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루미나 연합, 왜 자율주행의 게임체인저인가?
[오피니언]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자동차 자율주행 분야에서 '레벨 3' 상용화가 시작된데 이어 레벨 4를 향한 진화가 이어지고 있다. 레벨3에서 레벨4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 신호처리와 인공지능을 담당하는 AI 플랫폼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진다. 기업 별로는 자체 AI프로세서 기반 플랫폼을 사용하는 테슬라가 가장 앞서고 엔비디아와 모빌아이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으며 후발주자인 퀄컴도 맹렬하게 추격 중이다.
CES2022에서도 모빌아이, 엔비디아, 퀄컴의 경쟁 양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ADAS에서 자율주행으로 진화하는 모빌아이와 AI에서 자율주행으로 진화하는 엔비디아의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자율주행 게임체인저를 노리는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지난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 이어 3월 온라인으로 개최된 GTC2022에서 자율주행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존에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는 하이페리온 8 플랫폼에 이어 GTC2022에서는 새로운 하이페리온 9 플랫폼을 발표했다.
AI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독보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전체 자동차 시장을 보면 엔비디아의 존재감은 미흡한게 사실이다. 엔비디아의 2021년 자동차 사업 매출은 5억6600만달러로 2020년의 5억 3600만달러에 비해서 5.6% 증가했지만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2.1%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대부분은 인포테인먼트에서 나왔다. 반면 경쟁사인 모빌아이의 매출은 2020년에 비해 40% 증가한 14억 달러를 기록, 모빌아이의 자동차 시장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에게 볼보, 벤츠와 상용화 협력은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루미나 라이다 센서, 오린 프로세서 기반의 하이페리온 8 플랫폼을 사용하게 될 볼보, 벤츠와의 자율주행 상용화는 자율주행 시장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아직 자율주행 상용화 이력이 없었던 엔비디아의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엔비디아 플랫폼-루미나 라이다 센서가 새로운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기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하이페리온 9, AI 프로세서 진화
엔비디아는 지난 3월 GTC 2022에서 새로운 자율주행 플랫폼인 하이페리온 9을 발표했다. 254 TOPS/100W의 성능(초당 254조회 연산량과 100W 소모전력)을 갖는 기존 오린 프로세서에서 아틀란 프로세서(500 TOPS/100W)로 진화하면서 처리 성능을 크게 높이고 연산량 대비 소모전력을 크게 낮췄다.
2개의 아틀란 프로세서를 사용할 경우 1000 TOPS 즉, 1 POPS(Peta Operations Per Second)의 성능을 갖게 된다. 현재 테슬라 HW3.0은 72 TOPS 성능의 AI칩 2개로 144 TOPS/72W의 성능을 보인다.
테슬라가 2022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HW4.0의 성능은 432 TOPS로 예상된다. 모빌아이는 지난 CES 2022에서 176 TOPS/100W 정도의 성능을 가지는 아이큐 울트라를 2025년에 상용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모빌아이가 발표에서 언급했듯, TOPS가 직접적인 성능 비교 지표가 되지는 않으며,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성능 비교 지표이기는 하다.
4D 이미징 레이더와 측면 라이다 시스템의 진화
하이페리온 8이 자율주행 레벨 3를 목표로 한다면, 하이페리온 9은 자율주행 레벨 4를 추구한다.
하이페리온 9은 더 안전한 자율주행과 정밀한 도심 주행을 위해서 센서 시스템을 크게 강화했다. 엔비디아의 하이페리온 9에서는 특히 4D 이미징 레이더의 확장과 측면 라이다 시스템이 주목된다.
기존 하이페리온 8에서는 전면 1개의 4D 이미징 레이더를 사용한 반면, 하이페리온 9에서는 4D 이미징 레이더가 측면으로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도심 주행 시에 주변 차량의 움직임 감지를 위한 측면 라이다 시스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에 현대와 앱티브가 합작한 모셔널과 폭스바겐의 도심 자율주행 차량에는 측면 라이다가 공통적으로 들어간다.
하이페리온9 센서 시스템 진화는 2021년 구글 웨이모, 벨로다인, 루미나의 관련 센서 시스템 발표도 관련된다. 테슬라 FSD가 V8/V9/V10로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이 가능해지면서, 카메라 이외의 센서 시스템에 대한 무용론도 거론됐다.
구글 웨이모는 4D 이미징 레이더를 사용할 경우 안개 상황이나 눈, 비가 오는 상황에서 인식이 가능한 장점을 이야기한다. 또한 루미나와 벨로다인은 자동 긴급 제동 시에 라이다 센서의 유용성을 시연하기도 했다.
웨이모, 벨로다인, 루미나는 발표와 시연을 통해서 고성능 자율주행 센서를 사용할 경우 자율주행차량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였다.
옴니버스 아바타 기반의 차량 내의 가상 아바타 인터페이스 드라이브 컨시어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하는 엔비디아의 옴니버스는 자율주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트윈으로 실제 도로와 차량을 가상화하고, 가상 데이터와 가상 주행을 통해서 자율주행을 위한 인공지능의 성능을 높이는 기능도 수행한다. 최근 테슬라 AI 데이와 구글 웨이모 블로그의 발표에서도 자율주행 시뮬레이터의 기능이 강조됐다.
하이페리온 9에는 옴니버스 아바타를 기반으로 한 드라이브 컨시어지가 탑재된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아바타가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운전자/승객과 대화하면서 새로운 생활 공간으로의 자율주행차 진화를 이끌어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 주행을 위한 하이페리온 9 플랫폼
도심 자율주행 수준인 레벨 4를 지원하기 위한 하이페리온 9 플랫폼은 AI 프로세서의 진화, 센서 시스템의 진화, 가상 아바타 인터페이스의 지원을 특징으로 한다. AI프로세서의 연산 능력 강화와 저전력 구현, 도심 주행과 날씨 조건 극복을 위한 측면 라이다와 4D 이미징 레이더 적용 확산, 운전자와 승객을 위한 가상 아바타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게 된다.
엔비디아 vs. 모빌아이, 자율주행의 게임체인저를 위한 경쟁
볼보는 빠르면 2022년 내에 엔비디아 오린 프로세서와 루미나의 고정형 라이다를 탑재한 차량을 상용화 할 계획이다. 벤츠는 2024년 하이페리온 8 플랫폼과 루미나 라이다를 탑재한 차량을 내놓는다.
볼보와 벤츠의 성공적인 상용화가 이루어지면 엔비디아-루미나 플랫폼의 여러 자동차 제조사로 확산을 예상할 수 있다. 지난 4월 모빌아이는 예루살렘의 복잡한 도심을 달리는 자율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모빌아이는 올해 약 500억 달러 규모로 상장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엔비디아와 모빌아이는 자율주행 AI 플랫폼 및 센서 시스템의 조합과 여러 자동차 제조사로 확산을 통해서 자율주행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엔비디아-모빌아이의 치열한 경쟁이 자율주행 상용화와 빠른 보급을 앞당길지 주목된다.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대자동차 생산기술개발센터, LG전자 CTO부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네이버 네이버랩스의 자문교수로 활동했다. 유비벨록스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휴맥스와 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원회 위원, 한국모빌리티학회 부회장,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부회장, 대한전기학회 정보 및 제어 부문 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