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양자 칩 ‘마요라나 1’ 대해부… 100만 큐비트 확장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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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5.02.22 21:54 PDT
MS 양자 칩 ‘마요라나 1’ 대해부… 100만 큐비트 확장의 비밀은?
사티아 나델라 MS CEO (출처 : Dwarkesh Patel Youtube 캡처)

[양자비즈니스혁명] 마이크로소프트 ‘마요라나 1’ 집중 분석
네이처 논문에서 확인한 4가지 핵심 개념, 기술은?
사티아 나델라 MS CEO “약 20년의 노력… 컴퓨팅 근본적 도약”
일부 업계 전문가들 “추가 데이터 확인 필요”... 비판적 시각도
더밀크의 시각: 엔지니어링 단계로 이동... 양자컴퓨터 성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는 과학·기술계 난제로 여겨졌던 큐비트(Qubit) 확장을 어떻게 구현할까?’

19일(현지시각) MS가 공개한 새로운 기술 기반의 양자 칩 ‘마요라나 1(Majorana 1)’에 대한 업계 관심이 뜨겁다. 핵심은 큐비트 확장이다. 확장, 제어가 매우 어려운 큐비트를 100만 개까지 확장할 수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큐비트는 양자 컴퓨팅에서 데이터를 인코딩하는 데 사용되는 정보의 기본 단위다. 일반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비트(bit)’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 비트는 0과 1을 사용한 이진법으로 정보를 인코딩하며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0으로, 전류가 흐르면 1로 표시한다. 

0 혹은 1 어느 하나의 확정된 값을 가지는 비트와 달리 큐비트는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을 활용한다. 중첩은 입자가 관측되기 전까지 확률적으로 가능한 여러 상태가 겹쳐 존재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개념이다. 비트와 달리 큐비트는 0과 1이 중첩돼 있는 상태를 가지는 것이다.

비트와 큐비트 상태 비교 (출처 : Stuttgart Media University)

예를 들어 기존 비트의 경우 확정된 값을 가지므로 두 개의 비트로 00, 01, 10, 11 네 개의 정보 중 한 가지만 표현할 수 있다. 반면, 큐비트는 중첩이라는 특성 때문에 두 개의 큐비트로 네 가지 정보를 동시에 모두 표현할 수 있다. 

큐비트가 10개라면 확률적으로 가능한 1024개 정보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으며 큐비트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인 컴퓨팅 성능 개선 혹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IBM은 이런 큐비트의 특성을 미로 탈출에 비유해 설명한다. 기존 컴퓨터는 출구를 찾기 위해 모든 경로를 일일이 시도해 보는 ‘무차별 대입’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큐비트를 활용한 양자 컴퓨터는 미로의 여러 경로를 동시에 파악, 해법을 한 번에 찾아낼 수 있다.

문제는 양자 중첩 같은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양자 입자가 큐비트로 작동하려면 ‘절대영도’인 0캘빈(0K, -273.15도) 수준의 극저온 환경이 필요하다. 양자 입자를 제어하는 것도 매우 까다로워 큐비트 숫자가 늘어나면 오류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확장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자 컴퓨팅 혁명의 초석이 될 큐비트 확장의 비밀은 무엇일까. MS 발표와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Interferometric single-shot parity measurement in InAs–Al hybrid devices)을 기반으로 MS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살펴봤다.

MS가 개발한 위상 양자 칩 ‘마요라나 1’ (출처 : Microsoft)

①양자 컴퓨팅과 마요라나 입자의 관계

📍양자 컴퓨팅의 핵심 과제와 위상 양자 컴퓨팅

앞서 언급한 대로 기존 컴퓨터는 0과 1의 이진 정보를 처리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을 활용한다. 그러나 양자 상태는 외부 간섭에 매우 취약해 정보 손실(decoherence, 결어긋남이라고도 표현)이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MS는 ‘토폴로지컬 퀀텀 컴퓨테이션(topological quantum computation, 위상 양자 컴퓨팅)’ 개념을 활용했다. 

