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을 '잘' 당해야 성공한다·· 대가에게 배우는 역설의 경영학

김선우, 2021.09.11 23:29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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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오브 스케일의 출연진. (출처 :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트위터 head 이미지)

유명 팟캐스트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책으로 출간
사업 확장에 대한 인사이트와 역발상적 교훈으로 가득

‘마스터스 오브 스케일(Masters of Scale)’이라는 팟캐스트가 있다. ‘사업 확장의 달인들’ 정도로 번역을 할 수 있는 이 팟캐스트는 투자자이자 링크드인 등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리드 호프만이 진행 한다. 호프만은 자신의 경험과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출연자들에게 심도 깊은 질문을 해서 답을 이끌어 낸다.

출연자는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에릭 슈미트(구글 전 CEO), 하워드 슐츠(스타벅스 전 CEO),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창업자), 다니엘 에크(스포티파이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에어비앤비 창업자), 수전 워지스키(유튜브 CEO) 등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인들이다. 최근에는 MS CEO 사티아 나델라가 출연했다. 더밀크는 관련 팟캐스트를 ‘리파운더의 탄생… MS 사티아 나델라 [스타트업101] 대가에게 듣는 7대 성공 전략 등의 기사로 소개하기도 했다.

80여 회가 만들어진 이 팟캐스트는 전세계 200여개 국에서 수백만 명이 듣는다. 성공과 실패를 경험한 사업 확장의 달인들이 하는 대화를 엿듣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끝까지 청취하는 비율이 75%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이 팟캐스트가 같은 이름의 책으로 나왔다. 인터뷰를 위주로 하는 팟캐스트와 달리 책은 심도 깊은 인터뷰에서 끄집어 낸 직관에 반하는 인사이트를 정리했다. 남들은 잘 알려주지 않는 사업 확장의 엑기스가 모여 있는 느낌이다. 몇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가장 확장하기 좋은 아이디어는 종종 가장 확장하기 어려워 보이는 아이디어다.

- 창업 초기 부딪히는 반대는 약이 된다.

- 전문가들이 해주는 초기의 진솔한 피드백은 생각을 다듬는데 큰 도움을 준다.

- 창업 초기 확장이 되지 않는 부분에 심혈을 기울이면 나중에 크게 확장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 모든 게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진실을 받아들이고 계획을 수정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런 교훈들이 책에 등장하는 70여 명 사업가들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서 소개된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사업 확장은 과학이기도 하지만 마음가짐이기도 하다는 점, 신념인 동시에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떠나는 여정과 같다는 점이다.

책의 첫 두 챕터를 간략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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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오브 스케일' 표지

거절을 ‘잘’ 당하는 방법

홈트레이닝 운동기구 업체 펠로톤의 창업자 존 폴리는 대형서점 반즈 앤드 노블 온라인 CEO 출신이다. 그는 조지아텍에서 공학을 공부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받았다. 실내 자전거 운동광인 그가 40세가 돼 펠로톤을 창업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그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경력과 학력이라면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3년 동안 수백 곳의 벤처 캐피털(VC)과 수천 명의 엔젤 투자자를 만났지만 그는 한 푼도 투자 받지 못했다. 다음은 그가 거절을 당한 여러 방식이다. 폴리는 다양한 거절 방식을 종류별로 분류해 놓았다.

“(창업자) 나이가 너무 많아요.”

“제조업은 너무 힘들고 자본이 많이 들어요.”

“피트니스는 자본도, 소프트웨어도, 미디어도, 혁신도 없는 안좋은 카테고리에요.”

“뉴욕에서 창업 했네요. 저는 캘리포니아 기업에만 투자 합니다.”

“자전거를 타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마운틴 바이킹과 로드 바이킹.”

“좋은 아이디어 같은데, 저희는 투자 안 할랍니다.”

심지어는 투자는 안 하지만 창업에 성공하면 실내 자전거는 살 테니 꼭 연락을 달라고 하는 벤처 투자자도 있었다. 많은 VC들이 펠로톤 투자를 거절한 가장 큰 이유는 펠로톤이 새로운 카테고리의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VC들은 인터넷 또는 헬스케어와 같이 분야를 정해놓고 투자를 한다. 새로운 카테고리 투자는 항상 위험성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폴리는 나중에 수백 명의 엔젤 투자자로부터 수백 개의 수표를 받아 창업을 했고 결국에는 새로운 타입의 기업에 투자하는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 출신의 리 픽셀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역발상을 하는 VC만 찾아다닐 걸 하는 후회를 하기도 했다.

