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를 '전설'로 키운 3명 : 아버지, 아내 그리고 코치
2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레이버컵은 로저 페더러의 은퇴 행사나 다름 없었다. 페더러의 마지막 경기는 의미심장 하게도 라파엘 나달과 함께 였다. 경기가 끝나고 페더러와 나달은 서로를 껴안았다. 이 순간만큼 둘은 상대편 적수가 아니라 복식의 한 팀 동료였다.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시작된 둘 사이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정으로 발전했다. 경기 후 페더러 은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나달은 우는 페더러 옆에 앉아서 함께 눈물을 흘렸다. 역사상 최고의 테니스 선수 중 한 명으로 평가 받는 페더러는 2005~2007년 10회 연속 메이저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2004~2010년 메이저 대회 4강에 23회 연속으로 올랐고 8강에는 36회 연속으로 올랐다. 모두 남자 단식 역대 최장 기록이다. 그는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369승을 올렸다. 2위인 노박 조코비치보다 35승이 많다. 1700번 이상의 투어 레벨 경기를 치러서 이 중 80%에서 승리를 거뒀다. 승률이 8할인 셈이다.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남자 선수 랭킹 1위를 지켰고 모두 20개의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런 페더러를 최고 중에 최고로 꼽기에는 무리가 있다. 메이저 대회 타이틀 수만 놓고 보면 이미 나달과 조코비치보다 적기 때문이다. 나달이 22개, 조코비치가 21개, 페더러가 20개다. 나이는 페더러가 41세, 나달이 36세, 조코비치가 35세다. 나이를 감안하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상대 전적도 뒤진다. 나달과는 16승 24패, 조코비치와는 23승 27패다.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 타이틀 수나 상대 전적을 보면 당대에 이미 후배들에게 추월을 당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워낙 아름답고 우아하게 테니스를 쳐서 팬이 많다. 남자프로테니스(ATP)에서 투표로 뽑은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에 19년 동안 1위에 올랐다. AP통신은 "페더러가 걸어온 여정은 기록으로 나오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강력한 포핸드, 특유의 원 핸드 백핸드, 완벽한 풋워크, 엄청나게 효율적인 서브, 열정적인 네트 대시, 자신의 경기를 재창조하려는 의지, 그리고 선수로 오래 장수한 사실 등이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페더러가 어린 시절 사실은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고, 게임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으면 라켓을 내던지고 울었던 아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페더러는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됐을까? 어떻게 은퇴하는 날 최고의 라이벌인 나달을 울게 만드는 사람이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