈AI가 이름을 '오픈'으로 지은 것도 구글이 폐쇄적인 AI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대항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하지만 구글도 오픈AI도 '오픈'이 아닌 가장 폐쇄적인 AI 시스템을 만들고 있죠.

때문에 구글과 오픈AI에 대항하려는 기업들이 오픈 소스 원칙을 따르지 않더라도, 긍정적 이미지를 얻으려는 '오픈 워싱'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OSI, 새로운 오픈 소스 정의로 AI 업계 기준 설정 계획

OSI는 AI 기술에 적합한 오픈 소스 정의를 곧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오픈 소스와 오픈 워싱의 차이를 명확히 하고, 기업들의 무분별한 오픈 소스 주장을 제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안 회사 체인가드(Chainguard)의 던 로렌스 CEO는 SOSS(Secure Open Source Software) 컨퍼런스에서 "OSI의 정의를 강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많은 법률 전문가들이 이 정의를 신뢰하고 이를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OSI 기준은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많은 대기업들이 이를 조달 계약에 명시해 오픈 소스를 준수하는 기업들에게 보호 조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픈 소스 정의와 가이드라인을 보존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자유와 혁신을 지키는 중요한 작업이 되고 있습니다.

오픈 소스는 법적 문제를 넘어 산업 내 자유로운 개발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오픈 워싱이 AI와 소프트웨어 업계 전반에 확산된다면, 이는 기업과 개발자 모두에게 불필요한 법적 부담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기만적 행태를 유지하는 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OSI는 오픈 소스 AI 정의를 통해 AI 업계에서 진정한 오픈 소스 기준을 확립하고, 대형 기업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이는 AI 생태계의 투명성과 개방성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걸음이 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구축하고, 개방적인 혁신을 추구해야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오픈워싱은 단기적으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지만, 결국 기업과 생태계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근시안적 전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진정한 개방성과 협력만이 기술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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