저자인 호프만에 따르면 결국에는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이 초기에 거절을 많이 당하는 이유가 있다. 좋은 아이디어는 역발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발상 아이디어는 투자를 받기가 어렵다. 일반 통념에서 벗어나는 아이디어는 대기업들이 시도를 안하고 시도를 해본 창업자들은 실패를 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는 성공을 하면 대박이 난다.

거절의 역경을 딛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거절도 잘 당해야 한다. 호프만은 사람들이 거절을 하는 방식, 그러니까 NO라고 말하는 여러 방식을 소개했는데 이 중 몇 가지를 추려봤다.

- 게으른 NO: 투자자들이 잘 못 이해했거나 잘 몰라서 거절하는 경우. 이들이 당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 이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건 빨리 포기하는 게 좋다.

- 머뭇거리는 NO: 가능성이 보이는 창업 아이디어는 투자자들이 예스라고 하고 싶으면서도 노라고 하고 싶어 한다. 머뭇거리는 거절을 듣는다면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일 수도 있다.(물론 아닐 수도 있다.)

- 긍정적인 NO: 전문가들의 No가 당신의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라는 방증일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왜 당신이 맞고, 전문가들이 틀렸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솔직한 NO: 많은 경우 전문가들의 의견이 맞다. 나쁜 아이디어는 빨리 집어 치우는 게 낫다. 하지만 이런 솔직한 거절은 당신의 아이디어를 수정하거나 더 좋은 다른 아이디어로 옮겨가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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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리드 호프먼 (출처 : mastersofscale.com)

확장이 안되는 일부터 하라

2009년 이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Y콤비네이터의 공동창업자 폴 그래엄을 만났다. 체스키는 그래엄의 마음을 살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해커 철학자’라고 불릴 정도로 도발적인 생각을 하는 그래엄은 생각이 달랐다. 소크라테스 같은 질문을 하는 걸로 유명한 그래엄과 체스키의 대화는 다음과 같았다.

그래엄: 그래서… 사업이 어디서 이뤄지나요?

체스키: 무슨 말씀이죠?

그래엄: 트랙션(사업을 이끄는 힘)이 어디서 나오나요?

체스크: 아직 트랙션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엄: 하지만 사람들이 사용을 하고 있지 않나요?

체스키: 뉴욕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그래엄: 그러니까 사용자들이 뉴욕에 있다는 얘기네요.

체스키: 네.

그래엄: 그런데 당신은 여기 마운틴 뷰(캘리포니아)에 아직 있네요.

체스키: …

그래엄: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죠?

체스키: 무슨 말씀이죠?

그래엄: 사용자들에게 가보세요. 가서 그들에 대해 알아보세요. 한 명씩.

체스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확장이 안될텐데요. 우리가 성장해서 수백만 명의 고객이 생기면 그들을 한 명씩 다 만나볼 수는 없지 않나요.

그래엄: 그러니까 지금 그 일을 해야죠.

그래엄은 체스키가 에어비앤비의 핵심 고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을 관찰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그리고 규모가 작은 지금이 바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던 거다.

큰 비즈니스를 일구기 위해선 우선 작은 수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작은 수의 사람들이 열광하면 결국엔 수백만 명도 좋아할 수 있다는 얘기니까. 게다가 사람들은 좋아하는 걸 알리길 좋아한다. 일단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돈 안들이고도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스프레드시트나 마케팅 계획은 다 부차적인 일이다.

다음은 호프만의 확장이 되지 않는 일에 대한 이론이다.

-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집중하라: 백만 명이 약간 좋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보다는 백 명의 열광적인 팬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라.

- 꿈을 크게 가져라: 초기에 고객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라.

- 처음에 고객을 만나라: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창업 초기 확장 이전에 고객과 직접 만나봐야 한다.

- 고객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하라: 고객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서 초기에 개인적인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라.

- 적이자 친구와의 동침: 적은 물론 특이한 고객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 기준을 세워라: 초기에 규범을 마련해 앞으로 만들어 나갈 새로운 기업이 부딪힐 상황에 대비하는 게 좋다.

더밀크의 시각

이 밖에도 책은 재미있는 사례와 통찰력으로 가득하다.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기업을 창업하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선 젊어야 할 필요는 없다. 엔지니어나 프로그래머일 필요도, 꼭 실리콘 밸리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돈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스타트업들은 5000달러(약 600만 원)보다 적은 돈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선 지식과 통찰력, 영감은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런 걸 가르쳐 준다. 그 중에서도 다른 곳에서는 잘 알려주지 않는 상식에 반하는 내용이 많다.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강추.