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발 로봇 혁명이 온다
AI 데이를 통해 본 로봇 산업 혁명
테슬라 로봇 혁신이 산업계 미치는 파장
테슬라가 로봇 혁명의 서막을 열었다.
테슬라는 9월 30일 테슬라 AI 데이를 열고 지난해 개발을 예고한 로봇을 발표했다. 테슬라의 인공지능 관련한 제품 개발 현황발표가 있었으나, 무엇보다도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테슬라 AI 로봇 '옵티머스(Optimus)'였다.
이 제품은 일년 1개월전에 첫번째 테슬라 AI 데이에 개발을 발표했던 것의 진행 상황을 보여줬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는 6분간 인간형태의 로봇(humanoid)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것이 로봇공학의 궁극의 목표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테슬라는 일년 만에 상당한 수준의 로봇을 만들어 시연했다. 이제는 로봇의 혁명이 시작됐다고 확신이 들었다. 아직은 일반인이 이해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상당히 기술중심의 발표로 인해 실망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엔지니어의 시각에서 보면, 50년 역사의 인공지능도 10년전 알렉스넷(AlexNet)의 발표로 인류사회를 바꾸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골프 카트(Golf cart)정도로만 사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전기차도 테슬라의 등장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제 로봇의 대중화, 로봇으로 인한 사회의 대변혁이 아주 가까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어려운 이유
왜 휴머노이는 로봇공학의 궁극의 목표이고, 어려울까?
로봇이 사람의 형태를 갖추고, 사람처럼 움직이면, 이미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장치, 도구를 변환없이 로봇이 자연스럽게 사용해서 사람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도 최소한의 교육으로 쉽게 할 수 있다. 그런데, 기계장치의 크기와 무게, 컴퓨터 처리능력 한계로 아직도 먼 미래로 생각된다.
휴머노이드 로봇 중에 가장 운동능력이 뛰어난 것이라고 불리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Boston Dynamics Atlas)도 상체가 상당히 사람보다 크고, 무거우며 손의 관절이 없이 하나의 공처럼 만들어 졌다.
다른 휴머노이드들은 손의 관절도 있고, 사람과 같이 표정도 구현한 로봇인데, 하체는 바퀴로 구동하는 형태 로봇이 있다.
예를 들면, 2016년 홍콩 기업이 만든 소피아라는 로봇이다. 완전한 사람과 같은 형태의 로봇은 영화에는 많이 등장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많이 시도되지 않는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 (Uncanny Valley)'라는 로봇공학 이론 탓이다.
이는 1970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소개했다. 로봇이 점점 사람의 모습과 비슷해질수록 인간이 로봇에 대해 느끼는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에 도달하게 되면 강한 거부감으로 바뀐다. 이를 극복해 로봇의 외모와 행동이 인간과 거의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가 돼야 호감도가 다시 증가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부분 로봇 설계는 거의 기능성에 집중해 상자형태의 몸에 이동을 위한 바퀴나 4개의 다리를 달고, 집게가 끝에 있는 다관절의 팔과 사물을 인식하는 카메라가 설치된 형태가 대부분이다.
한달 전 발표한 구글 팔엠 세이캔(PaLM-SayCan) 로봇과 2021년1월에 발표한 삼성의 봇 핸디(Bot Handy), 아마존 아스트로 로봇(Astro Robot) 등이 이런 형태로 만들어 졌다.
테슬라 로봇은 다리를 갖추어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보다는 못하나 하체 운동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소피아 로봇 같은 팔과 손관절의 구현, 사람과 거의 같은 형태와 무게를 가진 몸, 거기에 인공지능을 적용한 소프트웨어까지 넣어서 만들고 있다.
물론 아직, 여러부분이 개선되어야 하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로봇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바꾼 엄청난 행사였다.
테슬라 로봇은 무엇이 다른가?
테슬라 로봇이 기존 로봇과 다른 차이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설계이다. 테슬라는 전기 자동차 대량 생산기술을 가진 회사이다. 테슬라 로봇은자동차에서 많은 부품과 설계를 가져오고, 축적된 생산기술을 활용해 처음부터 대량 생산을 목표로 설계됐다.
이것이 다른 로봇회사와 큰 차이를 만든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연구과 시연용으로 성공적인 로봇을 만들지만 대량생산은 다른 문제다.
둘째는, 광범위한 유용성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포함한 모든 기업의 로봇은 주로 한두가지 기능만 잘하게 설계했다. 짐을 옮기고 자율주행을 하고 음식접시를 나르고 순찰을 돌고 감시 등을 하는 용도다.
