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올림픽, 미래의 슈퍼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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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2.02.14 22:17 PDT
과거의 올림픽, 미래의 슈퍼볼
LA램즈의 홈 구장인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우승을 한 2022 슈퍼볼 (출처 : Gettyimages)

[뷰스레터플러스] 2022년 슈퍼볼, 팬데믹 이후 미국의 미래를 엿본 ‘슈퍼 이벤트'

안녕하세요. 오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중국 베이징에서는 2022 동계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죠.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메달 색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습니다. 진심으로 박수와 성원을 보냅니다.

4년전인 지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은 최고 수준의 시설과 운영, 드라마 같은 스토리로 전세계인의 감동을 줬는데, 이번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은 개막식부터 불편했습니다. 중국이 사실상 ‘중화주의 올림픽'을 내세우면서 냉전, 권위주의 시대를 연상하게한 개막식을 하더니 대회 기간 내내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목표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가 중국 선수단은 물론, 중국 전역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전, 공정하게 경쟁하고 깨끗하게 승복하는 스포츠 체전인데, 지난해 2020 도쿄 올림픽처럼 지금은 정치색으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과거 시제가 된 느낌이 있습니다.

지난 13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계주 3000m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출처 : Gettyimages, Xinhua News Agency)

하지만 지난 13일(현지시간) 끝난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 ‘제 56회 슈퍼볼(SuperBowl LVI)'은 달랐습니다. 경기도 손에 땀을 쥘 정도로 박진감이 있었고, 경기장부터 광고, 하프타임쇼까지 볼거리가 풍성했습니다. 경기장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람객들로 꽉 차서 섬뜩하기도 했지만, 코로나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려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미 프로 미식축구리그(NFL)의 NFC 우승팀과 AFC 우승팀이 겨루는 단판 승부인 ‘슈퍼볼'은 미국내 최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힙니다. 최대 시청자가 1억명을 넘는 유일한 이벤트입니다. 세계적으로는 축구 ‘월드컵'이 인기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미식축구(football)'가 산업 규모가 가장 크고 팬 층이 두텁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이 줄어든 후 열리는 첫 대회인데다 이번에 슈퍼볼에 오른 LA램즈의 홈구장인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점 등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번 2022년 슈퍼볼은 스포츠의 역할 그리고 광고를 통해 본 팬데믹 이후 미래의 미국을 엿볼 수 있었던 ‘슈퍼 이벤트' 였습니다. 팀 콜킨스(Tim Calkins) 미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부학장은 “지금 미국의 상황과 현실을 말해주는 시그널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2022 슈퍼볼 "지금이 미래다(The Future is Now)"

2022 슈퍼볼 우승팀 LA램즈의 팬들 (출처 : Gettyimages)

이번 슈퍼볼은 미국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했습니다. 혁신과 미래에 대한 광고가 쏟아졌습니다. 올해 행사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핀테크 관련 기업이 다수 등장, ‘크립토볼' 이란 별명이 붙었습니다.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 FTX, 비트바이 등이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특히 아무것도 없는 흑백 화면에 색이 바뀌는 QR 코드가 60초 동안 돌아다니는 코인베이스가 단연 큰 화제를 이끌어 냈습니다. 이 광고는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 코인베이스 앱의 미국 애플 앱스토어 순위를 186위에서 2위로 끌어 올렸습니다. 메타버스도 등장했습니다. 메타는 '퀘스트2'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이 같은 광고를 본 미국인들은 크립토, NFT, 메타버스 등을 이날 처음 들었다고 해도 이제 "익숙한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그동안 '미래기술' 이라고 말했던 것들이 광고에 '오늘의 솔루션'으로 등장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에 크게 위축됐던 산업이 슈퍼볼에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여행사 부킹닷컴은 슈퍼볼에 첫 등장했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EV) 광고에 집중했습니다. 기아차도 EV6 자동차로 로봇 강아지의 전력을 충전하는 광고를 했고, 삼성전자는 BTS를 내세워 ‘지구를 위한 갤럭시'라는 ESG 메시지를 내보냈습니다.

