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 진화로 본 애플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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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 2022.07.04 02:02 PDT
카플레이 진화로 본 애플카의 미래
애플 카플레이 (출처 : 애플 )

[오피니언] 정구민 국민대 교수
WWDC 2022에서 카플레이와 애플 미래 차량
애플 소프트웨어로 차량 하드웨어 제어까지 노려
구글 오토와 다른 전략으로 향후 시장 방향 보인다

애플 카플레이는 자동차 헤드유닛과 아이폰을 연결해주는 기능이다. 아이폰 화면을 자동차의 헤드유닛에서 볼 수 있게 한다.

지난 WWDC 2013에서 소개된 카플레이는 2015년 GM의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를 시작으로 많은 차량에 들어갔다. 애플 아이폰이 가지는 위상 때문에 ‘카플레이’ 적용 차량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크게 늘기도 했다.

이번 WWDC 2022에서 애플은 새로운 카플레이 기능을 선보였다. 차량 제어 기능을 추가한 이번 발표를 일부 언론에서는 애플카를 향한 진화로 평가하기도 했다. WWDC 2022의 애플 카플레이 발표와 함께 최근 애플카 관련 이슈를 만나 본다.

새로운 애플 카플레이 사용자 인터페이스 (출처 : 애플)

애플 카플레이, 차량 하드웨어까지 제어

애플 카플레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함께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잇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화면이 그대로 차량 헤드유닛에 보이고 스마트폰에 있는 승인된 앱을 실행할 수 있게 한다. 주행 데이터나 운전자 데이터를 뺏기게 되는 자동차사의 저항이 있기도 했지만, 스마트폰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소비자의 인기를 바탕으로 크게 확산됐다.

애플은 WWDC 2022에서 기존 멀티미디어나 내비게이션에 더해서 자동차의 여러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헤드유닛에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보여 주게 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진화했다. 헤드유닛과 계기판의 디스플레이를 모두 활용하는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차량의 다양한 정보 제공과 함께 다양한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테슬라의 터치스크린에서 차량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점과 비교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발표를 향후 애플카 진화를 향한 노력으로 평가했다. 자동차사가 새로운 카플레이 버전을 탑재하고, 새로운 기능에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면, 향후 애플카의 인터페이스에도 소비자들이 빠르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애플 카플레이 하드웨어 제어 (출처 : 애플 )

구글과 애플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경쟁

구글과 애플의 스마트폰 경쟁은 자동차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가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점은 매우 비슷하지만, 최근 두 회사의 전략은 큰 차이가 있다.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의 헤드유닛 SW 상에서 스마트폰과 연결하고 디스플레이를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모듈이다. 애플이 카플레이로 스마트폰 연결에 머물러 있는 사이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바탕으로 차량용 헤드유닛 소프트웨어에 진출했다.

자동차 제조사 중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헤드유닛에 적용한 사례가 많다. 주요 자동차사들은 데이터 종속을 염려하여 직접 헤드유닛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해 적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헤드유닛 플랫폼 관련 기술력이 부족하고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중국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안드로이드 적용도 크게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기존 안드로이드는 자동차용으로 설계되지 않아서 차량 적용에 자동차사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러한 한계점을 고려해 최근 구글은 전략을 바꿔서 자동차용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직접 설계해 자동차사에 제공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플랫폼이 ‘안드로이드 오토’다. 자동차 전용으로 설계된 헤드유닛 플랫폼이다. 2017년 3월 발표된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는 볼보, GM, 르노 등의 협력사와 함께 자동차사 확대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구글이 기존 자동차사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적용을 늘려 갈 수 있는데 비해서, 애플은 구글과 달리 헤드유닛 플랫폼으로 확산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애플 입장에서 스마트폰 시장처럼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자동차 시장에서의 확산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의 해석처럼, 이번 카플레이 발표가 향후 애플카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테스트하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가 된다.

헤드유닛 플랫폼과 클라우드 및 스마트폰 연결 (출처 : 정리: 정구민)

누구나 만드는 전기차 시대와 애플카

지난 CES 2022에서 모빌리티 분야의 핵심 키워드는 ‘누구나 만드는 전기차 시대’와 ‘자율주행 프로세서의 진화’를 들 수 있다.

