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순영 "생성AI 혁명으로 웰스테크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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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4.06.14 09:16 PDT
오순영 "생성AI 혁명으로 웰스테크 시대 열린다"
(출처 : 오순영 전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 )

[더웨이브 인터뷰] 오순영 전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
"생성AI 경쟁, 돈과 규모 싸움... 빅테크 기업들 주도권 계속 쥘 것"
"금융권 생성AI 도입 활발... 금융 리터러시 올려주는 극적인 역할 할 것"
"일자리 AI 대체? 어설픈 초중급 역할 사라진다... 고급 인력만 남을 것"

생성AI 혁명이 웰스 테크(Wealth Tech) 시대를 만들 것입니다.
오순영 전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

국내 대표적인 AI전문가로 꼽히는 오 전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최근 'AI시대의 부의 지도'라는 책을 펴냈다. 오 전 센터장은 생성AI 등장으로 인한 기술업계 지각 변동에 대해 기존의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개인의 부가 AI 기회를 얻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오 전 센터장은 "생성 AI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신생회사가 판을 엎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환경이나 인프라 자체가 루키에게 쉬운 환경이 아니다. 돈과 규모의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은 이미 익숙해진 모바일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검색 시장에서 구글 역시 자신들의 강점에 AI를 녹일 것이다"고 분석했다.

다만 "온디바이스 AI 분야에서 신생 기업들의 기회와 혁신은 나올 것 같다"며 "그 역시도 작게 만드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플랫폼과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또 두드러진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전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일자리 AI 대체? 어설픈 초중급 역할 사라진다... 고급 인력만 남을 것"

‘AI 시대의 부의 지도’라는 책을 냈다. 계기는?  

"처음 출판 요청을 받았을 때, 챗GPT에 관한 책을 써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유행을 타는 책을 쓰고 싶지 않았다. 최근 생성AI 열풍으로 인해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특히 자격증이나 돈과 관련된 강연 등이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사람들의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

단편적인 정보만 쫓는 경향이 문제다. 유행처럼 도는 정보만을 따라가고 있다. 이 기술이 왜 이렇게 발전하고 있는지, 기업들이 왜 이러한 서비스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을 책으로 쓰고 싶었다.

AI 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왜 엔비디아가 주목받는지, 왜 AI 시대라고 이야기하는지, 그리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등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가 왔다. 이터를 확보한 기업,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들은 어떻게 이를 수익화 할 수 있을까?

"플랫폼 기업은 데이터가 자신들 것이 아니다. 도메인이 자기 소유인 기업들이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유리하다고 본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저작권 등 걸리는 문제들이 많다. 플랫폼은 플랫폼을 유지하거나, 플랫폼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한 데이터로는 활용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새로운 밸류를 찾거나 이런 측면에서는 도메인을 확보한 기업, 실제 데이터를 들고 있는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보면서 뭘 할지를 생각했다. 그러나 생성AI의 등장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지금은 뭘 할지를 먼저 생각한 후 데이터 유무를 확인하고, 관련 데이터를 찾고 만들면서 사업화, 수익화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요즘 생성AI를 보면 기술은 다 좋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양질의 데이터를 작게만 넣어도 적절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이런 양질의 데이터는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데이터 확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플랫폼은 이용자와 함께 뭘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은 원래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면 자체 IP가 있는 서비스를 통해서 데이터를 쌓고 있을 것이다.

플랫폼 기업과 전통적인 데이터를 가진 기업과의 전략은 다를 수밖에 없다. 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형태가 계속 나타날 것이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고 누구라도 손을 잡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도 더 쉬워졌다. 비즈니스 자체에 집중하면서 답을 찾아야 한다."

AI와 일자리의 미래, 어떻게 보나?

"과거에는 창의적인 작업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이 마저도 위협받고 있다. 그런데 AI가 만든 창작물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개인적으로는 미드저니 등 AI도구를 사용해 만든 이미지는 플라스틱처럼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병맛'스럽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일자리 측면에서는 초급과 중급의 역할이 사라지고, 고급 인력만 남을 것이다. 코딩 작업도 모두 자동화될 것으로 본다. 다만 고급 인력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좋은 개발자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의 관계는 매우 미묘하다. 이러한 관계를 간파하는 것은 노련한 전문가들의 영역이다. 어떤 직업이든 전문가(구루)는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반면, 어설픈 영역은 모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니어'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국가적인 차원에서 인큐베이팅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키운 인력이 도망가는 것도 문제다. 직업의 개념이 변화하면서 일자리를 '직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조차 애매하게 됐다.

국가와 AI 관련 분야에서 보호해야 할 것들이 있다. 인재 양성의 문제가 아닌, 보호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노년이 길어졌는데, 은퇴한 인재들을 왜 집에 보내야 하나? 이렇게 사회 구조 변화와 AI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넓은 시야로 조망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지금은 '혼돈의 카오스' 상태다."

