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미투자 3년간 최소 36조원... 韓 공장 美 진출 가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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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2.04.17 23:17 PDT
한국 대미투자 3년간 최소 36조원... 韓 공장 美 진출 가속 왜?
현대차가 앨라배마주에 EV공장을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출처 : 앨라배마주 )

반도체, 2차 전지 등 기술 보유한 한국 제조사 미 투자 확대
텍사스 - 조지아 - 앨라배마, 한국기업 중심 클러스터 형성
텍사스 소재 한국기업 채용 인력 지난 1년간 6000명 늘어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생태계가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미국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리쇼어링은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의미한다. 인건비 등을 절감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현상이다.

미국은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시작으로, 트럼프 행정부, 조 바이든 현 정부에 초당적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면, 바이든 현 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기술 패권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한국은 그간 부품이나 소재 등 산업재를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으로부터 소비재와 중간재를 수입해왔다. 그리고 중국이 완제품을 완성해 미국에 판매하는 밸류체인을 형성해왔다.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서 한국은 '중간재' 국가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밸류체인을 무너뜨리면서 포지셔닝을 재구축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2차전지와 같이 기술 패권경쟁의 축을 담당하는 영역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미국 진출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배터리 소송전'은 누구의 승리도 아닌 미국이 승자였다. 두 기업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기술력을 갖춘 두 기업의 대규모 미국 공장 진출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미투자 규모는 지난 2016년부터 확대됐다. 코트라 댈러스 무역관이 올 초 내놓은 2022년 미국 경제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투자 규모는 2016년 이후 연 100억달러(약 12조3340억원)를 매년 넘어섰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현재 대미 투자유치 동향을 보면 2021년 6월까지 투자규모는 103억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전체로는 2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년새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는 가속화 됐다. 더밀크가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 코트라 뉴욕무역관, 애틀랜타 총영사관 등으로부터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는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업종별 누적 투자유치 동향에 따르면 금융, 보험 등 서비스업이 329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은 186억달러 규모였다. 제조업의 경우 전년대비 16% 가까이 투자 규모가 증가했다.

2차전지 제조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과 테네시주에 100억달러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이 기간 중 67억달러의 신규투자를 발표했고, SK이노베이션은 3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했고,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주요 기업의 투자 면면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에 제조업 분야의 투자가 집중됐다. 기아자동차, SK이노베이션 등 자동차와 EV 배터리 생산 시설이 모여있는 조지아주와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 등 미 남동부 지역, 그리고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신규 투자를 확정한 텍사스 등으로 한국 제조 클러스터가 집중된 미국판 '부울경'으로 비유할 수 있다.

'부울경'은 부산, 울산, 그리고 그 주변 지역에 형성된 경상남도 지역을 묶는 말이다. 남동임해공업지대로 대표되는 공업 비중이 높다. 특히 울산의 경우 조선, 자동차 등이 집중된 최대 산업 도시이고, 경남 창원은 LG, 두산 등 중공업이 발달해있다.

한국 기업의 주별 채용 규모를 보면 올해 1월 현재 캘리포니아주가 2만 4000여 명으로 가장 많았고, 코네티컷이 1만 6600여 명으로 뒤를 이었다. 앨라배마와 텍사스, 그리고 조지아주는 각각 1만 4500명, 1만 4000명, 그리고 1만 3500명으로 3~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가 서비스 중심이고, 코네티컷은 삼성전자가 인수 합병한 하만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의 재직자를 반영한 수치임을 감안할 때 제조사들의 채용 인력이 가장 집중된 지역은 앨라배마와 텍사스, 그리고 조지아 순이다.

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2021년 대비 고용이 가장 많이 늘어난 주는 텍사스로 6000명이 늘었다"며 "조지아 3000명, 그리고 앨라배마 2000명이 증가했다"라고 전했다.

여기에 인근의 남동부 주의 채용인원을 합산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남동부로 불리는 테네시 3500여 명, 노스캐롤라이나 1600여 명, 사우스캐롤라이나 1050명, 플로리다 831명 등으로 집계됐다. 텍사스와 남동부 지역 내 한국 기업이 채용한 인력 규모는 4만 8900여 명에 달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 기업은 미국의 공격적인 리쇼어링 정책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미국 투자와 진출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의 진출이 특정 지역으로 집중되면서 '한국산업 특구'를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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