CES 2022에서는 미국 피스커, 일본 소니, 베트남 빈패스트, 터키 토그 등 여러 업체들이 새롭게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캘리포니아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가 애플카에 주는 시사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피스커의 CEO는 디자이너 출신으로 디자인과 사용성 중심의 하향식(Top-down) 설계를 바탕으로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부족한 기술을 보강하기 위해서 피스커는 전기차 오션의 개발과 생산에서 캐나다 마그나와 협력한다.

마그나와 협력한 플랫폼 FM29(피스커-마그나 29)을 적용하고 생산은 마그나 슈타이어에서 진행하게 된다. 소니가 혼다와 협력해 전기차를 생산하려는 움직임과도 유사하다. 피스커는 차기 모델에서는 대만의 폭스콘과 협력한다. 피스커는 지난 5월 폭스콘과 협력한 페어(PEAR)전기차의 프로토타입이 올 연말까지 준비될 것으로 발표했다.

흥미로운 점은 마그나와 팍스콘이 모두 애플카 위탁생산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는 점이다. 애플과 기존 자동차사 협력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전기차 플랫폼 업체와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피스커 전기차의 성공 여부에 따라 마그나나 팍스콘의 애플카 위탁 생산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근 엔비디아, 모빌아이, 퀄컴이 벌이고 있는 자율주행 프로세서 경쟁도 또 하나의 이슈다. 이 업체들의 자율주행 프로세서가 주요 자동차사들에게 적용되기 시작하는 시점은 대략 2024년~2025년 정도로 예상된다.

애플카의 출시 예상 시점도 이와 비슷한 2025년 정도이다. 자율주행 시대를 앞당길 자율주행 프로세서의 빠른 진화는 ‘바퀴달린 스마트폰’을 꿈꾸는 애플이 애플카를 앞당기게 하는 데에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CES 2022에 선보인 피스커 오션 (출처 : 정구민)

애플 자율주행 시험 운행과 아이폰의 라이다

2021년 자율주행 테스트 관련 캘리포니아 DMV 보고서에 따르면, 총 주행 거리는 구글과 크루즈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약 400만 마일의 자율주행 운행 거리 중에서 약 320만 마일을 웨이모와 크루즈가 차지했다. 애플의 주행거리는 13272 마일로 13위 수준이지만, 임시 운행 자율차 허가 대수는 총 37대로 6위 수준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라이다 기능을 탑재하면서 자율주행 핵심센서인 라이다와 공간인지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술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CES 2022에서 애플 아이폰 응용 앱 2개가 혁신상을 수상했던 것처럼 공간의 정확한 인지와 제어는 여러 산업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캘리포니아주 자율주행차 운행현황 (출처 : California DMV )

애플카의 미래를 본다

이번에 발표된 카플레이는 헤드유닛 기반의 단순한 스마트폰 앱의 연동이 아니라 헤드유닛과 계기판을 모두 사용하면서,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자동차 사용자가 애플의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에 목표가 있으며 향후 애플카를 목표로 한다’는 블룸버그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구글과의 경쟁 측면에서 본다면, 구글이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의 확장을 통해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과 데이터 시장에서 성공을 꿈꿀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상황이다.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이 자동차 시장에서 가지는 한계점을 볼 때, 자동차의 제작과 판매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애플카 출시 계획이 테슬라가 S&P500지수에 편입된 첫 날 나왔던 것처럼, 애플이 미래 시장에서의 경쟁을 의식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 제조사나 부품사와 애플의 애플카 위탁생산 협상의 쟁점은 ‘하드웨어 결함이나 고장에 대한 책임’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기차는 스마트폰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과 사고 측면에서의 모든 책임을 제조사나 부품사가 가져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점에서 애플이 자동차 시장을 이해하고 적절한 타협점을 제시한다면 관련 협력도 가능해질 수 있다. 여기에 마그나나 팍스콘 등의 전기차 위탁생산 업체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애플카 위탁생산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시장을 향한 애플의 다양한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대자동차 생산기술개발센터, LG전자 CTO부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네이버 네이버랩스의 자문교수로 활동했다. 유비벨록스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휴맥스와 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원회 위원, 한국모빌리티학회 부회장,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부회장, 대한전기학회 정보 및 제어 부문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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