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자산 1000억’ 비결은?...“금융상품도 AS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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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1.09.15 04:51 PDT
‘운용자산 1000억’ 비결은?...“금융상품도 AS 있어야”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 (출처 : 이루다투자일임 )

이루다투자일임, 운용자산 규모 급성장...자산 배분해 자동투자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 “금융소비자로서 겪었던 문제 해결”
25만 구독자 보유한 경제 유튜버 ‘김단테’로 활동하며 고객과 소통
“암호화폐는 새로운 에셋 클래스...자산 배분에 꼭 필요”

금융소비자로서 제가 겪었던 답답했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점이 적중했다고 생각합니다.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는 15일 더밀크TV 유튜브 방송 ‘잭잭과 친구들’에 출연해 “최근 운용자산(AUM) 1000억원을 돌파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작년 7월 출시한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 ‘이루다투자’ 운용자산 규모가 1년여 만에 급성장한 건 투자자들의 마음에 공감하는 전략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비스 출시 30일 후(99억원)와 비교하면 자산이 열 배(910% 증가)로 불었다.

김 대표는 2011년 모바일 소셜커머스 ‘로티플(Lotiple)’을 설립해 카카오에 매각한 후 2019년 이루다투자일임을 설립한 연쇄 창업가다. 카이스트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정보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으로 25만 구독자를 보유한 경제 유튜버 ‘김단테’로도 유명하다.

이루다투자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가 운용하는 올웨더펀드(All Weather Fund) 전략을 벤치마킹해 고객이 맡긴 자산을 미국주식 등에 자동투자한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올웨더 자산배분전략을 구현한 독립형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다. 올해 6월 말 기준 가입자수는 1만4000여 명에 달한다.

김 대표는 “미국 투자회사 Y컴비네이터를 설립한 폴 그레이엄을 좋아하는데, 그가 한 조언 중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하라’는 말이 있다”며 “로티플은 시장이 좋아하는 문제를 푸는 회사였지만, 이루다투자일임은 제가 풀고 싶은 문제를 해결한다. 그래서 피곤해도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설립자 등 투자 대가들의 투자방식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갈증 때문이었다. 로티플 매각 후 개인 자산을 투자 전문가에게 맡겨 봤는데, 성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특정 금융상품을 광고하려면 고객보다 해당 상품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신흥국 펀드가 좋다고 가입하라고 권하면서 정작 본인은 그 상품에 투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저는 이루다투자 많이 하고 있다. 계좌 인증도 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금융상품에 애프터 서비스(AS)가 없다는 점도 불만이었던 부분”이라며 “고객분들께 매달 보내드리는 별도의 영상 리포트로 이런 부분을 해결하고, 고객과 더 많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대담 전문이다.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

진행자: 손재권 더밀크 대표

손재권 대표(이하 손):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미국 투자자들 이야기가 많다. 미국 증시에 집중하는 이유는?

김동주 대표(이하 김): 제가 투자 공부를 학교에서 배운 게 아니다. 개발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참고할 웹사이트 등 실제 개발 사례 중심으로 공부를 하는데, 투자 관련 참고 자료를 찾다 보니 미국 자료가 많고, 영어 자료나 영어 논문을 계속 보게 되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미국 이야기, 미국 투자로 시작하게 됐다.

어느 날 레이 달리오가 무슨 얘기를 했는데, 다음 날 뉴스를 봐도 한국에서는 아무 관심이 없더라. 하워드 막스, 마이클 버리 등 유명한 투자자들이 나와서 얘기를 하거나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주요 인사가 얘기를 해도 이슈가 안 되는 사례가 많았다. 유명 투자자들이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얘기를 하는지 주석을 달아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콘텐츠 만들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또 한국 얘기를 하다 보면 관계자들에게 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다. 제가 재밌게 본 콘텐츠 중 나만 알기 아까운 내용을 보내드리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된다.

손: ‘거인의 어깨에서 투자하라’는 메시지가 와닿더라. 왜 투자 대가들의 전략을 공부해야 하나.

김: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투자하려면 막막하다. 내가 잘 모르는 걸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울까 생각해보면 된다. 저는 프로그래밍 공부할 때 주변에서 잘하는 친구 한 명 찍어서 그 친구가 하는 대로 따라 하려고 노력했다. 투자도 비슷한 거 같다. 미국에서는 분기마다 투자회사들이 투자 내역도 공개한다. 어떻게 보면 답안지까지 나와 있는 거다. 제가 언급하는 대가분들은 검증된 분들이다.

