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노조 설립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노조 설립 반대가 찬성표의 2배 넘어
노조 설립 무산되자 주가 2%대 상승
물류센터 근무환경 열악한 걸로 유명
테크기업으로는 노동집약적 사업구조
아마존(AMZN) 노조 설립이 무산됐다.
미국 앨라배마주 베세머의 아마존 물류센터(풀필먼트센터) 직원들이 노조 설립 여부를 놓고 지난 2달 동안 진행한 투표에서 노조설립 찬성표는 738표에 그쳤다. 찬성의 2배 이상인 1798명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결권이 있는 직원 5876명 가운데 절반을 조금 넘는 3215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505표는 노측이나 사측의 이의 제기로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고 76표는 무효 처리됐다. 이로써 아마존에 단위 노조를 설립해 소매·도매·백화점 노조연맹(Retail, Wholesale and Department Store Union, RWDSU)에 가입하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투표 결과가 나온 9일(현지시간) 아마존의 주가는 2.21% 상승해 3372달러에 마감했다. 2달 만의 최고점이다.
노조 설립에 반대표를 던진 한 직원은 “노조 설립이 직원 복지나 급여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고 말했다. 앨라배마주의 최저 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지만 아마존은 시간당 15달러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조 설립 찬성파는 사측의 투표 방해가 있었다며 이의를 제기할 의향을 보였다.
아마존은 “아마존의 승리가 아니다. 우리 직원들이 노조 가입에 반대하는 선택을 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투표에 앞서 높은 임금과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보험을 강조했으며 직원들의 피드백을 경청하고 근무 환경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풀필먼트센터 직원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물병에 소변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마존 측은 이를 유언비어라고 일축하고 있다. 베세머 풀필먼트센터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시간당 300개의 물품을 골라내야 한다며 화장실 가는 게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직원들이 원할 때는 언제든 화장실에 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아마존의 근무 환경은 미국 내에서 정치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아마존은 트위터에서 아마존을 비판하는 미국의 대선주자 출신 민주당 정치인 엘리자베스 워렌과 버니 샌더스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이 아마존에 노조를 설립하기 위한 첫 시도는 아니었다. 2018년에는 아마존이 인수한 홀푸즈 마켓 (Whole Foods Market)에서 노조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지만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14년에는 델라웨어 주 미들타운에서도 노조 설립이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