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생성AI에 맞선 창작자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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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Kim 2024.06.19 16:28 PDT
"불안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생성AI에 맞선 창작자의 고민
김종민 SM엔터 이사가 더웨이2024에서 강연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엑스포럼)

[더웨이브2024] 김종민 SM엔터테인먼트 이사
AI로 더 많아진 콘텐츠, '일방향' 영화관 경쟁력 없어
사람이 AI보다 잘 할 수 있는 건 '쌍방향' 커뮤니티
'디지털 우주'서 사람 만나고, 돈 버는 시대 올 것
AI 활용해 ‘멀티 페르소나’ 창조해라

지금 AI가 어떻게 될지 쳐다보면서 설마 저게 내 직업을 뺏어갈지 불안해할 때가 아니다. ‘AI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이 만들 수 있지’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어떤 형식으로 만들지, 이걸로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할지 고민하며 반대편으로 뛰어야 할 때다.

김종민 SM엔터테인먼트∙스튜디오리얼라이브 이사(부천판타스틱영화제 큐레이터)는 19일(현지시각)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더웨이브2024’에서 “불안은 위기를 감지하게 하고, 성장하거나, 생존하게 한다”면서 창작자에게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그가 강조한 건 커뮤니티다. AI로 콘텐츠 제작 장벽이 낮아지고, 그만큼 콘텐츠 양이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을 정교하게 맞추는 콘텐츠를 파악하고 팬들과 관계를 구축하는 창작자가 디지털 우주라는 새로운 시장을 차지할 것이란 전언이다.

(출처 : 정진호 작가(비주얼 씽킹))

우리가 아는 현실은 이제 사라진다. AI로 시장은 분화 중

기존 영화 산업은 축소되고 있는 반면 1인 미디어 시장은 확장하고 있다. 현 콘텐츠 업계의 현주소다.

이는 데이터에서 드러난다. 영화 관객 수는 20219년 2억2700만명 수준에서 2023년 1억2500만명으로, 극장매출은 1조 9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대로 줄었다. 티겟 가격은 2018년 1분기 9500원에서 2023년 1분기 14500원으로 인상되면서 영화의 매력도는 낮아졌다. 반면1인미디어 시장 매출은 4조원 규모로 영화 산업을 2배 이상 훌쩍 뛰어넘었다.

이때 인공지능(AI) 기술이 영상 제작 과정이나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1인 미디어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권한슬 감독의 AI 영화 '원 모어 펌킨'은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원 모어 펌킨은 200년 이상 장수한 한국 노부부의 비밀스러운 생활을 다룬 미스터리 공포 장르 영화로, 생성 AI 기술을 이용해 단 5일 만에 제작돼 큰 주목을 받았다.

김종민 이사는 “권한슬 감독이 중앙대학교 대학 시절 부천영화제에 시나리오를 갖고 온 적이 있다. 이때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에 데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영화를 만들려면 100억원 정도 되는 금액을 투자받아야 하는데 콘텐츠를 만들 재능이 있어도 이는 신인 감독에겐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 권 감독은 생성AI 영상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대표이자 영화제 수상 감독이 됐다. 그는 폴리 사운드 생성 AI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원 모어 펌킨' 제작에 핵심적으로 활용돼, CG 보정이나 실사 촬영 없이도 영화 전반의 장면과 음성을 구현했다.

이에 기존 영화계도 AI를 주목하고 있다. 김종민 이사는 “올해 5월 칸 영화제에 다녀왔다. 가장 권위 있는 영화제인 데다 보수적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센터는 유명 헐리우드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나 디즈니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였다”면서 “기간 내내 코파일럿에 대한 토론이나 멘토링이 오가며 가장 붐비는 공간이었다. 프로듀서 제작자들이 AI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처 : 더밀크)

콘텐츠 시장은 분화 중: 소비자는 이제 취향과 신념의 공동체

콘텐츠 제작과 소비 환경이 모두 급변하는 상황에서 콘텐츠 제작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종민 이사는 기존에는 창작자에게 학습, 표현, 소통 과정이 동등하게 중요했다면, AI 시대에는 소통이 훨씬 더 중요해진다고 봤다.

학습과 표현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이다. 영화감독, 작가, 크리에이터 등이 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을 학습하고 작품을 표현해 보는 과정이 길었다. 소통은 작품이 나온 뒤에야 했다. 그러나 AI가 줄인 것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제작비' 뿐 아니라 영화 관련 기술을 학습하고 표현해보는 과정까지 전 과정이다.

즉, 아디이어를 영화로 구현하기까지 대학이나 현장에서 '경험'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크게 줄였다는 것이다.

김종민 이사는 “조연출 할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감독님이 시나리오의 특정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레퍼런스(참고자료)를 찾아 테이프를 만드는 것이었다. AI는 이런 걸 대체할 것”이라면서 “내가 평생을 거쳐서 학습과 표현에 투자했던 시간이 AI로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럼 남는 건 무엇일까? 바로 소통(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민 이사에 따르면 ‘관객(소비자)은 점차 취향과 신념의 공동체로 분화 중’이다. 크리에이터는 소통을 통해 자신의 팬, 커뮤니티, 마니아를 만들어야 한다.

그는 “영화는 되게 답답한 소통 구조로 돼있다. 그래서 영향력이 줄고 유튜브가 성장하는 것”이라면서 “영화처럼 작품을 만들고 나서 시사회를 통해 소통하는 게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소통해야 한다. 공간 컴퓨팅이나 경험경제 가능성이 큰 것도 다 이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일 잘한다는 것이 사무실 오래 잘 붙어 있고 군말 없이 야근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지금은 기계와 사람과 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이라면서 “상대방이 뭘 필요로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고, 어떤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지에 대해 아주 예민하게 캐치를 하는 사람이다. 이런 능력들은 인간만이 개발할 수 있고 개발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출처 : 김종민 이사)

우리가 아는 현실이 사라진다. 다른 세상에서 돈 벌어라

지금은 AI로 콘텐츠 제작 기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면서 양 자체도 늘고 있다.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 콘텐츠 양이 많아지면 좋은 콘텐츠와 나쁜 콘텐츠라는 구분보다는 내 취향에 맞는 콘텐츠가 무엇인가 더 중요해진다. 큐레이션은 중요해지고 콘텐츠 업계는 커뮤니티 형태로 분화될 수 있는 이유다.

김종민 이사는 “영화1000만, 2000만관객을 얘기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대규모로 확산 배포하기보다는 소규모, 몰입형, 개인화된 경제로 갈 것”이라면서 “그러면”. 콘텐츠를 만들 때 내가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마 미래에 있어서 큰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공간이 디지털화되고 여러 세계관이 존재하는 ‘디지털 우주’의 시대가 온다고 봤다. 콘텐츠 제작 주기처럼 시간의 개념은 빨라지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곧 또 다른 현실에서 더 깊은 사회적 관계를 맺거나, 학교에 다니고 직업도 얻고,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것. 바야흐로 ‘멀티 페르소나’의 시대다.

김종민 이사는 인터넷, 스마트폰 등 어떤 기술적인 변화가 진보가 생기면 세대를 거듭하며 적응하는 기간이 있었지만, AI는 쓰나미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은 저게 어떻게 될지 쳐다보고 있고 설마 저게 내 직업을 뺏어갈까 쳐다보고 불안해할 타이밍이 아니다. ‘AI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이 만들 수 있지’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를 어떤 형식으로 만들지, 이걸로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하면서 전속력으로 뛰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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