위상 양자 컴퓨터는 위상 큐비트를 만들기 위해 준입자를 사용하며 이는 포획된 양자 입자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다. 준입자가 외부 교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위상적(topological, 모양이 바뀌더라도 본질이 변하지 않는 특성)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마요라나 입자의 특별한 성질

마요라나 입자는 MS가 시도한 위상 양자 컴퓨팅을 작동케 하는 핵심 입자다. 1937년 이탈리아 물리학자 에토레 마요라나가 예측한 입자로, 최근 연구에서 초전도체-반도체 복합 구조에서 ‘마요라나 제로 모드(MZM)’라는 준입자 형태가 구현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MZM 같은 준입자는 교과서에만 존재해 왔던 것인데, MS가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 ‘위상전도체(topoconductor)’로 큐비트의 구성 요소인 MZM을 생성하고, 관측, 제어할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다. MS에 따르면 위상전도체는 인듐 비소 반도체와 알루미늄 초전도체로 만들어졌다.

위상 양자 컴퓨팅 개념도 (출처 : wikipedia, https://arxiv.org/abs/quant-ph/0610111)

②실험의 혁신적 접근법

📍간섭계를 이용한 단일 측정 기술

논문에 따르면 MS 연구팀은 인듐 비소-알루미늄(InAs-Al) 나노와이어와 양자점(quantum dot, 반도체 내 전자를 가두는 미세 구조)을 결합한 장치(위상전도체)를 개발했다. 이 장치의 핵심은 양자점의 ‘양자 커패시턴스(quantum capacitance)’ 변화를 측정, 마요라나 입자 상태를 판별하는 것이다. 빛의 간섭(interferometric) 현상을 이용해 변위를 측정했다.

커패시턴스는 축전기가 전하를 저장하는 능력을 나타내는 물리량을 의미한다. 양자점과 나노와이어의 결합 상태에 따라 미세하게 변하는 특성이 활용됐다. 

📍마그네틱 플럭스 제어

MS 연구팀은 실험에서 나노와이어와 양자점으로 형성된 고리 구조에 자기장을 걸어 ‘플럭스 양자(flux quantum)’를 조절했다. 

고리 내부를 통과하는 자기장 세기를 특정 주기(ℎ/2𝑒, ℎ는 플랑크 상수, 𝑒는 전하량)로 변화시키면서 양자 커패시턴스의 이중 분포(bimodal distribution)를 관측하는 방식이다. 파동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두 개의 뚜렷한 상태(짝수/홀수 페르미온 패리티)를 구분했다. 

페르미온은 양성자, 중성자 같은 입자를 말한다. 페르미온 패리티란 페리미온의 수가 짝수인지, 홀수인지에 따라 양자 상태를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위상 큐비트 상태 읽기 (출처 : Microsoft)

③획기적인 실험 결과

📍99% 정확도의 단일 측정

논문에 따르면 MS 연구팀은 3.6마이크로초(μs, 1 μs는 백만 분의 1초)의 측정 시간, 1% 미만의 오류율로 페르미온 패리티를 판별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이전 기술에 비해 측정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수치다. 카메라 셔터 스피드를 극단적으로 높여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순간을 선명히 포착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장시간 상태 유지

측정 데이터의 시간 추적(time trace) 분석 결과 특정 상태(짝수 또는 홀수)가 1밀리초(1ms는 천 분의 1초) 이상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양자 상태가 일반적으로 피코초(1ps는 조 분의 1초) 단위로 붕괴되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안정성을 나타냈다. 이는 마요라나 입자 상태가 외부 환경과 격리돼 있음을 시사한다.

위상 큐비트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로드맵, 각 큐비트에는 4개의 MZM이 포함돼 있다. (출처 : Microsoft)

④논문의 과학적 의의

📍위상 양자 컴퓨팅의 초석

MS 연구팀의 이 실험은 측정만으로 양자 연산을 수행하는 ‘측정 기반 위상 양자 컴퓨팅’의 핵심 요소를 입증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이는 마치 체스 게임에서 말을 이동시키지 않고 체스판 상태만 관찰, 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기존의 복잡한 양자 게이트 조작보다 오류 발생 확률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추가 검증 필요성 강조

MZM에 관해서는 아직 과학계에 논쟁이 존재하는 상태다. MZM이 준입자 형태로 위상적 상태를 지닐 수 있다는 주장과 일반적인 안드레예프 반사 상태(전도체에서 초전도체 물질로 전류가 흐르는 과정에서, 정상 전류가 초전류로 바뀔 때 정공이 반사되는 현상)라는 주장이다. 

