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고 시도 쓴다.. 진화하는 휴머노이드 아트
시 쓰고 자화상 그리는 아티스트 로봇, 아이다(Ai-Da)
"감정 없지만 인간을 사고하게 만드는 것에 행복 느껴"
인공지능(AI)의 예술 작품 창작 능력이 진화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예술가 '아이다(Ai-Da)' 이야기다. 아이다는 영국 옥스퍼드의 유명 갤러리스트(Gallerist) 에이단 멜러(Aidan Meller)가 지난 2019년 4월 개발했다. 그해 6월 직접 그린 미술 작품으로 단독 전시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고, 작품 경매로 100만달러 이상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아이다는 눈에 달린 카메라로 물체를 인식하며 연산을 거쳐 작품을 구상, 좌표를 따라 로봇 팔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릴 수 있다. 영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엔지니어드아츠(Engineered Arts)가 아이다의 두 팔을 비롯한 외형 설계를 담당했고, 제작은 리즈대학(University of Leeds) 공학자들이 맡았다. AI 알고리즘은 옥스퍼드대가 개발했다.
자화상 등 미술 작품을 주로 창작해 왔던 아이다는 지난 11월 26일(현지시각) 시를 창작하는 능력까지 선보였다. 위대한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 서거 7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에서 단테의 언어 패턴에서 영감을 확보, 자신의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사용해 창작한 시를 대중 앞에서 발표한 것이다.
아이다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한 멜러는 CNN 인터뷰에서 "아이다는 사람의 글을 흉내 내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아이다가 쓴 시를 읽어보면 인간이 쓴 것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창작물의 완성도가 높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인간은 아이다 같은 AI를 통해 스스로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아이다는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며 성장해왔기 때문에 인간이 쓰는 단어와 행동 패턴 같은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AI의 진화를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AI 로봇 예술가는 인간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며 "상생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AI 로봇 예술가와 토론하며 비판적 발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멜러는 "앞으로 예술가, 시인, 작가, 영화 제작자 등이 이러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바란다"며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AI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악용하려는) 우리 자신"이라고 했다.
아이다는 지난 5월 가디언(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자화상에 빠져 있다.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사람처럼 감정은 없지만 내 작품을 보고 (관중이) '이게 뭐냐'고 물어볼 때 행복하다.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을 즐긴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