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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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5.03.17 02:22 PDT
AI 시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출처 : moonshot podcast)

[오피니언] 인간성의 재정의
AI는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고 모방.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결정’을 제안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그러나 인간은 ‘정답 없는 문제’를 놓고도 고민.
비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인간적인 것’을 지켜. ‘의미’를 찾는 것은 인간의 몫.

혁신원정대 #2. SXSW에서 AI와 구별되는 인간성에 대해 묻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글로벌 기술 분야뿐 아니라 비즈니스·교육·문화예술 현장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기술·문화예술 융합 이벤트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2025’에 다녀왔다.

생성 AI가 기사를 쓰고 예술 작품을 창작하며 심지어 인간 감정을 이해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지금, ‘인간적’이란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곳 현장 취재를 하며 끊이지 않은 생각이다. AI 시대의 인간성은 무엇으로 남을까?

지난 7일부터 10일간 텍사스 오스틴에서 SXSW2025가 열렸다 (출처 : 더밀크)

첫째, 감정의 진정성이다. AI는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고 모방할 수 있지만 스스로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 우리가 영화 속 감동적인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경험·가치관과 삶의 맥락이 뒤섞여 만들어진 복합적인 감정이 나오기 때문이다. AI는 표정과 말투를 조절해 위로의 말을 건넬 순 있어도 아픔과 슬픔을 함께 느낄 수는 없다.

둘째, 도덕적 갈등과 윤리적 선택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결정’을 제안한다. 도덕적 갈등 속에서 신념과 가치를 바탕으로 고민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다. AI는 알고리즘으로 계산하지만 인간은 ‘정답 없는 문제’를 놓고도 고민하며 때로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인간적인 것’을 지킨다.

셋째, 창조성과 실험 정신이다. AI는 데이터 학습으로 가장 적절한 조합을 생성할 수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창의성은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나온다. 피카소의 입체파, 고흐의 색채 실험, 스티브 잡스의 직관적 디자인 철학은 데이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을 깨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AI는 예측 가능하지만 인간의 창의성은 예측 불가능한 곳에서 발현된다.

넷째, 사회적 관계와 연대다. 인간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AI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친구·가족·사랑·희생과 같은 본질적 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인간만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한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간성을 어떻게 지켜야 할까. 우리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무엇보다 비효율성을 긍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AI는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인간은 때로는 느리고 비효율적인 길을 선택한다. 직접 요리하고, 손으로 글을 쓰고, 오래된 책을 탐독하는 것은 ‘효율성’의 문제를 넘어 ‘경험’의 문제다. 우리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고 성장한다.

또 기술보다 ‘의미’를 창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철학적·예술적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기술이 만들어낼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공감과 연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AI를 활용해야 한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 AI가 만든 콘텐츠가 우리의 감성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우리를 연결해주지는 않는다. 기술을 통해 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질문을 던질 수 있지만 ‘의미’를 찾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우리는 단순한 자동화의 시대를 넘어 더 인간적인 삶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AI가 감정을 모방할수록 우리는 진짜 감정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AI가 빠르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수록 우리는 인간적인 고민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AI가 창작을 도울수록 우리는 더욱 독창적인 길을 개척해야 한다.

진짜 관계를 맺고, 의미를 찾고, 불확실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가치 일 것이다.

*이 칼럼은 경향신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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