한국의 AI 수준은 어떻게 보나?

"존중의 의미로 노 코멘트하고 싶다. 사실 우리나라 여건에서 이 정도로 하는 기업들은 없다고 본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플랫폼에 강점이 있는 기업들이다. 단순히 기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비즈니스가 휘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넥스트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찾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지나치게 AI 모델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델이 사업과 무슨 상관이 있나? 기술 측면에서는 다 성능이 뛰어나다. 기업마다 상황과 니즈에 맞는 AI 플랫폼을 찾는 게 중요하다. 실제 도입시 인공지능 모델 외에 신경써야 할 게 더 많다."

지난해 더밀크가 주최한 트렌드쇼에서 오순영 전 센터장이 AI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김인순)

"금융권 생성AI 도입 활발... 금융 리터러시를 올려주는 극적인 역할 할 것"

금융권에서는 생성AI를 어떻게 도입하고 있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모두 AI를 적용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더 활발하다. 우선 블룸버그는 방대한 금융 데이터로 훈련한 대규모언어모델 '블룸버그GPT'를 지난해 공개했다. 무척 놀랐는데 다양한 금융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납득이 가는 움직임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I 관련 특허, IT 관련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JP모건 등은 내부적으로 현금흐름 예측에 생성AI 활용하고 있다. 또 모건스탠리도 AI에이전트를 통해 직원들을 지원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과거에 이미 하던 작업들을 더 고도화하고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서 생성AI를 활용한다. 

보수적인 금융기관들이 생성AI 도입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이유는 돈 냄새를 잘 맡기 때문이다. ROI를 잘 따지는 곳이기 때문에 재빠르게 기술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다만 아직 파일럿 프로젝트 수준이다. 적극적인 도입을 위한 테스트 기간이다. 상품을 팔거나, 고객을 분석하거나,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이다. 그러나 성급하게 도입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책에서 '금융 웰빙'에 대해 언급했다. 금융 웰빙이 어떤 의미인가? AI와 어떤 관계가 있나?

"금융 웰빙은 개인의 금융과 재정적 대응력과 안정성을 뜻한다. 내가 가진 재정 상황이 미래에 불안하지 않고, 쪼들리지 않게 쓸 수 있는 상태를 금융 웰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소득, 지출, 저축, 대출, 계획 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금융 자체가 용어도 어렵고 상품도 많다. 금융 문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생성AI는 이 문턱을 낮춰줄 것이다. 어떤 상황을 주고 포맷을 정하면 너무 설명이 잘 나온다. 질의응답 기능을 통해 내 재정적 상황에 조언을 얻고 재무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생성AI가 금융 리터러시를 올려주는데 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가 효율적으로 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기술적으로 여건이 이미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웰스테크 시대의 도래도 예상했다. 생성AI는 어떤 역할을 할까?

"웰스테크(Wealth Tech)는 핀테크 분야에서도 금융기관과 개인투자자를 위한 자산관리나 투자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기술은 효율성에 집중하면서 자문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복잡한 자산 관리 프로세스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로보 어드바이저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한 때 로보어드바이저가 투자의 미래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수익률 측면에서는 반반이었다. 사람은 데이터 자체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더 투자에 영향을 준다. 로봇은 다르다. 어느순간 로봇의 예측이 훨씬 정확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가는 아직이다. 감정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 AI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로봇을 통해 당장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생성AI 시대 생존 전략으로 AI를 해석하는 힘을 꼽았다. 어떻게 AI해석하는 힘을 기를 수 있을까? 

"왜? 라는 질문을 가지는 것이다. 질문이 중요해졌다. 질문에 따라 답변의 수준이 달라진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흐름을 누군가 퍼다주는 정보만 갖고 내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 이제는 정답이 없는 시대다. 모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석하는 힘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 초년생들은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판의 말이 될 것인지, 아니면 판을 흔들고 움직이는 사람이 될 것인지가 여기에 달렸다. 파도가 치면 누구는 휘청거리고, 누군가는 서핑을 한다. AI 웨이브에 흐름을 잘 타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오순영 전 센터장은 오는 6월 19~20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더웨이브 서울 2024'에서 'AI를 해석하는 힘'을 주제로 강연한다.

더웨이브 2일차 연사 (출처 : 디자인: 김현지)

더웨이브 서울(The Wave Seoul 2024)

일자: 2024년 6월 19일(수) ~ 20일(목), 2일간

시간: 6월 19일(수) 10:00~17:00 / 6월 20일(목) 10:00~17:10 (등록시간: 09:30~10:00)

장소: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401호

주제: Next Billion

언어: 영어 /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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