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톤 트럭∙요트∙AI카.. CES는 모빌리티 나빌레라
화려한 전시관・신기술 집약한 벤츠 등 독일3사
존디어・캐터필러 스케일에 입이 떡…관람객 운집
자율주행, 바닷속으로 확장…마린테크 ‘주목’
5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가 열린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 모빌리티 부문 전시가 한 곳에 모여있는 웨스트홀의 문이 열리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전시장 안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소비자가전(Consumer Electronics) 박람회 약어인 CES의 C를 이제는 ‘Car’로 바꿔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이유다.
실제 올해 모빌리티 전시 규모는 크게 늘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독일 빅3와 스텔란티스, 토그, 빈패스토 등 다국적 자동차 기업들이 총출동했다. 아울러 현대모비스 등 부품사들까지 가세해 300개 이상 기업들이 웨스트홀을 꽉 채웠다. 지난해 오미크론 여파로 막판에 전시를 취소하면서 빈 부스가 곳곳에 눈에 띄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화려한 외관・맞춤형 인포테인먼트까지…벤츠가 벤츠했다
수많은 전시관 중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메르세데스 벤츠다. 우주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미래적인 전시 공간은 탄성을 자아냈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는 은빛 차체는 시선을 멈추기에 충분했다.
벤츠는 이번 CES에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기술 회사인 ZYNC(징크)와 파트너십을 맺은 첫 결과물로 개인 맞춤형 엔포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별도의 회원가입이 필요 없는 로컬 스트리밍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마치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해놓은 듯한 대시보드의 선명함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울러 이날 벤츠는 오는 2030년까지 북미와 유럽, 중국에 약 1만개의 고성능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를 추격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자체 전기차 충전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셈이다.
한편 폴크스바겐그룹은 브랜드의 첫 번째 순수 전기 세단 ID.7의 위장막 모델을 공개했다. ID.7은 ID.3‧ID.4‧ID.5‧ID.6‧ID.버즈에 이은 ID 시리즈의 여섯 번째 모델로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가 유럽(WLTP) 기준 약 700㎞에 달한다.
캐터필러・존디어, 스케일로 압도…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벤츠를 지나 조금 더 중앙으로 올라오면 스케일로 압도하는 두 곳의 전시관이 나온다. 바로 전세계 1위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와 역시 1위 농기계업체 존디어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중장비 장난감으로만 캐터필러를 알아온 기자는 압도적인 크기에 입이 떡 벌어졌다. 말그대로 전시장 천장에 닿을듯한 집채만한 크기다.
무려 100톤의 수송트럭이다. 그것도 운전자가 필요없는 자율주행 수송트럭. 캐터필러 관계자는 “포크레인으로 이 트럭에 자재를 실으면 정해진 길에 따라 이동한다”며 “사람의 개입 없이 24시간 내내 작동하는 완전 자율주행 트럭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이용하면 비용은 20% 줄이고 생산성은 30%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캐터필러에 놀란 가슴이 진정되기도 전에 존디어 전시관은 한 술 더 떴다. 전시관 전체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른 자율주행 트랙터는 아이폰 카메라를 0.5배로 해도 한 화면에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컸다. '농슬라'라고 불리는 미국 농기계 업체 존디어의 자율주행 트랙터는 지난해에도 공개가 됐지만, 올해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GPS와 카메라, 센서 AI 기술 등을 활용해 논밭에서 운전자 없이 24시간 작업을 수행하며 적재적소에 비료와 농약을 뿌리는 등 한층 스마트해졌다. 기술이 집약된 자율주행 트랙터를 이용하면 6000명의 농부가 하는 일을 트랙터 혼자 할 수 있다. 그것도 집에서 재택근무로 자율주행 트랙터만 조종하면서 말이다.
자율주행, 바닷 속으로…마린테크 급부상
올해 CES의 또다른 특징은 하늘을 가르는 도심항공교통(UAM)이 사라진 자리를 마린테크가 채웠다는 점이다. 자율주행기술의 고도화는 육지뿐 아니라 해양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마린테크의 대표격은 구 현대중공업인 HD현대다. HD현대는 현대차가 비운 올해 전시장을 화려하게 디자인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전 세계 1위 조선 그룹이 된 HD현대는 앞으로 50년을 위해 ‘오션 트랜스포메인션’이란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다. 이날 전시장에는 HD현대라는 로고가 쓰인 가림막 뒤로 길이 10.2m, 높이(돛 포함) 3.7m의 거대한 하얀색 기체를 전시했다. 얼핏 보면 우주비행선같은 이 기체는 실선(실물)을 29대 1 비율로 재현한 미래선박 목업(Mock-up·실물모형)이다. 선박 앞에 위치한 로봇 팔에 달린 두 모니터는 마치 노처럼 위치를 바꾸며 HD현대의 새로운 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여느 전시관과 달리 좋은 향기가 났던 HD현대 전시관은 해양모빌리티의 미래가 구현된 HD현대 전시관에는 수많은 관람객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또다른 마린테크 기업 미국 해양선박업체 브런스윅(Brunswick) 부스도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브런스윅이 전시한 전기 자율주행 요트는 목업이 아닌 실제 판매 중인 모델로 가격은 약 15억원. 대형 보트 옆에 마련된 가상보트 체험관에서는 실제 보트 위에서 바다를 가로지르는 체험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