그런데 투자 대가들도 각기 투자 철학이 다르다. 마이클 버리는 테슬라 하락에 베팅하고, 캐시 우드는 테슬라 상승에 베팅하는 식이다. 조언을 드리자면 이분들의 투자 결과에 집착하기 보다 저 투자자가 어떤 논리에 입각해 저런 결론을 도출했는지 파악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왼쪽), 김동주 이루다투자일임 대표(오른쪽) (출처 : 더밀크)

손: 이루다투자는 브리지워터 올웨더펀드 투자전략을 벤치마킹 하고 있는데, 이루다투자 올웨더 자산배분전략에 대해 설명해 달라.

김: ‘자산 가격이 왜 움직이나’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전략이다. 자산 가격은 성장과 물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나오면 주식 올라간다는 식이다. 레이 달리오는 ‘성장과 물가를 예측하기 어려우니 아예 예측하지 않고 투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1920년 데이터까지 보며 미국시장에 적용해 봤더니 수익률이 괜찮다는 걸 알게 됐다. 경제가 어떻게 되던, 물가가 오르건 내리건 안정적으로 투자하자는 방식이다.

브리지워터와 완전히 100% 똑같이 할 순 없다. 레이 달리오의 투자 철학 공부를 많이 해 이루다 만의 올웨더 전략을 만들었다.

손: 레이 달리오가 중국 투자를 일찍부터 했는데, 아직도 호의적인 입장이더라.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 레이 달리오보다는 중국에 덜 호의적이다. 레이 달리오는 중국을 좋아하는 어느 정도의 편향이 있는 듯하다. 레이 달리오가 ‘월드 오더(The Changing World Order)’라는 책 만들고 있는데, ‘중국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중국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리스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에 집중투자 하지 않고 투자 포트폴리오 중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것 같다. 지금은 모두 미국 주식이 좋다고 하지만, 미국이 부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진 않다. 개별 종목이 아닌 인덱스(지수)에 투자하는 게 무난하다는 관점으로 보고 있다. 투자 비중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0%로 낮추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잘 될 수도 있지 않나.

손: 거시 경제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김: 유명 투자자 켄 피셔는 “부정적으로 봐야 할 이유가 없다면 긍정적인 것”이라고 했다. 위험 요소는 언제나 존재한다.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보다 더 문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다.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현재 시점에서는 안 온다는 생각이긴 하지만, 재정정책, 공급망 이슈가 생기면 올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미·중 갈등이다. 충돌이 극단적으로 간다면 예를 들면 대만 이슈 같은 것이 심각해진다면 시장에 리스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미래 위기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오기 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경제 괜찮다고 했고, ECB(유럽 중앙은행)는 심지어 금융위기 직전에 금리를 올렸다. 이런 전문가들도 위기 예측을 못 했다는 증거다. 우리가 모르는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켄 피셔의 시각에 따라 저는 계속 투자를 해나갈 것 같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의장 겸 CIO(최고투자책임자) (출처 : TED)

손: 암호화폐(Crypto, 크립토)는 어떻게 보나.

김: 자산 배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에셋 클래스(Asset Class, 자산군)가 됐다.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헤지(hedge, 위험회피)성 자산으로 본다. 최근 크립토가 올랐던 이유는 엄청난 돈 풀기 영향이 있었다. 미국 중앙은행이 돈 많이 푸는 걸 걱정하며 크립토에도 투자가 몰렸다. 중앙은행이라는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으면 크립토로 돈이 몰릴 수 있으니 헤지가 된다. 자산 배분 관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물론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좋은데,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려고 하면 정치적 갈등, 규제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소송 이슈, 연준이 발행하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디지털화폐) 등이다. 사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돈(유동성)을 마음껏 통제하고 싶은데, 통제를 벗어나는 게 크립토기 때문에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통제가 안 된다면 끌어안고 가겠다는 게 CBDC 아닌가. 규제에 따른 가격 출렁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변동성을 고려해 분산투자하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손: 한국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할 때 뭘 참고하면 좋을까?

김: 미국 증시가 오르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슬프지만 금융의 역사를 보면 개인투자자들은 하락장에서 다 떠나가고 만다. 그런 부분은 좀 걱정이 된다.

시황이나 뉴스(news)는 별로 안 중요할 수도 있다. 오히려 올드스(olds)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데이터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예컨대 ‘영화 뭘 봐야 하냐’ 고민될 때 영화 평점 사이트 IMDB에서 평점 높은 걸 보면 더 만족할 수 있다. 과거 역사나 의미 있었던 책들 중심으로 공부를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다.

손: 더밀크 구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다면.

김: 더밀크가 제 취향 저격이더라. 실리콘밸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상장사 포함해 비상장사, 스타트업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더밀크가 앞장서서 그런 콘텐츠 제공하고 있더라 정보 격차 낮춰서 진입장벽 낮춰주는 아주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폭넓은 시각을 위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구독자분들 모두 성공투자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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