MS 연구팀은 이와 관련, 이 논문에서 3μm 길이의 나노와이어 양 끝에 위치한 두 개의 마요라나 상태가 독립적으로 작동함을 보여줌으로써 전자의 가능성을 강화했다. 

다만 연구팀은 논문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추가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MS가 개발한 위상 양자 칩 ‘마요라나 1’ (출처 : Microsoft)

더밀크의 시각: 엔지니어링 단계로 이동... 양자컴퓨터 성큼

MS의 논문과 ‘마요라나 1’ 발표는 양자 칩과 양자컴퓨터가 단순히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넘어 실제 기술로 구체화되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8개의 위상 큐비트를 배치한 실제 칩을 제작했고, 향후 몇 년 내에 100만 큐비트 이상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MS는 지금까지 이론적 입자에 불과하고 자연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마요라나 제로 모드(MZM)를 측정, 활용할 수 있게 만들며 큐비트의 오류 보호 및 수정, 안정적 확장이라는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 

MS의 설계에 따르면 큐비트 내 MZM을 디지털 커터 게이트(digital cutter gates)로 제어할 수 있고, 회로의 99% 이상이 디지털이다. 제어에 디지털 신호를 사용해 더 간단하고 안정적으로 칩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큐비트를 나란히 배치해 확장도 용이하도록 설계됐다. 이미 칩 엔지니어링 구현 단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위상전도체 구조. 극저온에서 초전도체, 반도체를 활용해 물질의 새로운 상태(state)를 만들어 낸다. MS는 이 위상전도체로 큐비트의 구성 요소인 MZM을 생성하고, 관측,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 : Microsoft)

MS는 마요라나 1 양자칩으로 몇 년 안에 양자컴퓨터를 상용화, 신약 개발 등에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예측은 현재 반도체 업계 제왕으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의 CEO의 예측과 상충된다.

황 CEO는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유용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적어도 15~2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황 CEO의 이런 발언에 관련 기업 주가가 급락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번 MS의 발표는 지난 12월 구글의 양자 칩 ‘윌로우(Willow)’ 공개 이후에 나온 것으로, 빅테크 간 양자칩,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을 더 뜨겁게 만들 것으로 예측된다. 구글은 윌로우를 공개하며 기존 컴퓨터로 10셉틸리언(septillion·10의 24제곱, 10자년)이 걸리는 계산을 5분 안에 처리할 수 있다고 밝혀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구글 뿐 아니다 인텔과 IBM도 자체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 기업들의 추격도 치열하다. 중국 정부는 ‘신품질 생산력’ 정책의 핵심 과제로 양자기술을 선정, 5년 간 150억달러(약 21조6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투자액(38억달러)의 네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MS의 양자컴퓨터 연구 역시 국가 안보 관련 최첨단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 기관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 기술 펠로우 체탄 나약 (출처 : Microsoft)

잊지 말아야 할 건 마요라나 1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20년 가까운 양자컴퓨터 연구 및 투자에 따른 결과라는 점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마요라나 1을 공개하며 약 20년 동안의 노력 끝에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 상태를 만들어 컴퓨팅의 근본적 도약을 가능케 했다”며 “일부에서 예측한 수십 년이 아니라 몇 년 안에 진정한 의미의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손바닥에 들어갈 수 있는 칩이 오늘날 지구상의 모든 컴퓨터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며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치려면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고 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MS의 발표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자세한 근거를 공개하지 않고 큐비트 생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바젤 대학교의 물리학자 다니엘 로스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별도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료가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클로스터뉴부르크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소의 물리학자 조지오스 카사로스 역시 “큐비트 연산에서 나온 추가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고는 논평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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