테슬라 로봇은 사람과 비슷한 다관절의 손을 가졌고, 이를 사용해 한 손에서 9Kg 무게를 들 수 있다. 다른 관절은 400Kg의 그랜드 피아노도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진 액추에이터를 사용한다. 사람 체중에 비슷한 체격을 갖춰 사람들이 활동하는 다양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게다가 테슬라의 전지기술로 한번충전으로 종일 사용이 가능하다. 소프트웨어에 따라 활용범위가 거의 무한하다. 셋째는 인공지능의 적용한 소프트웨어이다. 이전의 로봇은 자율주행차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멍청했다고 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된 것만 정확하게 무한 반복한다. 다양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
테슬라 로봇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환경에서 학습하며 고도화된 업무를 수행한다. 변화하는 환경에도 적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넷째, 대중이 접근 가능한 가격이다. 현재 테슬라 로봇 예상가격은 2만 달러이다. 시판하는 로봇 중에 가장 뛰어난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팟(Spot)은 4족 로봇이다. 개의 모습과 비슷한 로봇 가격은 5만5000달러에 팔린다. 나이트스코프같은 경비순찰 로봇과 베어로보틱스의 식당용 로봇이 월 사용료 1000달러에 대여할 수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테슬라 로봇 가격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알 수 있다.
테슬라가 대부분 부품을 자체 설계하고 제작하는 수직통합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여기에 라이다(LiDAR)와 같은 고가의 부품을 쓰지않고, 인공지능으로 고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테슬라는 충돌사고를 대비한 안전설계 기술이 있다. 여러 극한 환경이나 충돌 사고에도 대비하는 설계기술이 있어, 연구목적 로봇을 넘어, 다양한 환경에서도 성공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다.
테슬라의 혁신은 어디서 오는가?
이번 AI 데이를 통해 테슬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실행 속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론 머스크는 2021년 8월 AI데이에서 로봇을 발표했다. 이번 행사 발표에 따르면, 테슬라는 처음 로봇 기계설계를 하고 시제품을 만드는데 6개월이 걸렸다. 이후 7개월 동안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13개월 만에 스스로 두발로 걷게했다. 인공지능 시각으로 도구들을 파악해 물건을 들어올리고, 화분에 물을 주는 로봇을 완성했다.
이 것은 30년 역사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설계에서 첫 20년간 성취한 것을 거의 일년만에 한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건, 물론 많은 설계와 부품을 이미 생산중이 자동차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가능하다.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대규모 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혁신의 프로세스는 애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애플은 맥의 운영체계를 가지고 아이폰을 만들었다. 아이폰에서 아이패드를 만들었고 아이폰 CPU를 변경해 맥북에서 사용되는 CPU를 개발했다.
사업부별로 분리돼 경쟁하는 전통 기업조직에서는 이런 혁신이 어렵다. 또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것을 가속화하지 않으면, 기업은 도퇴될 수 밖에 없다.
테슬라 13개월에 이런 것이 가능했다면, 앞으로 일년 후 어떤 것을 보여줄지 상상하기 어렵다.
초 인류 기업의 조건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반도체+AI
테슬라는 행사에서 가정용 로봇을 주로 이야기했지만 아주 광범위한 활용분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장 로봇, 창고 로봇, 식당 로봇, 순찰/감시 로봇, 군사용 로봇, 재난 대응/ 구조 로봇, 경비 로봇, 놀이 공원 로봇, 청소 로봇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바퀴가 달린 거대한 달걀모양의 로봇 나이츠스코프(Knightscope)는 5년 전에 쇼핑몰에서 순찰을 하던중 분수대에서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했고 많은 미디어들에게 놀림감이 됐다. 경비 로봇이 스스로 물에 빠졌는데, 일어나지 못하자 사람들은 로봇이 자살을 했다고 비웃었다.
테슬라 로봇은 팔과 다리가 있으니, 쓰러져도 일어설 수 있다.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인간형 로봇이 파격적 가격에 나온다면, 대부분의 로봇회사들은 사업모델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대되는 큰 변화는 로봇 앱스토어의 출연이다. 광범위하게 유용한 로봇이 생기면, 이를 활용할 다양한 소프트웨어 시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일론 머스크도 로봇의 가능성이 인간사회에 100배의 변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이런 변화는 로봇 제조사의 소프트웨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많은 기업들과 개인이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도 로봇의 혁명이 메타버스의 혁명보다 우리에게 더 가까운 넥스트 빅씽(The Next Big Thing)일 수도 있다.
테슬라의 신기술 발표는 혁신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반도체, AI를 수직 통합해 최고의 고객 경험을 만들 수 있는 곳만이 초 인류 기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