👉슈퍼볼은 '크립토볼'

좋았던 그 때를 떠올리며 즐기자

힙합 '레전드' 에미넴, 딕터 드레, 켄드릭 라마, 스눕독(사진 왼쪽부터)과 메리 제이 블라이즈가 2022년 슈퍼볼 '하프타임쇼' 무대에 올랐다. (출처 : Kevin C. Cox, Gettyimages)

슈퍼볼 하면 역시 '광고'죠. 70개 이상의 기업이 광고 30초당 700만달러(약 83억원)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특집 광고를 내보냅니다. 광고 비용만큼 발상도 기발하고, 유명 배우 캐스팅 등 제작 비용도 막대해서 슈퍼볼을 '미국 최대의 광고제'로 여기기도 합니다. 지금은 전설이 된 영화와 시트콤도 거의 슈퍼볼 광고를 통해 데뷔했습니다. 지금은 유튜브 때문에 영향력이 덜했지만 20세기엔 미국 시장 진입의 관문으로 여겨졌습니다. 애플도 지난 1984년 그 유명한 PC '매킨토시'를 슈퍼볼에서 처음으로 소개했습니다.

슈퍼볼 광고들은 화려하기도 했지만, 미국의 현대 문화와 미디어 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슈퍼볼 광고에 대해 ‘좋았던 그 때를 기억하라(Remember When)’고 평가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상과 비즈니스 등 모든 것이 바뀐 지금, 과거 향수를 자극하면서 ‘자유로웠던 그때' ‘신났던 그때'를 기억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하프타임 쇼도 미국의 힙합 가수 닥터 드레, 스눕 독, 에미넴, 켄드릭 라마와 R&B 가수 메리 제이 블라이즈가 출연해 환상적인 공연을 펼쳤습니다. 그래미상 43회 수상에 21장의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한 레전드 가수들입니다.

👉슈퍼볼에서 과거 향수 자극한 이유

셀럽프레뉴어, 톰 브래디 경제학

Gettyimages (출처 : 최근 은퇴를 선언한 미식축구 선수 톰 브래디)

미국의 가장 위대한 선수, G.O.A.T. 라고 하는데요. The Greatest of All Time의 약자입니다. 농구의 마이클 조던이나 제임스 느브론, 테니스의 로저 페더러, 골프의 타이거 우즈 등이 꼽힙니다.

미식축구에서는 단연코 톰 브래디(Tom Brady)가 의심의 여지가 없는 GOAT 입니다. 그는 22 시즌동안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템파베이 버캐니어스에서 뛰면서 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터치다운 패스(624개)를 던졌습니다. 가장 많은 패싱 야드(8만4520야드)를 기록했으며, 가장 많은 정규시즌(243승) 및 플레이오프(35승) 승리를 기록했습니다. 다시는 나오기 힘든 기록입니다. 슈퍼볼에 10번 진출해서 7번 우승했죠. 특히 지난 2016년 팰콘스와의 슈퍼볼에서 3쿼터까지 28-3으로 뒤져 패색이 역력했는데 4쿼터에 드라마틱하게 동점을 만든 후 연장에서 역전을 만든 경기를 아직 잊을 수 없습니다. 입이 딱 벌어진 경기였죠.

브래디는 지난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은퇴를 발표,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은퇴 후에 더 관심을 받았는데요, 벌써 4개의 기업을 직접 운영하거나 관여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부인인 슈퍼모델 지젤 번천과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 FTX 광고에 출연했고, 여기에 지분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NFT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난해 봄 오토그래프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과거 스포츠나 엔터테인먼트 스타들은 자신들의 명성을 이용해서 ‘광고'나 ‘얼굴마담'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 창업해 제 2의 인생을 개척하고 연착륙합니다. 톰 브래디는 ‘셀럽프레뉴어’의 정석을 만들고 있습니다.

👉셀럽프레뉴어의 정석

체제 경쟁의 상징이라면 승부는 이미 결정난 것

사실 이렇게 미국에서 라이브로 '슈퍼볼'을 시청하고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에도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권위주의 정부가 스포츠를 정치화하려는 시도를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긴장 고조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과거로 가는 올림픽과 미래로 가는 슈퍼볼. 혹시 이것이 냉전 시대 체제 경쟁 부활의 상징이라면 승부는 이미 결정난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더밀크 손재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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