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유니버스 시작... 뉴욕서 매장 오픈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 앞두고 뉴욕서 몰입형 경험 행사
5가지 게임 체험 가능... 뉴욕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게임도
한국 야시장 콘셉트 도입... 내년 초 서울에서도 진행 예정
2025년부터 펜실베이니아, 댈러스서 ‘넷플릭스 하우스’ 상설 운영
조쉬 사이먼 넷플릭스 컨슈머 프로덕트 VP “신세계, CJ와 협업 논의 중”
“딱! 오마이갓, 이거 어렵네요.”
“한 번 더 기회를 드릴게요. 사각형의 모서리를 겨냥하면 더 잘될 겁니다.”
10월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 맨해튼몰 1층. ‘세계의 수도’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마련된 ‘오징어 게임: 더 익스피리언스(Squid Game: The Experience)’ 행사장에 딱지치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넷플릭스 인기 TV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딱지맨(배우 공유가 연기)’이 게임에 함께할 참가자를 모집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민속놀이 딱지치기를 처음 접한 뉴요커들은 좀처럼 딱지를 넘기지는 못했지만,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드라마 속에 직접 들어간 듯한 경험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정장 차림의 미국 딱지맨은 한 방문자가 딱지를 넘기는데 성공하자 “당신에게만 말해준다”며 행사장 내에 마련된 다른 게임에서 더 좋은 점수를 딸 수 있는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대형 영희 로봇, 핑크색 점프슈트 차림의 진행 요원은 게임 경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형형색색의 내부 조명은 원작의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넷플릭스가 이날 오픈한 오징어 게임: 더 익스피리언스는 총 5개의 몰입형 게임 경험으로 구성됐다. 2023년 1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첫선을 보인 이 행사는 오는 12월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에 맞춰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기획됐다. 미국 뉴욕, 스페인 마드리드(10월), 호주 시드니(12월)에 이어 2025년 초 한국 서울까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은 91일 만에 2억650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작에 등극한 바 있다.
에미상 6관왕을 휩쓴 K컬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의 부상,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과 함께 미국을 비롯한 세계 무대에 K컬처의 저력을 알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국 시간 기준으로 오는 12월 26일 공개될 시즌2가 다시 한번 세계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여기에 10일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까지 전해지며 외신에서도 K컬처 현상을 재조명하는 추세다. AP는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의 의미에 대해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세계적 영향력을 반영한 것”이라며 “기생충, 오징어 게임, K팝 그룹의 세계적 인기 등 K컬처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기에 수상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행사장에서는 K컬처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게임을 체험해 보려는 방문객이 줄을 이었으며 가족 단위로 행사장을 찾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하루 평균 1500명분의 티켓이 판매됐으며 11일 오픈 이후 3주까지 티켓이 이미 매진된 상태다.
게임은 24명이 한 그룹이 돼 1시간 동안 즐기는 형태였다. 입장 시 한 명씩 손목 밴드를 착용하고, 자신의 사진을 촬영하는데, 이를 통해 5개의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모니터로 참가자들이 서로의 점수 현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5개의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가장 높은 점수를 얻는 참가자에게는 기념품 10% 할인 등 혜택이 제공된다.
오징어 게임 시즌1에 등장한 유리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걸음 기억하기(Memory Steps)’가 첫 번째 게임이다. 투명 바닥 타일 중 불이 들어온 것만 기억해 밟고 건너야 탈락하지 않고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두 번째 게임은 ‘구슬치기(Marbles)’로 시즌1의 달고나 게임이 진행된 곳과 비슷한 공간에서 진행된다. 중앙 게임대에 그려진 그림(세모, 네모, 우산 등)에 구슬을 던져 가장 먼저 그림 안에 구슬을 넣은 사람이 게임대 위 구슬을 모두 획득하는 방식이다.
오징어 게임 스핀오프 리얼리티 시리즈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Squid Game: The Challenge)’에 등장했던 ‘군함(Warship)’은 뉴욕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지뢰 찾기 게임과 비슷한 방식이며 참가자들이 함께 대형 모니터를 보면서 게임을 진행한다.
방문객들이 가장 좋아한 게임은 시즌1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Red Light Green Light)’ 게임이었다. 대형 영희 로봇이 “빨간 불, 파란 불”을 외치는데, 파란불에만 움직일 수 있으며 실수로 잘못 움직이면 바로 탈락한다. 갑자기 바뀌는 신호에 놀라 지른 소리, 아쉽게 탈락한 후 내뱉은 탄성, 스릴을 만끽하며 크게 웃는 소리 등이 어우러지며 가장 높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게임은 LA에서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게임이다. 시즌1 만찬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으로 무작위로 들어오는 전구를 활용해 운에 운명을 걸어보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한 번의 운으로 지금까지 쌓은 노력을 역전할 수도 있는, 인생의 축소판 같은 게임이다.
유료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 5가지 게임과 별개로 대기 공간인 라운지를 ‘야시장(night market)’ 콘셉트로 꾸며 무료로 경험할 수 있게 했다는 점도 이번 행사만의 특징이다.
뉴욕 오징어 게임: 더 익스피리언스 이벤트의 공식 F&B 파트너인 ‘H마트’가 마련한 한국 과자 및 간식을 구매할 수 있으며 또 다른 공식 파트너인 ‘조니 워커’가 마련한 바에서 한국계 믹솔로지스트 진 초(Ginn Cho)가 만든 칵테일도 즐길 수 있다. 피규어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오징어 마트(Squid Market)’, 시즌1에 등장한 VIP 라운지를 본뜬 휴게 공간도 마련됐다.
넷플릭스는 이와 관련, 2025년부터 자체 콘텐츠 IP(지식재산권)와 연계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넷플릭스 하우스’를 상설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기묘한 이야기 등 넷플릭스 인기 타이틀 기반의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공간을 펜실베이니아와 댈러스에 준비 중이다. 디즈니처럼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 팬들의 관여도 및 매출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쉬 사이먼(Josh Simon) 넷플릭스 컨슈머 프로덕트 VP는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모든 사람들은 ‘내가 같은 상황이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징어 게임: 더 익스피리언스’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며 “사람들은 이야기가 스크린을 넘어 삶의 일부가 되는 걸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컨슈머 제품과 관련해서도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신세계, CJ 등 한국의 대기업과도 넷플릭스 작품(IP)에 생명을 불어넣는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