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와 버핏을 누른 세계 1위 부자 '럭셔리 태양왕' 그는 누구?
[위클리 커버스토리]
●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 앤디 재시 아마존 CEO
● 아이작 펄무터 전 마블 엔터 회장
안녕하세요. 김선우입니다.
더밀크 기자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씁니다. 실리콘밸리는 전세계 기술과 자본의 수도 같은 곳이니까요. 그런데 실리콘밸리에 관심을 갖고 뉴스를 따라가다 보면 기술의 발전과 자본의 흐름에 매몰되기 쉽습니다.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그럴 거에요. 기술만 따라가기도 벅찰 때가 많잖아요.
2021년 메타버스, 2022년 웹3에 이어 올해 챗GPT가 쏘아 올린 인공지능으로 이어지는 최첨단 신기술들의 향연을 지켜보다 보면 조금 어지러울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럴 땐 ‘사람’으로 보면 큰 그림이 이해되기 시작할 때가 있어요.
더밀크의 ‘위클리 커버스토리’는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사람에 집중합니다. 기술도 자본도 투자도 결국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잖습니까?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앤디 재시 아마존 CEO, 아이작 펄무터 전 마블 엔터 회장을 통해 2023년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스토리로 본 각 기업의 미래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베조스와 머스크를 누른 럭셔리 태양왕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 회장은 젊은 시절 할아버지가 창업한 건설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사업차 미국 뉴욕에 간 그는 택시 기사에게 프랑스에 대해서 아는 게 있는지 물었어요. 드 골이나 퐁피두와 같은 프랑스의 전 대통령들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죠. 그런데 택시 기사는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하지만 크리스티안 디올은 알아요!” 이 때였습니다. 아르노 회장의 머리 속에 번개가 친 건.
프랑스로 돌아온 아르노 회장은 몇 년 뒤 바로 그 디올이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바로 인수합니다.(금수저인 그는 그럴만한 돈이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안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캐시미어를 두른 늑대’라느니 창업은 못하고 브랜드 쇼핑만 하는 ‘약탈자’라느니 그런 얘기들이었어요. 하지만 아르노 회장은 인간의 욕망을 지배하는 건 럭셔리 브랜드라는 사실을 간파했고 럭셔리 명품 기업을 계속 사모았습니다. 지금은 무려 75개의 럭셔리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죠.
인류 역사상 2000억 달러(약 260조 원)가 넘는 재산을 가졌던 사람은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와 테슬라 공동창업자 일론 머스크 2명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런 부자가 한 명 더 늘었어요. 바로 아르노 회장입니다.
아르노 회장은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세계가 기술 혁신으로 번 돈을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수렴해 돈을 모았습니다. 기술로 번 돈을 럭셔리 제품 사는데 쓴다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벌어간다’는 속담 있죠? 아르노 회장은 ‘되놈’이자 진정한 승자일 수 있어요.
영원한 2인자? 앤디 재시의 클라우드 AI 대반격
요즘 아마존은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수요에 대응해 너무 빠르게 확장을 한 탓에 인력도 남도 창고 공간도 남아 돌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불안이라는 거시경제적인 요소들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앤디 재시 아마존 CEO가 4월 13일 공개한 2022년 아마존 주주서한에서는 희망이 읽힙니다. 그 동안의 ‘조정’을 거쳐 이제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준비가 됐다는 얘기일 거에요. 거기의 중심에는 클라우드컴퓨팅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생성AI 전략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마존을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인식하지만 아마존의 심장은 사실 AWS입니다. AWS는 한 때 아마존 전체 매출의 10%,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담당했어요. 지금도 매출은 약 15%, 영업이익은 약 30% 수준에 이릅니다. 이런 AWS를 만들고 키운 사람이 바로 재시입니다. 그 공을 인정 받아 제프 베조스를 이어 아마존의 CEO가 된 것이고요.
아마존이 참전을 선언함으로써 B2B AI 클라우드 컴퓨팅 대전이 시작됐습니다. 클라우드컴퓨팅 분야의 1위 시장 점유율, 재시 CEO의 오랜 경험, 아마존의 고객제일주의가 합쳐지면 AI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아마존이 어떤 결과물을 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디즈니플러스 개국 공신, 해고 당하다
아이작 펄무터 전 마블엔터테인먼트 회장은 아주 유명한 인물은 아닙니다. 그는 망하기 직전의 만화책 회사였던 마블을 인수해 키워낸 사람이에요. 마블의 수많은 캐릭터를 이용해 영화 쪽에 진출했고 결국은 디즈니에 마블을 팔았죠. 그래서 디즈니는 펄무터 전 회장에 대한 예우가 깍듯합니다. 그가 없었으면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를 론칭할 수 없었을테니까요.
그런 펄무터 전 회장이 최근 디즈니에서 해고가 됐습니다. 주요 보직에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야말로 예우 차원에서 작은 부서하나를 맡고 있었을 뿐이었죠. 그렇다 하더라도 디즈니가 사활을 걸고 있는 디즈니플러스의 개국공신을 해고한다는 건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그건 펄무터가 밥 아이거 디즈니 CEO의 눈엣가시 같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펄무터는 그 유명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만들어낸 케빈 파이기를 내보내려 했었고 기업 사냥꾼 넬슨 펠츠를 디즈니 이사로 앉히려고 했었거든요.
디즈니는 10월 창립 100주년을 맞습니다. 하지만 마냥 축하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에요. 그래도 돌아온 CEO 아이거의 비용절감 계획이 그 동안 예우 차원에서 두고 보고 있던 펄무터를 내보내는 것에서 시작됐다는 건 의미 심장합니다. 디즈니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했나 봅니다.
기술과 자본의 움직임을 따라 가기가 벅찰 땐 사람의 관점에서 뉴스를 이해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면 스토리가 보이기 시작하죠. 이 사람은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그들의 이야기에 나의 관점을 더하면 우리는 모두 스토리텔러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시애틀에서
더밀크 김선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